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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6일 오후 모교인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고등학교를 방문해 후배들에게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6일 오후 모교인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고등학교를 방문해 후배들에게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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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전에 같이 만나서 국민께 추석 선물로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지난 21일 '추석 전 대선주자 3자 회동'을 제안하면서 한 말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안 후보가 제안한 '추석 선물'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측이 후보의 일정을 이유로 "추석 전 회동은 어렵다"고 거부했기 때문이다.

안철수 후보가 대선출마 기자회견에서부터 '야심차게' 추진했던 '3자 회동'이 무산된 것이다.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3자 회동'은 무산됐지만 안 후보는 손해 볼 게 없는 카드였고,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겐 '뜨거운 감자'였다는 얘기도 함께 나왔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 19일 대선출마 선언 당시 "선거 과정에서 흑색선전으로 감정의 골이 패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선주자 3자 회동'을 처음 제안했다. 21일 청년창업사관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기자들의 질문이 없었는데도 "두 후보가 그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회동 시기를 추석 전으로 못 박는 등 적극적인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별다른 진전이 없자 안 후보 측은 26일 실무협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박근혜·문재인 후보 측을 압박하고 나섰다.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오늘이라도 비서실장을 통해 연락하고 구체화하려고 한다"며 "진심이 있다면 받아들여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철수의 '3자 회동' 카드, 박근혜·문재인에겐 '뜨거운 감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과거사 관련 입장 발표를 마친후 당사를 나서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과거사 관련 입장 발표를 마친후 당사를 나서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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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날 오후 안 후보의 비서실장인 조광희 변호사가 박근혜 후보 측 최경환 비서실장과 문재인 후보 측 노영민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3자 회동'을 추진했다.

그러나 조광희 변호사의 전화를 받은 최경환 비서실장은 "추석 때까지 후보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정이 어려워 추석 연휴 이후에 일정을 재논의하자"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노영민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최경환 비서실장의 말을 전했고, 최종적으로 '추석 전 3자 회동'은 무산됐다.

문재인 후보 캠프 대변인인 진성준 의원은 "문재인 후보도 추석 전 일정이 확정되었으나 조정을 해서라도 만날 용의가 있다"면서도 "불가피하게 새누리당(후보)의 사정으로 3자 회동이 추석 전에 이뤄지는 것은 어렵게 되었다"고 말했다. 진성준 의원은 이어 "문재인 후보는 언제라도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안철수·박근혜 후보와 만날 용의가 있다"면서 "추석 연휴 이후 다시 논의되지 않을까 판단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추석 연휴 이후에도 '대선주자 3자 회동'은 성사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사실 안 후보의 말처럼 박근혜·문재인 두 후보 측은 '3자 회동' 제안에 그다지 달가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박근혜·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동시에 "실무자에게는 전혀 연락이 없는 상황에서 기자들에게만 말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안 후보가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는 지난 20일 3자 회동에 대해 "이것(깨끗한 선거)은 어떤 선언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이) 올바르다는 것은 다 알고 있고 실천을 열심히 해야 할 문제"라며 우회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문 후보 캠프 내에서도 안 후보의 제안을 불편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세 사람이 한꺼번에 모이든, 둘이서만 모이든 사실 만나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그렇게 만나서 도대체 뭘 하자는 것인지, 안 후보의 제안만 가지고는 너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정책경쟁' 이미지 선점·'정치신인' 약점 만회... 손해 본 게 없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25일 오후 마포구 상암동 중소기업DMC타워에서 열린 의원 워크숍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25일 오후 마포구 상암동 중소기업DMC타워에서 열린 의원 워크숍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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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후보는 '3자 회동'을 추진하면서 "네거티브와 흑색선전 선거전에서 벗어나 정책경쟁을 정착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러나 안 후보의 '3자 회동' 제안은 뒤늦게 출발한 후발주자로서 3자 경쟁구도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두 후보에게 '3자 회동'을 제안함으로써 안 후보는 자신을 향한 네거티브 공세를 잠재우고 '정책경쟁' 이미지를 선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모임이 성사될 경우 정치력까지 인정받아, 본격적인 대선 국면을 앞두고 '정치 신인'이라는 약점을 만회할 수 있게 된다.

또한 3자 회동이 성사되지 않아도 안 후보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없는 상황이다. 안 후보는 깨끗한 선거를 위해 경쟁 후보까지 껴안는 소통 행보를 보인 셈이고, 이를 거부한 후보는 불통 후보로 낙인 찍힐 수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박근혜 두 후보에게는 안 후보의 '3자 회동'이 삼키지도 못하고 뱉지도 못하는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이다.

문재인·박근혜 후보 모두 '3자 회동'을 대놓고 반대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 후보 측의 한 핵심 관계자는 "'3자 회동'에 대해 부정적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가 언제 그렇게 얘기했느냐"며 "'당분간' 일정을 잡기 어렵다고 한 것이니, 확대 해석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양대 정당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두 후보가 무소속 '정치 신인' 안철수 후보에게 한 방 먹은 것 아니냐"고 평가했다.


태그:#안철수, #박근혜 캠프, #문재인, #3자 회동, #네거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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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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