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동안 주꾸미와 갑오징어 낚시를 해봤습니다. 9월부터 11월까지 서해안에는 주꾸미와 갑오징어 낚시인들로 붐빕니다. 속칭 생활 낚시 혹은 반찬 낚시로서 가족과 이웃에게 쏠쏠한 식감을 제공하니 도전해 볼 만합니다.
지난 주 토요일(9월 22일)이었군요. 동료 직원 다섯 명과 충남 서해안의 보령시 천북면 장은리에서 150마력짜리 6인승 보트를 띄웠습니다. 이곳에서 조금만 달리면 죽도라는 섬이 나오는데, 그 인근이 주꾸미와 갑오징어 포인트랍니다. 조금 멀리 원산도에 가도 괜찮은데, 그곳엔 낚싯배가 너무 많아 안 가기로 했습니다.
오전 6시에 죽도 인근에 도착하여 채비를 내렸습니다. 채비라고 해야 간단합니다. 10호 봉돌에 새우처럼 생긴 '에기'라는 가짜 미끼가 전부입니다. 주꾸미 낚시 전용으로 나온 '주꾸미볼'이란 게 있는데, 진주색에 큰 바늘이 붙어 있습니다. 저의 경험으론 에기라는 걸 써도 충분히 낚을 수 있어서 주꾸미볼이란 걸 쓰지 않습니다. 대부분 꾼들은 봉돌 대신 주꾸미볼을 달고 그 위에 에기까지 다는데 조과에 큰 효력을 발휘하지 않습니다.
채비를 바닥에 완전히 내린 후 살며시 들어 올리기를 반복하다 보면 원래 무게감보다 더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이때 주꾸미가 미끼를 덮친 겁니다. 그 순간에 챔질을 하고 일정하게 감아올리면 주꾸미가 가짜 미끼 바늘에 달라붙어 올라옵니다. 아시죠? 반찬 낚시이자 생활 낚시의 묘미 말입니다. 어망에 넣긴 하지만 마음속에선 이미 횟감이나 먹물 라면으로 변해 있답니다.
조사들의 분주한 손놀림, 한 마리라도 더 낚아보자주말을 맞아 죽도 인근에도 많은 꾼들이 모였습니다. 낚싯배마다 정원을 가득 채웠네요. 한 마리라도 더 낚을세라 조사들의 손놀림이 분주합니다. 여성 조사도 상당히 많군요. 약간은 섬세한 입질감을 필요로 하는 것이 주꾸미 낚시이고, 식탁의 맛난 반찬으로 유용하다 보니 여성 조사에겐 매력적인 생활 낚시이겠죠?
2인 1조로, 혹은 3인 1조로 고무 보트에 몸을 실은 조사도 있습니다. 바람이 세지 않아 다행입니다. 바람이 세게 분다면 일반 어선에 비해 위험한 것이 사실입니다. 항상 안전 사고에 유의하고 순항하길 바랍니다.
주꾸미와 갑오징어 낚시는 결코 낭만적이지 않습니다. 이 낚시를 한 단어로 요약하면 '중노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전에서 새벽 3시 30분에 출발하여, 5시 30분에 배를 타고 오후 1시까지 쉼 없이 계속하는 낚시니까요. 뒤뚱뒤뚱 배 안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내렸다 올렸다를 반복해야 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꾸미 갑오징어 낚시를 시간과의 전쟁이라고도 합니다.
그나마 입질이 잦고 잘 나오면 피곤함이 덜하지만, 죽어라 드리웠건만 조과가 신통치 않을 땐 축 늘어진 몸에 허탈감이 하늘을 찌릅니다. 잘들 아시잖아요. 가족 파티는 기본이고, 이웃 지인들께 큰소리 빵빵 치며 주꾸미와 갑오징어 실컷 먹게 해 줄 거라고 호언장담했을 테니까요.
지난 9월 22일, 우리 일행 다섯 명의 주꾸미 조과는 개인 당 50~150마리 정도 잡았습니다. 갑오징어는 개인 당 3~12마리 수준이었네요. 그래도 경험이 많은 제가 어망 무게를 늘리는 데 성공했답니다. 넣기만 하면 나온다는 말이 현실이 되려면 아무래도 시월은 돼야 할 것 같습니다.
쫄깃쫄깃한 식감에 부드러운 맛, 벌써 기대가 됩니다. 어떠세요? 바다로 나가 보실래요? 안전 장비 잊지 마시고 넣기만 하면 나온다는 주꾸미와 갑오징어 낚시에 도전해 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