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러분의 삶은 어떤가요? 매연으로 가득한 도시에서 야근과 잔업을 밥 먹듯이 하고 있지 않나요? 주 5일 동안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을 하거나 반사회적이기까지 한 '밥벌이'를 하면서 돈을 법니다. 주중의 '자기 희생'을 보상받고 '사회적 속죄'를 하기 위해 주말에는 취미 활동을 하거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혹은 자원봉사 등으로 '더 바쁘게' 보냅니다. 스트레스가 풀리기는커녕 더 쌓입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더 자극적인 주말 활동이 필요하고 결국 돈이 더 필요해 주중에 더욱 열심히 일을 해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착한' 발명가 후지무라 야스유키의 새 책 <3만엔 비즈니스 적게 일하고 더 행복하기>가 번역되어 나왔다. 이 책은 작년 7월 일본에서 출간되어 반년 만에 6쇄를 찍었고, 일본 전역에서 저자와 만난 적도 없는 젊은이들이 오로지 책을 읽고 자발적으로 워크숍 등의 모임을 결성하여 '3만 엔 비즈니스' 모델을 창안하거나 실행에 옮기고 있다. 한국에서도 올해 봄과 가을 두 차례에 걸쳐 하자센터 주최로 '3만엔 비즈니스'에 관한 강연과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후지무라씨는 이 책에서 젊은이들에게 뼈 빠지게 일해도 결국 자본과 슈퍼리치의 노예가 되고 마는 현실에서 벗어나, 조금만 일하고 더 행복해지는 신개념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한다.
한 달에 이틀 일하면 되는 '3만엔 비즈니스'다. 그는 3만엔 비즈니스를 한 달에 세 개 정도하며 남는 시간을 가족, 이웃, 동료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자급, 자활의 활동을 하며 보내라고 권한다. 한 달에 9만엔의 수입을 얻으려면 '3만엔 비즈니스'의 셈법으로는 6일만 일하면 된다.
"그러면 나머지 (한 달 중) 24일, 일주일에 5~6일 쯤 되는 이 시간을 어떻게 쓸까요? 가족, 친구, 동료와 함께 살 집을 짓고, 먹을 채소와 곡물을 재배히고, 닭을 키우고, 사용할 에너지를 생산하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돈이 들지 않는 놀이'를 즐기는 것입니다. 즉 자급자족 생활을 실천하라는 것입니다."그는 '3만엔 비즈니스'를 열 개 정도 해서 한 달에 20일 일하고 월 30만엔을 버는 걸 권하지 않는다. 그것은 지금처럼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고, 오히려 더 큰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대신 가능하면 '돈 버는' 활동은 최소화하고, 그 시간을 이웃과 함께 자급자족에 힘쓰는 게 자연과 인류 모두를 '막장'으로 몰아가는 지금의 '경제 사회 시스템'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라 말한다.
너무 많이 노동하는 세상... "일주일에 이틀만 일 하세요"월 9만엔은 한국 돈으로 굳이 환산하자면 135만 원 정도되는 금액인데, 이걸 벌어 누구 코에 붙이느냐고 한탄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후지무라씨의 생각에는 근거가 있다. 자신이 스스로 할 수 있고, 스스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동료나 가족과의 협동을 통해 스스로 해결하여 자급도를 높이면 자연히 지출이 준다. 한 달에 9만엔만 벌어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하고 3~4만 엔 정도는 저축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저자인 후지무라씨는 오사카대학에서 기초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니혼대학 교수를 지내면서 30여 년 간 1000여 개의 제품을 발명했다. 과학기술청 장관상과 발명 공로상까지 받은 일본 최고의 발명가다. 하지만 그는 천식을 앓는 아들을 위해 공기청정기를 발명한 것을 계기로 '어린이의 건강과 환경에 좋은 것'을 만드는 발명가로 거듭나, 에너지와 화학물질을 지나치게 사용해서 발생하는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발명에 뛰어 들었다.
예를 들면 전기가 없어 냉장고를 사용할 수 없는 몽골의 유목민에게 전기 없이 맑은 달빛과 별빛만으로 작동하는 냉장고를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합당한 비용에 맞춰서 만들기도 했다.
2000년 봄, 전기 사용은 줄이고 행복지수는 높이는 '비전력 공방'을 설립하여 제품 개발과 제자 육성에 힘쓰고 있으며, 2006년에는 그동안 추진해 온 '비전력화 프로젝트'의 철학과 성과를 집대성한 <플러그를 뽑으면 지구가 아름답다>를 출간(한국에서는 2011년 출간)하여 한국과 일본 사회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후지무라씨에 따르면 2000년을 기점으로 일본에서는 좋은 학교를 나와 도시에서 좋은 직장을 얻고 많은 돈을 벌면서 소비생활을 즐기는 '출세경쟁지향' 젊은이와, 자연과 가까운 시골에서 좋아하는 친구들과 서로 도우면서 돈은 적지만 행복하게 사는 걸 희망하는 '평화공생형' 젊은이의 비율이 역전되었다고 한다.
"적게 일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어"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젊은이들 중 상당수가 1995년~2000년에 시골로의 이주를 감행하였지만 변변한 일자리가 없어 결국 도시로 돌아와 과거의 경쟁형, 시스템 의존형 생활로 회귀할 수밖에 없었다.
후지무라 씨가 '3만엔 비즈니스'를 발명해 낸 것은 이런 젊은이들에게 기성세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해답을 제시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후지무라씨는 지난 4년 동안 일본 각지에서 강연과 워크숍을 하면서 '3만엔 비즈니스'의 개념을 소개해 왔는데, 어느 정도 알려졌다고 생각할 무렵, 3.11 도호쿠 지진해일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터졌다.
이 책은 오랜 불황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등으로 인해 미래에 대한 기대를 상실하고 불안과 절망에 빠져 있는 일본 젊은이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3만엔 비즈니스'는 단순히 돈을 많이 벌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월 3만엔 비즈니스'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과 약속이 있는데, '착한 일'만 해서 돈을 벌고, "한달에 이틀'만 일해도 충분하며, 남는 시간에 가족과 이웃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자는 새로운 삶의 방식인 것이다."
지난 봄 하자센터에서 강연과 워크숍을 진행했을 때 한국의 청년들이 가장 알고 싶어한 것은 다양한 사업 아이템이었다고 한다. 그간 쏟아져 나왔던 자기계발서나 비즈니스 아이템 소개 책에 익숙해진 청년들에게는 '월 3만엔 비즈니스'도 같은 종류의 이야기로 받아들여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은 이제 그런 생각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말해준다. 그가 말하는 비즈니스란 내 생활의 방편을 말하는 것이지 이윤을 남기는 회사를 차리는 것이 아니며, 내 생활의 주요 방편은 자급자족 단위를 구성하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말한다.
여담 하나. 지난 25일 하자센터에서 열린 후지무라 야스유키씨와의 청년간담회에 참석해 궁금했던 질문을 하나 던졌다. 책의 추천사를 쓴 조한혜정 교수가 올해 1월 도치기현 나스시에 있는 '비전력공방'(대표 후지무라 야스유키)을 방문했을 때, 미국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돌아와 아버지 후지무라 대표의 공방의 첫 번째 문하생이 된 아들 켄스케씨가 방사능 계측기를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는데, 책이 나온 지금은 이미 이 계측기가 완성되어 일반인들도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후지무라 부자는 시중의 방사능 계측기가 터무니 없이 비싸다는 것을 알고 일반인들이 싸고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계측기를 만들었던 것인데, 일반기업에서는 400만 엔 정도에 파는 방사능 계측기를 이곳에서는 70만엔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후지무라 대표는 "원래는 계측기가 그렇게 비쌀 이유가 없어요. 70만엔으로도 충분히 이윤이 남거든요. 이런 시기에 측정기를 비싸게 파는 것은 옳지 않아요. 아마 지금까지 3천 개 정도는 팔렸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돈벌이와는 상관없이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발명을 하고 자신이 만든 제품을 적정 가격으로 제공하는 '착한 발명가' 후지무라 야스유키 씨와 그 제자들의 활약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