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은 참 쓸쓸한 추석이다.
지난 9월 14일 암 수술을 세번이나 받고 6년 여간 투병하던 동생이 하늘 나라로 가는 바람에 순천에 홀로 계시던 어머님도 서울에 오셔서 우리집에 계신다.
종가집 큰며누리로 7남매의 맞이한테 시집을 오신 어머님은 65년 동안 설명절이나 추석명절에 순천의 고향집을 비운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셨다. 그런 어머님이 이번 추석 차례는 건너뛰고 고향을 안가시고 서울서 추석을 보내시기로 하셨다.
서울 생활이 익숙치 않으신 어머님이 하루 종일 집에 계시는 것이 안타까와 어제는 어머님을 모시고 가까이에 있는 재래시장인 마천 시장을 둘러보고 왔다. 끊임없는 재래시장 살리기 사업 때문인지는 몰라도 꽤나 법석거리는 시장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어머님은 전혀 반응이 없으시다. 간식이라도 좀 사드리고 싶었으나 뭐든지 싫다고 하신다. 그렇게 좋아하시던 생갈치를 사자고 해도 싫다 하시고, 빈대떡, 족발 등 간식을 하시고 가자 해도 싫다 하신다. 겨우 만원짜리 전어회 한접시와 천원에 세개하는 붕어빵 한봉지를 사들고 돌아왔다.
우리를 키우시던 시절에는 무엇이든 다 해결해 주시던 그런 강인한 어머님의 뒷모습이 왜 그리도 작아져 보이는 걸까.
시장을 둘러보는 사이도 두번씩이나 의자에 앉아서 쉬시는 것을 보면서 너무 쇠약해 지셨구나. 아들을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낸 충격이 너무 크신것 같다.
구십이 넘어서 돌아가신 할머님도 7남매를 두셨지만 당신보다 먼저 저세상을 보낸 자식이 하나도 없었고, 아버님 7남매 내외분 모두 팔십이 넘어 세상을 떠나셨지만 자식을 먼저 보낸 적은 한번도 없었으니 그 충격이 크실만도 하다.
어머님의 뒷모습을 가만히 보면서 우리 6남매를 길러 오시면서 온갖 풍상을 다 이기신 강인하시던 모습은 간데 없고 좁아진 어깨에 구부정한 허리 어정쩡한 걸음걸이만 남은 것 같아 짠한 마음만 가득하다.
그런 어머님! 시집 오신후 65년 동안 한번도 빠지지 않고 조상님께 올리시던 차례마저 건너뛰시는 심정은 오죽하시랴? 금년 추석은 참으로 짠한 추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