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통령으로서 이 금단의 선을 넘어갑니다. 제가 다녀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오게 될 것이고 그러면 마침내 이 금단의 선도 점차 지워질 것입니다."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007년 10월 2일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어가면서 한 말이다. 그리고 10월 4일 남과 북은 6·15공동선언을 고수하고 사상과 제도의 차이를 초월하여 남북관계를 상호존중과 신뢰 관계로 확고히 전환시키기로 하는 등 8개 항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10·4선언 발표 5주년 기념식이 대구에서도 열렸다.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50여 명이 모여 열린 이날 기념식은 오후 6시 30분부터 고인이 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 내용 등의 영상을 상영하고 기념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사진전도 같이 열려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기념사에서 서일웅 노무현재단 대구경북 상임대표는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이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는 광경을 지켜보며 전융과 같은 떨림과 환희의 감격이 솟아올랐다"며 "그러나 이명박 정권의 선택은 비열하고 비겁하고 수치스러웠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10·4남북공동선언 5주년을 맞아 통일에 열망하는 자들을 약올리고 비웃고 있는 분단고착세력들에게 우리의 진실과 희망, 우리의 만남을 향한 뜨거운 열망을 축제로 보여주자"고 제안했다.
정경호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 대경본부 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출범 초부터 '비핵개방 3000'이라는 대북정책 때문에 대부분의 합의사항이 중단되어 10·4남북공동선언은 넉달 만에 사문화되어 버렸다"며 이명박 정부를 비난했다.
정 대표는 "평화가 모든 것의 토대이고 기초이기 때문에 분단된 조국의 평화를 유지하고 통일을 이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번 대선에서 서로가 총부리를 겨누지 않고 민족 경제를 통해 서로가 발전할 수 있도록 할 자격이 있는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시민들이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점수주기와 대북정책에 대한 의견을 스티커로 붙이도록 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점수는 양극화를 나타냈다. 아예 점수를 줄 수 없다는 층과 80점 이상의 점수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남북경제 교류 및 사업 전반에 대해 전면 중단한 것과 관련해서도 '당장 철회해야 한다'와 '분단상황에서 어쩔 수 없다'는 의견도 반반으로 나뉘었다. 서해 NLL문제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충돌하더라도 강경하게 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에 대해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김두현 사무처장은 "대구의 정서가 고스란히 나타난 것 같아 씁쓸하다"며 "남북이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느 한 쪽만 잘 살아야 한다거나 외면해야 한다는 인식을 불식시켜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