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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내기도 한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이 5일 오후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입당기자회견 마친 뒤 박근혜 대선후보가 꽃다발을 들고 있는 사진앞을 지나고 있다. 한 전 고문은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선후보에 대해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평가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내기도 한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이 5일 오후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입당기자회견 마친 뒤 박근혜 대선후보가 꽃다발을 들고 있는 사진앞을 지나고 있다. 한 전 고문은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선후보에 대해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평가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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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영입하고 미래를 내보내면 안 된다."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이 5일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이날 김대중(DJ)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의 박근혜 대선 캠프 합류를 두고 한 말이다.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선거에 이기고 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가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일"이라고도 했다. 지난 4·11 총선을 앞두고 박 후보가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영입한 이 전 비대위원은 '박근혜 키즈'로 불린다.

박 후보가 '정치쇄신'을 위해서 영입한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도 한 전 고문의 새누리당 입당에 대해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무분별한 비리인사 영입은 정치쇄신특위로서는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전 고문은 지난 2003년 나라종금 퇴출저지 로비사건에 연루돼 3000만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으로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이듬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바 있다. 안 위원장은 당시 대검 중앙수사부장으로서 사건 수사를 지휘한 인물이다.

한 전 고문의 영입에 대한 당내 반발 기류가 심상치 않지만, 박근혜 후보는 요지부동이다. 박 후보는 "(한 전 고문은) 화합과 통합 차원에서 오신 것이지 정치하러 참여하신 게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전날(4일) 새누리당 의원들이 쏟아낸 '친박 2선 후퇴' 등 인적쇄신 요구에 대해 "내일 모레가 선거이기 때문에 힘을 모아서 선거를 잘 치러야 된다"고 일축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박 후보가 '정책혁신'을 위해 영입한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마저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에 대해 의지도 없고 관심도 없는 듯하다"고 사퇴를 시사했지만, 박 후보는 아직 위기감을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대선에서 필패"라며 "당과 후보가 총체적 위기에 빠져 있다"고 성토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내기도 한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이 5일 오후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입당기자회견에서 황우여 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내기도 한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이 5일 오후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입당기자회견에서 황우여 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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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옥 "박근혜 후보는 준비된 대통령, 과거사 화해 거의 이뤄져"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대통합을 이뤄내기 위해 새누리당에 입당한다"며 박근혜 캠프 합류를 공식선언했다. 그는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지역감정과 계층·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지 않으면 남북통일이 계속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한 전 고문은 "새누리당 내 합리적 진보의 역할을 다해 새누리당의 개혁과 혁신을 추구하며 국민으로부터 진정한 사랑을 받는 정당이 될 수 있도록 제 힘을 아끼지 않겠다"며 "제 정치적 소신인 민주주의 발전과 서민경제 발전, 남북통일을 실현시키는 일에 밑거름이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아울러 "국민은 저에게 대한민국의 번영과 조국통일을 위해 헌신하라 했고 저의 정치철학은 오직 국민의 뜻에 충실해왔다"며 "그래서 저는 오늘 오랜 숙고 끝에 새누리당 입당이라는 결단을 내리고 또 하나의 정도의 길을 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비록 이 길이 한없이 외롭고 고단한 여정이 될지라도 우리 사회가 지역갈등을 해소하고 보수와 진보세력이 소통하며 화합하는 국민 대통합 속에서 남북통일을 이룰 수 있는 작은 희망의 불씨가 된다면 보람으로 여기고 묵묵히 걸어가겠다"며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는 우리 사회가 지역과 계층 간의 갈등, 세대 간의 갈등 해소를 근간으로 탕평책을 실현시켜 국민 대통합의 바탕 위에서 남북통일을 이루는 과업에 제 한 몸 헌신하기 위해 이 길을 선택했다"며 "서로가 갈등의 소리(小利)를 접고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이라는 대의로 나설 때, 비로소 남북통일도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광옥 전 고문은 박근혜 후보의 과거사 논란과 관련, "역사 속의 화해는 거의 다 이뤄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근혜 후보가 지난 2004년 동교동에 참 하기 싫은 사과를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이제는 사과뿐 아니라 여러 문제를 대화로 풀 기반이 돼 있다"며 "민주화 세력 전체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역사 속의 화해는 거의 다 이뤄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박 후보에 대해 "준비된 대통령"이라며 "기회가 되면 실행시키려는 성실함과 원칙을 지키려는 의지로, 믿음과 원칙 있는 분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옛 동교동 인사들과의 논의 여부에 대해선 "제가 가볍게 소신 없이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많은 사람과 대화를 가졌다"며 "어제 현충원에 가서 김대중 대통령을 뵙고 각오를 밝히고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역사 앞에 부끄럼 없는 정치인이 되려고 했고 국민 대통합을 위해 왔다"며 "동교동계와 과거 민주화세력과도 앞으로 대화를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교동계 원로이자 DJ의 최측근이었던 한 전 고문은 4선(11·13·14·15대) 의원을 지냈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DJP(김대중+김종필)' 연대를 성사 시킨 막후 주역 중 한 명이었다. DJ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2002년 대선 당시 민주당 대표를 역임했다.

그러나 지난 4·11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되자 "공천 과정에서 친노(친노무현) 세력이 개혁공천이라는 미명 아래 당권 장악을 위한 패권주의에 빠졌다"고 비판하며 탈당했다. 이후 정통민주당을 창당해 서울 관악갑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박근혜 "그 분은 정치하러 참여하신 게 아닌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5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한 뒤 국감장을 나서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5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한 뒤 국감장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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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 고문이 DJ의 핵심 측근이었다는 점에서 향후 대선에서 박 후보의 호남 득표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 전 상임고문은 DJ의 비서실장을 지냈다는 점 때문에 박 후보가 자신의 대선 모토로 내세우고 있는 국민 대통합 차원에서 영입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인 인사로 전해졌다.

박 후보는 이날 오후 과천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 참석했다가 기자들과 만나 "시대가 요구하는 중요한 과제가 통합과 화합"이라며 "한 전 비서실장도 이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시대가 요구하는 중요한 과제가 통합과 화합이다. 역대 정부들도 (통합과 화합을) 하지 못해 분열이 계속됐다. 이건 단절을 통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저는 그것을 이번에 꼭 이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미래가 열리고 우리나라의 진정한 발전이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한광옥 전 비서실장도 여기에 동의한 것이다. 시대요구를 이루기 위해 기여하고 헌신하신다고 결단하셔서 이번에 참여하시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안대희 위원장 등이 한 전 고문의 영입에 비판적인 것에 대해서는 "그런 관점에서 보시면 안 된다"고 일축했다.

"그 분은 정치 하러 참여하신 게 아니다. 화합과 통합 차원에서 오신 것이다."

그러나 안 위원장이 부정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힘에 따라 새누리당 내에서 한 전 고문 영입을 둘러싼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민주통합당은 한광옥 전 고문의 새누리당 입당에 대해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한 전 고문은 이미 4·11총선 이전에 당을 떠났고 당과는 관계가 없는 분으로 개인적인 결정일 뿐"이라며 "추석 이후 상승하고 있는 호남 지역에서의 문재인 후보 지지 분위기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진성준 선대위 대변인도 "그 분은 지난 총선 과정에서 국민의 평가를 받은 분"이라며 지난 총선 때 낙선한 인사임을 강조했다.


태그:#한광옥, #박근혜, #안대희, #김종인, #새누리당 인적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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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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