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11 총선을 앞두고 울산에서는 6개 지역구 중 노동자의 도시 북구와 동구에서는 진보진영이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동구지역 진보 후보로 출마한 이은주 전 시의원에 대한 보수진영의 음해성 공격이 가해졌고, 결국 예상을 뒤엎고 동구에서는 새누리당 의원이 당선됐다.
이와 관련, 법원이 최근 있었던 의미 있는 재판 결과를 8일 공표했다. 이 후보를 음해하다 기소된 3명에 대한 벌금형 선고에서 "모두 동일한 배후인물의 지시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볼 만한 여러 정황들이 있어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범행으로 보인다"고 판결한 것이다.
동구지역, 하청노동자가 정규직 수보다 많아총선을 앞두고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비정규직 등 사회양극화 문제의 해결을 바라는 목소리가 점차 커졌고, 올해 2월 23일 대법원이 "2년 이상 파견 근무한 현대차 하청노동자는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는 확정 판결을 내리자 분위기는 한층 고조됐다.
특히 현대중공업 종사자가 지역 주민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동구는 하청노동자의 수가 정규직 노동자의 수보다 많아 진보진영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게 점쳐졌다.
이를 입증하듯 올해 1월 UBC울산방송이 창사기념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4·11 총선이 여야 간 양자구도로 치러질 경우 한나라당 후보를 찍겠다'는 사람은 28.7%, 야권 단일후보를 찍겠다는 사람은 32.7%로 나타났다. 또한 동구는 한나라당 후보 30.1%, 야권 단일후보 34.5%, 북구는 한나라당 후보 22.1%, 야권 단일후보 37.6%라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4월 11일, 개표를 마감한 결과 진보진영은 충격에 빠졌다. 북구는 물론이거니와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의 처우개선과 정규직화를 쟁점으로 선전이 예상됐던 통합진보당 이은주 후보(43.6%·3만5033표)가 새누리당 안효대 후보(51.5%·4만1395표)에게 크게 패한 것.
지역 정가와 진보진영에서는 이은주 후보에 대한 조직적인 음해가 선거 결과에 한몫 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이 후보가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면서 보수진영의 공격은 도를 넘어 이 의원의 선명성까지 규탄대상으로 삼았던 것.
(관련 기사 보수진영, 울산동구 진보후보 공격... 왜?)법원 판결로 베일 벗겨지는 진보 후보에 대한 음해울산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손현찬 부장판사)는 8일,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울산선관위에 고발당해 기소된 박모(21·여)씨와 우모(53)씨에게 100만원씩, 최모(66)씨에게 80만원의 벌금형을 각각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1월 동구지역에서 '이은주 의원직 중도사퇴 주민배신이다. 선거비용 4억원 주민이 봉이냐, 주민 위한 사퇴인가? 정치적 탐욕인가?' 등의 문구가 적힌 표찰 2개를 목에 걸고 각기 다른 장소에서 1인 시위를 벌인 혐의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국회의원 후보자가 되려는 자의 내용을 명시한 표시물을 착용한 것은 선거의 공정성을 해하는 범죄로 엄히 처벌해야 한다"며 "특히 피고인들의 각 범행은 모두 동일한 배후인물의 지시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볼 만한 여러 정황들이 있어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범행으로 보인다"고 벌금형 이유를 밝혔다.
당시 진보진영은 선관위가 이들을 선거법 위반으로 경찰에 수사 의뢰하자 "새누리당 관계자와 가족 관계에 있다는 점"을 호소해 왔었다.
동구 진보 후보 공격 어떻게 진행됐나진보진영 단일 후보로 나선 이은주 후보는 선거에 나서기 전 울산시의회 환경상임위원장으로 있으면서 환경단체와 시민사회의 의견을 바탕으로 울산시의 고황유 허용 조례안을 유보시키는 등 고황유 허용을 막기 위해 고군 분투했다. 새누리당 시의원들이 이런 그를 두고 제명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하지만 고황유 허용을 막으려는 이 의원의 행보는 오히려 주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었다.
새누리당은 이은주 후보가 동구 출마를 위해 시의원을 사태한 것을 두고 "국가로부터 보전받은 선거비용만이라도 사죄의 뜻으로 반환해야 할 것"이라며 "주민의 지지로 시의원에 당선된 이 후보가 1년반만에 약속을 어겼으므로 통합진보당 경선 승리를 기뻐하기 보다 시민들에게 사죄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공격했었다.
이에 가세한 일부 지역 보수언론은 "(고황유 허용 조례 문제로) 2개월에 가까운 환경복지위원회 파행이, 실은 총선 출마를 의식해 희생양이 되기를 원한 이 의원의 자작극적인 정치적 노림수라는 곱지 않은 시선까지 정치권 일각에서 보내고 있다"고 보도하는 등 고황유를 막기 위한 활동을 공격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이런 여론몰이가 주효했을까? 총선 3개월 전까지 승리가 점쳐지던 동구의 진보 후보는 새누리당 후보에게 크게 패하고 말았다.
당시 통합진보당은 6·2지방선거 때 한나라당이 금품여론조사로 기소된 동구청장 후보 공천을 강행해 재선거를 치르게 한 것을 상기하며 "새누리당은 자당이 원인제공한 재보궐 선거비용부터 반납하고 얘기하라"고 반격한 것도 먹히지 않았다.
이은주 의원은 당시 "시의원직을 사퇴하고 국회의원 출마를 결심한 것은 바로 한나라당의 실정 때문으로, 한나라당에 대한 들끓은 심판 여론이 나를 결심하게 한 동인"이라며 "몸을 던져 한나라당 심판에 앞장서겠다는 각오로 출마를 결심하고 주민들의 양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또한 "많은 주민들이 격려를 해주고 있는데 이 결단이 어떻게 엄청난 비리와 부정을 저지르고 혈세를 낭비한 한나라당의 행태와 비교될 수 있단 말인가" 하고 되묻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 판결대로 "동일한 배후인물의 지시에 의해 이뤄진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보이는" 진보 후보 음해와 보수권의 공격은 주민들에게 먹혀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은주 전 시의원은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악의적이고 인격적인 공격을 가하던 행태가 이번에 법의 심판을 받은 것"이라며 "배후에 대한 진실이 밝혀져 주민들 앞에 해명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박석철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