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0대 재벌과 공기업들의 빚이 무려 150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현 정부 들어 무리한 토목공사 등으로 공기업들의 부채가 크게 늘었고, 민간기업들은 금융위기 이후 빚이 크게 증가했다. 여기에 1000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까지 합할 경우 기업과 가계의 빚 규모는 2500조 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가계와 기업 모두 '빚 폭탄'에 눌려 있는 모습이다.
8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공기업 부실화 가능성 점검'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보면, 작년 말 기준으로 공공부문의 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를 포함한 비(非)정부 공공부문의 부채 규모는 모두 508조 원이다. 이 가운데 28개 공기업의 부채가 361조 원에 달하고 있다.
이들 공기업 가운데 토지주택공사가 130조6000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전력이 82조7000억 원, 가스공사 28조 원, 도로공사 24조6000억 원, 석유공사 20조8000억 원, 수자원공사 12조6000억 원 순이었다. 특히 수자원공사는 2010년 부채가 8조1000억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년 새 2배 이상 증가했다.
문제는 이들 공기업들의 재무건전성이나 수익성 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점이다. 백흥기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18개 공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이 2003년에 99%였던 것이 작년 말에 208%로 2배 이상 늘었다"면서 "부채비율 150% 이상인 위험기업의 수도 4개나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들 공기업의 취약한 재무건전성과 수익구조로 인해 18개 공기업 가운데 3분의 2가 부실화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30대 재벌 부채 1000조 육박... 부채비율 200% 이상도 10곳공기업의 부실화 우려와 함께 국내 재벌기업들의 부채규모도 크게 늘었다. 재벌닷컴이 조사한 30대 재벌의 2009-2011 회계연도 재무현황을 보면, 이들 재벌그룹들의 작년 말 부채 총액은 994조2000억 원에 달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들 재벌그룹의 부채 총액은 772조3000억 원이었다. 2년 새 무려 221조9000억 원의 빚이 증가한 셈이다.
특히 최근 그룹 유동성위기를 겪고 있는 웅진그룹은 30대 재벌 가운데 부채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웅진은 2009년 1조5000억 원이었던 차입금이 작년 말 4조3000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따라서 부채 총액도 3조9000억 원에서 7조2000억 원으로 2년 사이에 무려 84.7%나 늘었다. 웅진의 부채비율은 작년 말 기준으로 217.6%였다.
부채 증가율만 따지면 CJ그룹도 높은 편이다. CJ 그룹 역시 2년 전 6조4000억원에서 작년말 11조1000억 원으로 빚이 늘었다. 이어 LG와 현대차, 효성, 미래에셋, 롯데 등 재벌그룹들도 2년 새 50% 이상 부채가 증가했다.
또 이들 가운데 부실 위험성이 큰 '부채비율 200% 이상' 재벌도 10곳에 달했다. 동양그룹은 무려 부채비율이 885.5%였고, 동부가 509.4%, 한화 473.3%, 한진 381.9%, 현대 359.5%에 달했다. 재계 1위 삼성은 2009년 부채비율 162.3%에서 138.0%로 오히려 줄었다. SK그룹도 마찬가지로 부채비율이 줄었고, 현대차그룹도 123.3%로 2년 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백흥기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공기업의 경우 재무건전성 등이 급격히 악화돼 국가 재정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면서 "정부 부채와 함께 비정부 공공부문의 부채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