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을 바짝 움츠리게 만드는 국정감사 시즌. 피감 기관들 못지않게 바쁜 민간 기업이 있다. 바로 창업자가 대통령 후보로 나선 안랩(옛 안철수연구소)이다. 여당 의원들과 보수언론들이 안철수 후보 '검증'을 내세워 이번 국감 자체를 '안철수 국감'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불똥이 우선 안랩으로 튀었다. 여당 의원들은 정부의 R&D(연구개발) 예산 지원 문제부터 보안 기술력, 각종 해킹 사고 책임 추궁에 이르기까지 의혹 제기에 여념이 없다. 안랩도 이에 질세라 적극 대응하고 있다. 본격적인 국감이 시작된 8일 이후 안랩은 '반박자료' 4건을 연달아 쏟아냈다.
정부 R&D 예산 지원 특혜 의혹에 조목조목 반박 안철수연구소가 지난 12년간 정부사업 721억 원을 수주했다는 <매일경제> 10월 2일자 보도가 첫 대상이었다. 안랩은 이 기사가 타 언론과 SNS를 통해 확대재생산되자 8일 오전 "회사 고객 및 관계자분들에게 명확한 사실을 밝혀 억측과 오해를 풀고 안랩 브랜드 가치의 훼손을 막고자 한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721억 원은 프로젝트에 참여한 40개 기업 지원 총액으로 실제 안랩과 안랩 투자회사가 지원받은 금액은 1/10도 안 되는 63억 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안랩이 기술평가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거나 "안랩이 명성을 활용해 정부기금이나 출연금을 따냈다"는 표현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의혹'과 '반박'은 이날 과천 지식경제부에서 열린 국회 지경위 국감으로 이어졌다.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이 지식경제부 R&D 자금 지원과 관련 안랩 특혜 의혹을 제기하자 안랩은 비슷한 내용의 반박자료를 내놨다.
안랩이 자회사를 통해 정부 R&D 예산을 지원받고 기술만 얻은 뒤 해당 자회사를 폐업하는 방식으로 기술료를 납부하지 않았다는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 주장에 대해서도 안랩은 "투자회사의 R&D 예산이나 기술을 이관받은 적도 없고 자회사가 받은 기술도 상용화하지 않아 기술료 납부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안철수 검증은 9일 국회 문방위에서 열린 방통위 국감으로도 이어졌다. 홍지만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SK컴즈와 넥슨 해킹 사고 당시 안랩이 보안관제 담당 업체였음을 들어 안철수 후보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이번에도 안랩은 "침해사고 원인이 안랩이 담당한 분야와 무관하거나 안랩 책임이 없는 것으로 입증된 것들"이라며 "안랩이 기업의 보안 시스템 구축의 특정 부분을 담당했다고 모든 책임이 안랩에 있다고 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라고 꼬집었다.
보안 분야 이해 부족 드러내... 안철수 지인 증인 출석도 불발기업이나 기관 서버에 대한 공격조차 개인PC용 V3 백신 탓으로 돌리는 등 보안 시스템에 대한 이해 부족도 한몫했다. 현재 해킹 공격은 사용자 PC뿐 아니라 웹, 네트워크, 서버 등을 통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어 정확한 책임 소재를 찾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안랩 관계자는 "안철수 후보 캠프 쪽과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면서 "오해 소지가 있는 부분을 명확히 전달해 회사 브랜드 가치 훼손을 막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안랩은 앞으로도 사안에 따라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불똥은 안철수 후보 지인들에게도 튀었다. 이날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정무위 국감에도 안철수 후보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당시 파견이사였던 이흥선 전 나래이동통신 사장과 과거 안랩 2대 주주로 안랩 지분 변동 관련 공시 의무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원종호씨가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각각 해외 출장과 건강상의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정무위는 일단 원종호씨에게 이날 오후 5시까지 출석하도록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