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불가능하다."(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할 수 있다."(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9일 안철수 후보와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가 야권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공방을 주고받았다. 지난 8일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전제 조건인 정치 혁신의 구체적인 기준을 내놓으면서 단일화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민주통합당 쪽은 단일화를 강조하고 있는 반면, 안 후보 쪽은 대선 완주 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모양새다.
칼을 먼저 빼든 쪽은 안철수 후보다. 지금껏 안 후보가 지난 9월 19일 대선 출마 회견에서 단일화의 전제 조건으로 '정치혁신'과 그에 대한 '국민 동의 여부'를 꼽은 이후, 민주통합당 쪽은 구체적인 조건을 내놓으라고 압박해왔다.
안 후보는 8일 대구대 강연에서 "정당 개혁은 국회나 정당에서 해줘야 한다, 출마 선언 이후 20여 일 동안 제가 '대통령이 되면 이렇게 개혁을 할 텐데, 국회와 정당은 어떻게 개혁할 건가요?'라고 질문을 드린 셈인데, (구체적인 조건을) 제게 물어보면 어떡하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정 저한테 답을 달라고 한다면, 공천권을 꼽겠다"고 말했다. 그는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시·군·구 기초의회 정당 공천제는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을 민주통합당 쪽에 건넨 것이다.
이해찬 "무소속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불가능"
민주통합당은 역공을 택했다. 이해찬 대표는 9일 오전 라디오 연설에서 "국회의원선거·지방선거 등 크고 작은 선거에서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투명한 공천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며 "정치혁신은 정당정치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는 정당정치에 기반을 두고 국민들이 참여하는 대의제 민주주의고 그 핵심은 정당이다, 정당이 없는 민주주의와 정당이 없는 정치는 성립할 수 없다"며 "전 세계의 민주국가에서 무소속으로 대통령에 당선돼 국가를 경영한 사례는 단 하나도 없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민주개혁 진보진영은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통합된 단일후보를 낼 것"이라며 "그 후보는 정당에 소속돼 있어야 한다, 무소속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정당책임 정치구조에서 국회의원은 각 정당에 소속돼 그 당의 가치 노선을 공유하고 실현하는 역할을 한다, 무소속 대통령이 300명의 국회의원을 일일이 만나고 설득해 국정 운영을 한다는 것은 성립될 수 없는 주장"이라며 "비록 민주당이 부족하지만, 끊임없이 정당을 혁신하고 개혁해나가는 노력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민생 중심의 정책노선, 민주적 정당운영, 좋은 인재의 등용 등 민주당은 끝임없이 쇄신하고 혁신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안철수 "할 수 있다"... 김성식 "국회의원 1명도 없는 게 정치혁신에 도움"
안철수 후보 쪽은 이해찬 대표의 발언에 반박했다. 안 후보는 이날 낮 서울지식포럼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가 무소속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불가능하다'고 했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무소속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유민영 안철수 캠프 공동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할 수 있다, 정치개혁과 정권교체, 새로운 정치와 새로운 변화에 뜻이 있는 분들이 기존 정치권에도 계신 것으로 안다"며 "뜻을 모으면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식 안철수 캠프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100석을 넘는 의석을 가지고 독점적 정치 구도로 위(당 지도부)의 눈치를 보고 싸움하는 것보다, 한 석도 없는 게 더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다"며 "대통령이 국회를 제대로 설득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성정당의 자기 혁신 가능성에 회의를 나타냈다. 그는 "기성정당을 비판하는 데 지치지 않느냐"며 "1987년 이후 대통령 선거가 5번, 총선이 7번 있었다, 정당이 정치개혁을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느냐,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평했다. 이어 "국민들이 이번에는 안 속겠다며 안철수 후보와 함께 일어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