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관리요? 다른 나라 얘깁니다. 발주처의 묵시적 강요로 비가 내릴 때도 20m 높이에서 안전망도 없이 작업해야 하니까요. 시방서 공정도 지키지 않습니다. 모두 돈 때문이지요"포항시 남구 장흥동 철강공단 2단지 내 성우오토모티브의 석면 슬레이트 지붕 해체를 맡은 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구미의 불산가스 누출사고와 포항 제일테크노스 사망 사고를 계기로 산업계의 안전 불감증이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 5일 찾아간 석면슬레이트 지붕 해체 공사현장. 성우오토모티브 공장 내부에서는 주물 작업이 한창이었다. 건물 안에 설치된 쇠를 녹이는 용광로에선 불길이 치솟고 있는데도, 이 건물 외부 천정에서는 작업자가 석면지붕을 해체하고 있었다. 안전망도 허술하게 설치돼 '날림공사'에 대한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한 업체에 따르면 지난 9월 중순 이 현장 천정 외부에서 석면 해체 작업을 하던 30대 근로자가 슬레이트가 파손되면서 10여m 아래로 추락해 신장과 간 등이 파열하는 중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다행히 사고자는 25m 높이의 바닥까지 떨어지지 않고 건물 내 중간 난간에 걸려 목숨은 건졌지만, 아찔한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당시 사고를 목격했다는 A씨는 "건물 내부에 용광로를 비롯한 설비가 많고 내부 온도가 높기 때문에 안전망 설치가 쉽진 않지만, 그럴수록 안전망은 꼭 설치했어야 했다"며 "석면 해체나 지붕 설치 작업을 마칠 때까지 건물 내부에서는 조업을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안전망 미설치 뿐만이 아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석면이 함유된 천정재를 제거하려면 현장 전체를 비닐로 둘러싼 뒤 못을 하나씩 빼고 차례로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시공업체는 시간과 돈이 훨씬 적게 든다는 이유로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석면 슬레이트 해체 경험이 있다는 한 근로자는 "제거 작업에서 가장 지켜지지 않는 부분이 바로 천정재 철거다. 대부분 망치로 못이 박힌 곳을 부순다"며 "못 하나하나를 빼내면 슬레이트가 파손되지 않지만, 망치로 부수면 추락 위험뿐만 아니라 공기 중 석면의 노출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우오토모티브 관계자는 "안전망 설치가 전혀 안 된 것은 아니다. 본사 건설사업팀이 발주처이기때문에 작업지시를 어떻게 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