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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외교ㆍ국방장관들이 6월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제2차 한미 외교ㆍ국방장관(2+2) 회담'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군의 탄도 미사일 사거리 연장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와 협상 중이며 협의가 꽤 진전된 상태"라고 말했다.
▲ 제2차 한미 외교ㆍ국방장관(2+2) 회담 한미 외교ㆍ국방장관들이 6월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제2차 한미 외교ㆍ국방장관(2+2) 회담'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군의 탄도 미사일 사거리 연장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와 협상 중이며 협의가 꽤 진전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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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아마도 이명박 정부가 한 일 가운데 여와 야, 그리고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을 막론하고 칭찬받고 있는 유일한 정책이 아닌가 싶다. 일각에서는 그 대가로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제(MD) 참여 밀약설을 제기하지만, 미사일 사거리 연장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제시하면 '종북·좌파' '친중 사대주의자'라는 비난을 받지만, 나는 미사일 사거리 연장이 과연 국익에 부합하는지에 대해 여전히 강한 의문을 갖고 있다. 또한 이미 수차례 주장해온 것처럼 MB 정부의 MD 참여는 정권 초기 때부터 은밀하고도 깊숙이 진행됐다고 지적해왔다.  

'선제타격론'과 '핵 억제력 강화론'이 만날 때

미사일 지침 개정 발표 다음날인 지난 8일, 정승조 합참의장은 "전시에 북한의 핵사용 임박 징후가 포착되면 선제타격까지 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연구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북한의 핵미사일이 서울 도심에 떨어지면 수십만 명의 사망자와 수십조 원대의 경제적 손실을 야기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 끔찍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북핵 발사 징후시 선제타격을 통해 수도권을 비롯한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키겠다는 결의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선제타격 실패에 대비해 MD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전혀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안보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미동맹에 북핵은 유사시 최우선적인 타격 대상이다. 거꾸로 북한에게 유사시 '핵 억제력'은 어떻게 해서든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이다. 바로 이 지점에 한반도의 새로운 군비경쟁과 안보딜레마 격화의 위험성이 잉태되어 있다.

한미동맹이 북핵 선제타격 능력과 의지를 강화하면 할수록 북한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핵미사일의 생존율과 억제력을 높이려고 할 것이다. 여기에는 소형 핵탄두 개발 가속화,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의 핵무기 개발용으로 전환, 추가적인 핵실험과 미사일(로켓) 시험 발사, 이동식 미사일 개발·배치, 미사일 생산량 증대, 추가적인 로켓 발사 기지 건설 등이 있다. 북한이 이러한 조치들을 취한다면, 한미동맹과 일본의 군사적 맞대응을 야기해 한반도와 동북아 군비경쟁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될 것이다.

북한이 취하는 방법 가운데 가장 우려되는 것은 '경보 즉시 발사(launch on warning)' 태세를 갖추는 것이다. 북한은 핵탄두를 소형화해 핵미사일을 만들고, 한미동맹의 선제타격 징후가 포착되면 핵미사일을 즉시 발사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어야 상대방을 억제할 수 있다고 믿을 것이다. 이는 냉전 시대는 물론이고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의 핵군비경쟁의 요체이기도 하다.

만약 북한이 이런 조치를 취하면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양측의 '더 빨리' 경쟁이 불가피해진다. 양측은 상대방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될 것이고 이는 오판의 위험을 수반하게 된다. 긴장할수록 실수할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미국과 소련에서 다반사로 일어났듯이 레이더 등 기계의 오작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의 '핵 억제력' 강화론과 남한의 '선제타격론'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일상화될 우려를 배제할 수 없는 까닭이다.

북핵 선제타격론을 제기한 정승조 합참의장이 '전시'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정전협정이 59년째 이어지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반도는 본질적으로 '전시'와 '평시'의 어중간한 상태에 있다. 더구나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전이 보여주듯 '국지전'도 언제든 발생할 수 있고, 남북 양측이 군사 태세를 강화하면서 확전의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진정한 자주의 길, 남북관계 발전에 있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이 개최한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협상 타결에 즈음한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미사일 사진을 들고 있다.
▲ "미사일 사거리 연장 반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이 개최한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협상 타결에 즈음한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미사일 사진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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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주장하고 싶은 것이 있다.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으로 자주국방 역량이 크게 증진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대한 반론이다. 물론 독자적인 대북 억제 능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위에서 설명한 군비경쟁과 안보딜레마의 속성으로 인해 대미 종속성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반도 안보 정세가 악화될수록 한국의 대미 의존도 강화되는 것이 바로 한반도 문제의 기본 메커니즘이기 때문이다.

나는 대북 억제의 필요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되고,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이나 MD 참여는 이러한 오류의 핵심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는 것이다. 또한 남한이 북한보다 10배나 많은 군사비를 쓰고 있고, 세계 최강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으며 그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있다는 현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안은 단호하면서도 적절한 군사적 억제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외교의 조합에 있다. 대북 협상 무용론이 득세하고 있지만, 지난 4년간 6자회담이 한 번도 열리지 않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협상다운 협상은 아직까지 없었다.

미사일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미국 국무부는 10월 9일 브리핑을 통해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은 2001년 이후 북한이 탄도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한 데에 그 원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타결 일보 직전까지 갔던 북미 미사일 협상을 좌초시킨 당사자는 바로 미국의 부시 행정부였고, 이는 미국 민주당도 거세게 비판했던 일이기도 했다.

끝으로 한마디만 덧붙이고자 한다.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는 한반도경제공동체 건설을 골자로 새로운 한반도 비전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지만 분명 한국 경제의 블루오션은 북한을 거쳐 유라시아 대륙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지지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경제협력을 통해 군사안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능주의적 발상은 오늘날 한반도의 현실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것이다. 두 후보 모두 새로운 한반도를 주창하면서도 강력한 군사력에 바탕을 둔 '튼튼한 안보'를 강조하고 이러한 맥락에서 미사일 사거리 연장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능주의적 오류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드는 대목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제 블로그 http://blog.ohmynews.com/wooksik/ 에도 게재됩니다.



태그:#미사일, #MD, #선제타격, #핵 억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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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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