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강원랜드가 태백시의 폐광지에 세워진 오투리조트에 경영회생자금 150억 원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현직 국회의원이 이사회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게 뒤늦게 논란이 되고 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 소속인 해당 의원이 이사진을 회유·협박했다고 비판했고, 해당 의원은 "태백시를 살리기 위한 눈물과 피땀을 오직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구태 정치"라고 반박했다.
민주통합당은 1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염동열 새누리당 국회의원(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이 지난 7월 12일 강원랜드 이사회장에서 이사회가 시작되기 직전 강원랜드의 이사인 김동철 전국광산노동조합연맹위원장과 언쟁을 벌이는 모습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서 염 의원은 김 이사에게 강원랜드가 오투리조트 경영회생자금을 지원하는 데에 찬성표를 던질 것을 부탁했고, 김 이사가 난색을 표했다. 염 의원은 웃는 얼굴로 '찬성을 못하겠으면 기권이라도 하라'고 했고, 김 이사는 "기권을 하든 안 하든 그건 내 소신이야 당신이…"라고 답하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지기 시작한다.
염 의원은 "제가 명령했습니까? 아니 내가 명령을 했어요? 제가 고통을 드린다든지 그런 말을 했습니까?"라고 말했고, 김 이사는 "협박이야? 협박이 아니고 뭐야"라고 응수했다. 염 의원은 자신이 한 말이 부탁이지 협박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고, 김 이사는 찬성을 못하겠으면 기권을 해달라는 말이 협박으로 들린다고 주장했다.
염 의원이 이어 "왜 그렇게 정색을 하고 협박이라고 하면 되겠습니까?"라고 따졌고, 김 이사가 "이 양반이…"라고 하자 "아니 이 양반이라니요"라면서 대화는 단순한 언쟁으로 번졌다. 김 이사가 염 의원을 '당신'이라고 지칭하자 일어서서 "그러지 마시라고요"라고 말했다.
이때 염 의원과 동행한 이한영 태백시의원이 큰 소리로 "이사님! 당신이라니! 국회의원한테!"라면서 "대단하든 안하든 이렇게 부탁을 하러 왔으면… 야~ 참 강원랜드 이사들 대단하다!"라고 외치고 고성을 지르며 몸싸움을 벌이며 현장이 아수라장이 됐다. 염 의원은 다시 "당신이라니!"라면서 김 이사의 팔을 잡아채기도 했다.
해당 영상 원본은 염 의원이 본인 홈페이지에 지난 7월 '오투리조트·동강시스타 회생을위한 강원랜드 이사회서 눈물어린 호소'라는 제목으로 이미 올려놓은 영상이다. 관련 영상을 보면, 염 의원은 이날 이사회장에서 정식 연설을 통해 이사진들에게 기부금 지원 결정을 호소하기도 했다.
염 의원이 이사진들에게 한 연설과 반대표를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사에 대한 설득작업은 공개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지역구 국회의원이 지역경제 회생을 위해 당연히 할 수 있는 일로 여겨진다.
그러나 염 의원은 반대표를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사에 고성을 지르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이사의 팔을 잡아채는 등 고압적인 자세를 취했고, 대동한 시의원까지도 고성으로 해당 이사를 비난하는 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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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동열 새누리당 의원,강원랜드에 150억 기부 강요 <영상제공-민주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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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협박해서 150억 투자 강요" - 염동열 "태백시민 모두 죽이자고?"박기춘 민주당 의원은 "염동열 의원은 이사진을 회유·협박해 150여억 원을 기부금으로 내게 했다.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의 고질적인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국민적 분노를 자아내게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저렇게 협박해서 강원랜드의 150억 투자하게 만든 것은 배임 혐의에 해당되고 그 결과가 오투리조트 부실화됨으로써 나타났다"며 검찰 고발 및 국회 윤리위원회 회부 방침을 밝혔다.
이에 대해 염 의원은 곧바로 성명을 내고 "민주당은 태백시가 출자한 지방공기업 오투리조트를 살리기 위한 눈물과 피땀을 오직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구태정치의 전형을 보여줬다"며 "민주당은 태백시와 태백시민을 모두 죽이자는 것인가? 오투리조트와 함께 하는 120명의 임직원을 죽이자는 것이냐?"고 물었다.
염 의원은 "김동철 이사와는 그날 현장에서 반말까지 들어가면서도 본 의원은 예의와 품위를 갖춰 부탁한 상황"이라며 "민주당이 이사회의 일부 영상물을 근거로 협박과 강요로 사실을 왜곡 과장한 것에 대해 법적으로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염 의원은 이어 "민주당은 태백시와 오투리조트를 살리기 위한 본 의원 및 태백시민, 오투리조트 임직원은 눈물과 피땀을 협박과 강요로 비하한 것에 대해 즉각 사과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