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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의 대선 후보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야권의 대선 후보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 권우성/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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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과 안철수는 커플링을 나눠 낄 수 있을까?

"문재인과 안철수는 커플링 관계다. 양측이 네거티브로 경쟁하면 둘 다 죽는다. 포지티브로 가야 한다.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단일화 경선에서 왜 민주당 박영선이 무소속 박원순에게 졌는지 아나? 네거티브 한 방에 간 거다. 그 꼴을 또 보나? 올 대선의 성격, 잘 봐야 한다."

민주통합당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 진영이 정치혁신의 내용을 둘러싸고 옥신각신 각이 서는 언쟁을 시작하자 "단일화에 난기류가 형성됐다"고 우려했다.

양측이 서로 포용하는 자세로 가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의 전선에서 '돌이킬 수 없는 상승국면'을 만들 수 있는데, 양측이 서로 티격태격하는 순간 국민들은 '정치가 다 그렇지 뭐' 하면서 돌아앉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대로 10월 말까지 가면 양측이 싸우느라 볼 장 다 보는 격이 될 수 있다며 한숨짓기도 했다.

그는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12월 대선 공간이 열렸지만, 결국 김대중-김영삼 단일화 실패로 노태우 반민주정권을 허락한 역사를 잊었냐"며 "25년 만에 다시 역사와 국민이 기회를 주고 있는데 그걸 발로 걷어찬다면 결국 우리는 역사에 씻을 수 없는 대역 죄인들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통합당 고위 인사의 입에서 이토록 격한 문장이 흘러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민주통합당 안에는 안철수 후보와 캠프인사들이 지속적으로 정치혁신을 지렛대로 삼아 민주통합당을 공격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경기 과천의왕에서 전략공천을 받아 당내 경선 없이 통합진보당 후보와 경선했던 송호창 의원이 당 지도부와 상의 없이 탈당 후 안철수캠프로 간 것에 대해서도 적이 화가 난 눈치다.

안철수 캠프의 '현역 의원 빼가기'로 규정되자 당혹한 안철수 캠프에서는 "우리가 그를 모셔온 게 아니"라는 반박이 이어졌다. 송호창 의원의 선택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처럼 양측이 오묘한 신경전을 계속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무소속 대통령 국정운영 불가론' 대 안철수 후보의 '무소속 대통령 가능론'으로 논쟁의 불씨가 발화되면서 양측은 서로가 서로를 압박하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민주통합당에서는 그 논쟁의 불을 처음 놓은 것은 안철수 후보라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혁명적 실험' 중이라는데... 안철수는 '새 정치' 계속 강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9월 19일 오후 충정로 구세군아트홀에서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9월 19일 오후 충정로 구세군아트홀에서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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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는 지난달 19일 출마선언 당시 단일화의 조건으로 정치혁신을 걸었다. 그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이 두 가지"라며 "첫번째는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이 중요하고, 두번째는 국민이 그것에 동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 후보는 "지금 두 가지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단일화 논의를 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특히 안 후보는 "정치쇄신을 시대의 숙제"라고 규정했다. 이뿐 아니다. 최근에는 '정권교체보다 새 정치가 상위개념'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지난 4일 전북 전주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권교체보다 새 정치가 상위개념"이라며 "새 정치에 대한 열망만은 확실하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나왔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미션은 "정치시스템 자체에 대한 개혁이라고 본다"며 "정치쇄신 가이드라인을 준다는 건 건방진 것 같고 구체적으로 이런 제도들이 도입됐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했다.

실제 민주통합당 내부는 스스로 정당쇄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대목이 있기 때문에 안 후보의 이 같은 주장에 매우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우상호 문재인캠프 공보단장은 지난 8일 선대위원장단과 고위전략회의 명단을 발표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이 대선캠프를 이렇게 혁명적으로 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대선캠프를 수직적 형태가 아닌 수평적 네트워크 형태로 거버넌스를 하겠다는 결정을 어떻게 내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와 민주통합당이 어떻게든 정치쇄신의 알곡을 채우려는 노력이라고 평가해달라는 주문도 덧붙였다. 

정당조직에 포함되지 않고 분명한 세력적 기반이 눈에 띄지는 않지만 여론조사에서 꾸준한 지지를 받고 있는 안 후보의 정치쇄신 주장은 실제 민주통합당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안철수의 정치쇄신론'을 지렛대로 민주당의 변화를 담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에 민주통합당에 약이 된다고 보는 시각도 실제 존재한다.

민주통합당과 문재인 후보는 당내 새정치위원회를 통해 정치쇄신의 내용적 측면을 세우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치쇄신은 인적 청산부터 시작된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에 그동안 정치권에 몸을 싣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인사의 기용을 통해 당이 완전히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해보겠다는 뜻이다.

실제 당내 모든 일에 입김을 불어넣어 전략을 좌지우지했던 당 지도부와 대선경선 후보들을 고위전략회의로 빼서 지방 등을 돌아다니며 표몰이를 하도록 배치한 것을 포함, 사실상의 모든 권한을 선대위원장단 10명에게 일임하고 세력적으로는 친노 인사들을 비서실로 후진시키고 반드시 논의가 필요한 지점에서만 '협의제' 형태로 토론해 결정하는 시스템을 들인 점도 민주통합당의 '정당혁신' 중 한 대목이라고 당 관계자들은 평가하고 있다.

당 관계자들은 문재인 후보가 선거대책위원장단의 당내 인사들을 일하는 4050세대로 정한 것도 개혁의 한 수단이라고 보고 있다. 김부겸, 박영선, 이인영 전 최고위원 같은 실무형 전략가들이 이번 대선의 전면에 나선 것은 민주통합당의 세력교체와 세대교체를 동시에 갖고 있다는 뜻이 된다는 것이다.

김민영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비롯해 김영경 청년유니온 대표,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등 젊은 시민사회 인사들을 전진 배치한 것도 민주통합당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안 후보가 지속적으로 정치쇄신을 빗대 민주통합당을 공격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튀어 나온다.

민주당과 안철수 목표가 다르다면, 다음 스텝은 '전쟁'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전북 정읍시 고부면 관청리의 유기농 쌀 재배단지를 방문, 벼베기 일손을 도운뒤 농민들의 고충을 듣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전북 정읍시 고부면 관청리의 유기농 쌀 재배단지를 방문, 벼베기 일손을 도운뒤 농민들의 고충을 듣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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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안철수 캠프와 우리의 목표(정권교체)가 같다면 그쪽에서 그 어떤 말을 해도 우리는 감내할 수 있"지만, "만일 그분들의 목표가 우리와 다르다면 그때부터는 전쟁"이라고 복선을 깔았다.

민주당과 안철수는 동반자의 관계라는 인식이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을 구닥다리 낡은 정치집단으로 매도하면서 도저히 함께 할 수 없는 정치집단으로 몰아세우면서 네거티브 공세를 이어간다면 민주당에서도 안 후보에 대해 '동반자적 인식'을 갖기 어렵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정치혁신을 말할 때도 민주당도 노력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새로운 정치와 비전을 위해서라면 좀 더 노력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식이라면 OK지만, 지난 총선 공천에 책임 있는 당 지도부가 아니라 민주당의 모든 구성원들이 마치 전부 구닥다리인 것처럼 딱지를 붙인다면 어떻게 함께 할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민주당 안에도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정치인들이 있다는 인식이 있을 때만 함께 할 수 있다는 전제도 깔았다. 

특히 이 관계자는 "안 후보가 이번 대선의 전선을 신구 세력구도로 몰고 가면서 민주당을 아주 '올드한' 정당으로 만들고 있다"며 "신구 구도로 몰면 안 후보가 분명 비교우위에 서겠지만 결국 양측은 서로 갖지 못한 단점을 보완해 가면서 상호 결합해야 승산이 있는 게임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제대로 해내지 못했던 정당쇄신의 내용적 측면을 달성해내고, 안 후보는 자신이 갖고 있지 못한 정당 문제와 수권능력의 복안이 있다는 것을 내용적으로 받쳐줘야 국민들이 양측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정권교체가 가능하게 만들어줄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대중에게 민주당은 아주 낡은 '올드 보이'고. 안철수는 아무런 세력적 기반 없이 나대지에 홀로 선 사람으로 평가받는 순간 이번 대선은 '박근혜 만세'로 끝난다"며 "결과적으로 양 측은 더 큰 민주정당을 만들고 역사적으로는 성공한 정부의 기록을 남겨야 할 운명에 처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는 양측이 서로 더 크게 경쟁하면서 여론조사의 격차를 벌려놔야 한쪽이 한쪽에게 승복할 수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양측이 비등비등하게 간다면 그 어느 쪽도 물러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 자체로 단일화하기 곤란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야권 지지성향 유권자들은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선의를 믿고 언젠가는 양측이 단일화를 하겠지 하고 막연하게 생각하지만, 결과적으로 양측이 정치공학에 따른 계산을 하게 된다면, 단일화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태그:#문재인, #안철수, #야권 단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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