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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사진은 오마이뉴스 2012-10-13일 교육란의 기사 제목들을 캡쳐한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전망해 본다. 우리나라 중등교육의 낙후성을 말해주는 아래와 같은 제목의 기사들이 생산되는 빈도가 다음 정부에서는 줄어들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예컨대 우리는 언제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장기투자를 거쳐 학문 분야의 노벨상을 탈 수 있을까, 정치인들의 뇌물수수 관행은 언제 종결될 것인가, 우리나라에서 진보적 가치와 그 인물들의 지위는 언제나 위태로워야 하는가 하고 자문하게 된다.

제목 몇 가지를 캡쳐 한 것.
▲ 오마이뉴스 2012-10-13일 교육란 제목들 제목 몇 가지를 캡쳐 한 것.
ⓒ 신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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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중국의 북한경제에 대한 사실상의 독점적 지배 및 한국의 고대 역사를 점유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언제까지 방관할 것인가, 우리는 언제 한반도의 지정학적 한계를 넘어서 외교역량을 발휘할 것인가, 언론이 정치로부터 진정 독립하여 정치를 견제함으로써 사회발전을 도울 수는 없을까, 교육계의 권력남용과 성범죄 등 부정행위들이 언제 시정될 것인가, 학생자살에 대해 우리는 언제까지 일회성 헤프닝으로 치부할 것인가 등에 이르기까지 한계상황에서 제기되는 의문이 끝없이 이어진다.

요컨대 우리는 국가의 성장 잠재력, 창의성의 계발, 중장기 발전전략 등을 위해 천착해가면서 고민하고 대응하기 보다는 빠르게 나타나는 실적, 눈에 보이는 실적, 사회보다는 나에게만 집중된 실적에 집착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지금 한국인들이 해외에서 기부활동을 하는 빈도와 그 숫자가 늘고 있다는 희망적인 사례도 있으나 국내의 정황은 아직도 개선할 부문들이 너무도 많다.

학교교육이 이러한 사회모순에 총괄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은 없을까? 적어도 그 대안은 정의와 부정, 진실과 거짓에 대한 구분능력과 선을 지향하는 의지를 배양하는 것 즉 교양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교양은 '철학교육'을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습득될 것이다. 여기에는 역사와 문학고전을 읽히는 것이 동시에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선진국에서 철학, 역사, 문학, 수학이 고교 필수과목으로 지정된 것도 이 과목들이 상호 연결되어 기초소양을 길러주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교양이 갖는 사회적 영향력에 주목하여 학교교육의 기본 전제를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 교과서와 참고서에 갇힌 교육에서 탈피하여 인간과 사회를 성찰하는 '교양교육' 중심으로 이동해야 할 것 같다.

물론 우리 교육계에서 '열린교육', '전인교육', '창의교육', '인성교육' 등의 구호를 써왔다. 하지만 이러한 구호는 실체없는 개념들로써 지속적으로 입시현실을 가리는 차단막 역할을 해왔다. 지금은 학생과 교사들이 스스로가 창의적이고 인성적인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 대학입시 수시전형에 대비하여 이른바 '스펙'을 쌓기 위한 활동들이 이를 조장하고 있다. 이 결과는 학생들의 생활기록부를 풍부하게 해준다고 믿는다.

스펙쌓는 활동이 아니어도 학교현장에는 업무가 많았는데 더 늘고 있는 것이다. 교사들이 수업준비, 학생들의 과제물 처리, 전공서적 읽기 등 교사들의 본래의 할 일의 중요성을 망각하게 만들 정도로 글쓰기 대회, 각종 캠프활동, 토론대회, 교내외 행사 기획 등을 위한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 그리고 '교육'보다는 '업무'에서 보람을 느끼는 일종의 가치전도(價値傳倒) 현상이 자리잡고 있다.

철학은 학생들로 하여금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진실에 대해 매력을 느끼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보여진다. 플라톤이 쓴 책 '프로타고라스'에서 소크라테스는 그와 반대견해를 지닌 저명한 상대주의 철학자인 프로타고라스를 정연한 논리로 논박하는 장면이 나온다. 소크라테스는 '덕(德)'이 가르칠 수 있는가 없는가'의 논의주제와 관련하여 결국은 타협에 이른다. 이 고전 한 권만으로도 소크라테스의 지적 열정, 상대주의 철학의 성격, 타협의 절묘한 논리와 즐거움 등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한국의 고교에서는 이러한 종류의 고전을 읽고 발표, 토론하는 기회가 극히 드물다. 교육 선진국에서 적어도 주요 고전을 읽는 빈도가 높다는 사실은 너무 잘 알려져 있으나 한국에서는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학교현장에 고전의 독서가 들어설 여지가 없다. 일전에 문고판 형태의 이 책을 고교생에게 읽혀 본 결과 학급에서 2~3명이 소크라테스의 철학적 논의에 대해 재미있게 접했다고 했다. 우리도 여건이 주어지면 얼마든지 아이들을 똑똑하게 성장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일탈적 행동도 적지않게 예방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던 기회였다.

학생들이 철학과목을 배우고 사회에 나가면 언론이 정치에 대해 공정하게 견제함으로써 진실을 존중하고자 하는 의지를 길러줄 것이며, 진실왜곡의 하나인 역사왜곡에 대해서도 이를 방관하지 않도록 만들어 줄 것이다. 그러면 중국의 역사왜곡 및 한국의 독재정치 은폐에 대해서도 철학의 주무기인 '회의' 즉 '의심'의 시선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철학적 소양을 키운 인물들이 시민이 되고 시민 중에서 정치인이 배출되는 풍토가 우리의 미래가 되어야 할 것 같다. 그러면 검사, 판사들의 수고를 덜어줄 것이며 나아가 법 만능의 왜곡된 풍토를 시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빈발하는 사회 및 교육계의 불공정 행위를 보면서 인문학의 핵심적 가치를 제공하는 교양교육으로서 철학교육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프랑스가 인문계 고교의 이과계열에서 주당 3시간, 경제사회계열에서 주당 4시간, 문과계열에서 심지어 주당 8시간을 배정하는 것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영수 과목만 주당 4시간이 배당되어 다분히 입시만을 준비하는 실정이다. 프랑스와 독일이 대학입시에서 철학문제를 논술로 치르는 것도 이유가 있을 것이며, 북서유럽 지역의 학교에서 시험은 모두 논술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미국 중고교에서 독서를 많이 시키고 리포트도 많이 요구하는 것도 이유가 있다. 이 이유들이 모두 철학적 소양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태그:#고교 철학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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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에 교육평론 45편 정도 기고했으며, 현재 인천교육청 공립 대안교육 자문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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