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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반대 주민들을 격려하는 문정현 신부.
 골프장 반대 주민들을 격려하는 문정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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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는 13일 홍천군과 춘천시 등지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2011년 4.27재보궐 선거 당시 골프장 반대 주민들에게 약속한 '문제 있는 골프장 전면재검토' 공약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집회는 전국에서 모여든 각계 참가자들이 오전 10시 30분 홍천군 내 골프장 개발 지역을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오후 2시께 춘천역에서 생명평화 어울림이 열렸고, 오후 5시께 춘천역에서 강원도청 앞까지 거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는 강원도 홍천군, 강릉시, 원주시, 춘천시 등 골프장 반대 지역 주민들을 비롯해, 용산참사회 어머니, 쌍용차 노동자, 문순C 지지자들과 각계 종교인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춘천역 앞 광장에서 "골프장 반대"를 외치고 있는 집회 참가자들.
 춘천역 앞 광장에서 "골프장 반대"를 외치고 있는 집회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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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는 집회에서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2011년 4.27 보궐선거 당시 '주민이 반대하는 골프장 개발은 반대한다. 불·탈법 의혹이 제기된 골프장 대상지는 전면 재검토 하겠다'며 골프장 피해주민과 협약을 맺었으나 취임 1년이 지난 현재 주민과의 약속을 저버렸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날 발표한 선언문에서 "오래 전 이미 강원도에서는 크고 작은 골프장 40여 개가 만들어지면서 주민들과 뭍 생명들은 큰 고통을 받아왔다. 그런데 최근 50여 개가 더 개발되면서 우리의 인내심은 한계에 이르렀다"며 "최문순 도지사는 골프장 전면 재검토 공약을 즉각 이행하고 2012년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은 강원도 골프장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강원도 골프장 난개발 반대 주민들은 현재 강원도청에서 350여 일째, 강릉시청에서 360여 일째, 그리고 홍천군청에서 50여 일째 노숙 농성을 벌이는 등 장기간 골프장 반대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최문순 도지사에게 보내는 '골프장 반대 의견' 엽서.
 최문순 도지사에게 보내는 '골프장 반대 의견' 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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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생존권 위협하고 환경 파괴하는 골프장 건설 중단"

이날 춘천역 앞 집회에는 '2012 생명평화대행진'을 이끌고 있는 문정현 신부가 참석해 강원도 골프장 반대 주민들을 격려했다. 지팡이를 짚은 채 연단에 오른 문 신부는 먼저 "산 깎아 골프장 만든다고 밥 먹여주나, 있는 놈 노는 놈들이 왜 가난한 사람들 고통 줘가며 (골프장을) 만들어야 하나"고 말했다.

문 신부는 "(골프장 등은) 자본가와 권력이 제 배를 채우기 위해 만드는 것으로 우리가 이것을 거부하고 이 고리를 끊지 못하면 우리뿐 아니라 후손까지 노예로 전락할 수 있어 곳곳에서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 신부는 "최문순 지사님에게 기대 많이 했다"며 "하지만 대선 전에 골프장 문제 해결하지 않으면,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2012 생명평화대행진'은 '강원도 골프장 건설 중단' '제주 해군기지 백지화' '핵발전 폐기' '비정규직-정리해고 철폐' '강제철거 금지' '4대강 회복과 상생' 등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다. 지난 4일 제주도 강정을 떠나, 오는 11월 3일 서울시청광장에 도착해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평화대행진은 24일에는 삼척-동해, 25일에는 춘천-홍천, 26일에는 원주-여주 등지를 방문할 예정이다.

"강원도 골프장은 여의도 32배"
 "강원도 골프장은 여의도 32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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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신부에 이어 연단에 오른 전국농민회총연맹 이관석 의장은 "우리나라 식량자급률(2011년 기준)이 22.6%이다. 이런 상태에서 골프장 만든다고 농민 내몰고, 강정에서 어민 내몰고, 도심에서는 노동자들이 내처지고 있다"며 "전농은 식량자급률이 22.6%밖에 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골프장 더 짓는 일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강릉시 구정리 골프장반대대책위 조승진 부위원장은 "강릉 구정리에서는 골프장 반대 투쟁이 5년째이다. 강릉시청에서 농성을 시작한 지 1년을 맞고 있다"며 "(최문순 도지사에게) 골프장 조성 사업 중에 저질러지는 불법과 탈법을 알려주고 이 문제들을 해결하라고 해도 늘 내 권한 밖이라거나 내가 허가를 내준 일이 아니라고 변명만 일삼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 부위원장은 "경기도에서는 김문수 도지사가 미산골프장 승인을 취소하고 인천에서는 송영길 시장이 계양산 골프장을 취소했는데 강원도에서는 하나도 취소한 사례가 없다"며 "그곳에서는 우리보다 더 작은 문제를 가지고도 취소했는데 왜 최문순 도지사는 강원도 골프장에서 저질러지는 불법과 탈법에 변명으로만 일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예전처럼 일상 생활 유지하고 싶다"

조 부위원장은 "칠팔십 살 먹은 어머니 아버지들이 강원도청 노숙농성장에서 지난 겨울을 났는데 올해 또 그곳에서 겨울을 나게 됐다"며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골프장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여러분의 지지가 큰 힘이 된다. 더 많은 힘을 실어 달라"고 부탁했다.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는 지역 대책위 위원장들.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는 지역 대책위 위원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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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의 발언이 끝난 뒤에는 지역 대책위 위원장들과 부위원장들의 머리카락을 깎는 삭발식이 진행됐다. 삭발식이 진행되는 도중 마이크를 잡은 홍천군 월운리 골프장반대대책위 조인자 부위원장은 "지역에서 골프장 싸움이 5년째이고, 도청에서 노숙농성을 한 지 345일째를 맞고 있다. 그 바람에 올해는 성묘도 가지 못했다"며 "골프장이 뭐기에 이렇게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망쳐놓는지 모르겠다"며 울음을 터트렸다.

조 부위원장은 "최 도지사는 이 문제, 이 고통을 어떻게 해줄 건가"라고 묻고 나서, "우리가 돈을 요구한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먹을거리 생산한다는 자부심으로 농사를 지어 왔다. 예전처럼 일상적인 생활만 유지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소연했다.

상여를 앞세우고 거리 행진을 벌이고 있는 집회 참가자들.
 상여를 앞세우고 거리 행진을 벌이고 있는 집회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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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참가자들은 1부 행사가 끝난 뒤에는 2부 행사로 춘천역에서 도청앞까지 거리 시위를 벌였다. 참가자들은 행진 도중 "주민생존권 위협하고 환경파괴 일삼는 골프장 건설 중단하라" "최문순 도지사는 골프장 공약 즉각 이행하라" "부자들의 놀이터 골프장 건설 반대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강원도청 앞에서 정리 발언에 나선 박그림 공동대표는 "오늘 집회에 참가한 여러분 덕에 골프장 반대 주민들이 큰 힘을 얻게 됐다"며 "우리는 외롭지 않다. 끝까지 내 땅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박 대표는 "앞으로는 도청 건물에 '주민 여러분, 골프장 설치 모두 취소했습니다', '도지사는 여러분의 심부름꾼입니다'라는 문구가 내걸리고 도청에서 도지사와 만나 올해 가을걷이는 어떻게 됐는지 등을 이야기하는 때가 오기를 원한다"며 "여기에서 피맺힌 외침이 더 이상 없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도청 철문 안으로 들여다 보이는 노숙농성장(검은 천막).
 도청 철문 안으로 들여다 보이는 노숙농성장(검은 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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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앞 마무리 집회 중 불타는 상여.
 도청 앞 마무리 집회 중 불타는 상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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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최문순, #강원도 골프장, #골프장 난개발, #강원도청, #홍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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