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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정권 붕괴의 도화선이 됐던 부마민주항쟁 관련 단체가 17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부마민주항쟁 부산동지회는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후보의 국민대통합의 길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한광옥 새누리당 국민대통합위 수석부위원장은 "국민대통합위에서 부마민주재단 설립을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감사를 표했다. 앞서 하태경 국민대통합위 간사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정확한 진상규명과 피해자 및 유족들의 명예회복 작업을 위해 부마민주주의재단 설립을 위한 특별법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후보가 부마민주항쟁 희생자 및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표하며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을 약속한 지 사흘 만에 구체적 방안이 나온 것. 이에 부마민주항쟁 관련 단체가 '지지 선언'으로 화답하며 '국민대통합'의 그림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부마민주항쟁 관련된 다른 단체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은 상태다. 현재 부산과 마산에는 사단법인 형태로 부마민주항쟁 기념사업회가 따로 있다. 이들은 부산과 마산 양 측의 입장을 조율해 부산동지회의 지지 선언에 대한 입장을 따로 내기로 했다. 박 후보가 진짜 '과거'와 화해했는지에 대해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진정성 두고 토론 거쳐 지지결정... 특별법 제정돼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5일 오후 경상남도 창원 마산올림픽기념관에서 열린 경남선대위 발대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마친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박 후보는 인사말 중 "내일(16일)이 부마민주항쟁 기념일이다, 민주화를 위해 희생하고 피해를 입은 분들께 깊은 위로를 드린다"며 "정리가 안 된 진상규명과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저와 새누리당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5일 오후 경상남도 창원 마산올림픽기념관에서 열린 경남선대위 발대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마친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박 후보는 인사말 중 "내일(16일)이 부마민주항쟁 기념일이다, 민주화를 위해 희생하고 피해를 입은 분들께 깊은 위로를 드린다"며 "정리가 안 된 진상규명과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저와 새누리당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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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부산동지회 회원은 모두 6명이었다. 이들은 부산동지회 회원 15명과 마산동지회 8명의 이름이 적힌 성명서를 낭독하며 박근혜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부산동지회의 노승일 회장과 이일호 부회장은 이미 새누리당 국민대통합위 위원으로 임명된 상태였다. 이 부회장은 지난 4·11 총선 당시 한국시민단체협의회 충청권 우파후보 단일화 추진운동본부의 본부장을 맡은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피해자들인 우리들보다 가해자들이 과거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피해자들의 실질적인 명예회복에 앞장서 역사적 화해가 이뤄지기를 지난 수십 년 동안 기대해왔다"며 "지난 9월 24일 밝힌 박 후보 (과거사 사과) 연설의 진정성과 내용에 대해 많은 토론을 거쳐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이 박 후보의 진정성과 약속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박 후보의 '부마민주항쟁 관련 진상규명 약속'을 거론하며 "(이것이) 정치적 수사로 끝나지 않고 진정성을 가지려면 부마민주항쟁의 진상규명과 함께 피해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명예회복과 피해보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꼭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이제 21세기에 진입한 우리 국가가 구현해야 할 시대정신은 국민대통합"이라며 "박 후보의 사과와 약속이 그러한 통합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두 눈을 부릅뜨고 '박 후보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토대로 더 발전된 민주주의를 완성해 갈 것인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동지회는 자신들이 부마민주항쟁의 당사자임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부산동지회는 지난해 4월쯤 결성됐다"며 "(부마민주항쟁 기념사업회는) 당사자 참여가 적고 주로 비관련자들이 활동했다, 특별법 제정을 위한 내부기구를 돌연 해산시키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당시 군사재판을 받았던 사람이 232명인데 속속 관련자들이 모이고 있다"며 "34년 동안 간과돼 있던 문제라 (당사자를 모으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덧붙였다.

부마민주항쟁 기념사업회 측 "공식 입장 밝히겠지만, 불쾌하다"

그러나 부마민주항쟁 기념사업회 측은 이 같은 주장에 강하게 반박했다. 김광수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부마민주항쟁 관련자가 1600명이다, (부산동지회가) 부마항쟁의 대표인 양 행사한다는 게 불쾌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사무처장은 "공식 입장은 부산과 마산에서 서로 연락해 내놓겠지만, 사무처장으로서 생각을 밝히자면 사단법인체가 공식적으로 존재하는데 자신들이 동지회를 결정하고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부마항쟁을 팔아먹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 후보는 부마민주항쟁 당시 '퍼스트레이디'로 가해자 중 하나인데 지난 15일 '위로'란 표현을 쓴 건 가해자가 아닌 제3자적 시점으로 부마민주항쟁을 본 것"이라며 "정치의 계절, 선거를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해 (부마민주항쟁을) 끼워 넣었다는 인식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태그:#박근혜, #부마민주항쟁, #과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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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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