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 공대위에서 직접 계산했다. 정수장학회가 MBC 주식을 팔아서 전국 대학생 반값등록금 지원이 가능한지 말이다. 1인당 만 원정도 지원할 수 있다고 한다. MBC 지분 전체의 30%를 판 돈으로 대학 등록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이건 사회환원이 아니다. 정치적인 쇼다."송재영씨는 이같이 지적했다. MBC 주식 매각 대금으로 전국 대학생 반값등록금을 지원하겠다는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의 발언을 두고 한 말이다. '정수장학회 공동대책위원회'(위원장 한홍구·이하 공대위) 소속 상근활동가인 그는 공대위에서 논평을 내며 분석한 내용을 근거로 최 이사장의 발언을 정면 비판했다. 송씨는 "이제 정수장학회는 사회환원만으로 안 된다, 해체한 뒤 공립 장학재단으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씨를 포함한 공대위 소속 활동가들은 17일 오후 7시 서울 정동 정수장학회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고 정수장학회 해체를 요구했다. 20여 명의 참가자는 최근 '최필립-이진숙 대화록' 공개로 논란이 된 정수장학회 언론사 주식 매각 추진과 관련해서는 최 이사장과 김재철 MBC 사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참가자들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게도 이번 사태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후보는 대화록 논란이 일자 "정수장학회는 나와 상관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 이사장과 이름이 같아 곤혹을 치르고 있다는 이필립(72)씨는 "정수장학회와 박 후보의 관계가 밀접하다는 건 세 살 어린아이도 아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박 후보는 수년 동안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역임했고, 본인의 후임으로 직접 최필립 이사장을 지목했다"며 "본인이 데리고 온 사람이 일으킨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대위 소속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도 박근혜 후보가 책임지고 정수장학회 해체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강택 위원장은 "나와 무관하다는 박 후보의 발언을 듣고 황당했다"며 입을 뗐다. 그는 "박 후보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정수장학회를 강탈했다는 건 이미 인정된 사실"이라며 "이를 두고 상관없다고 말하는 건 사실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최필립 이사장은 '대선 앞두고 정치적으로 한 건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따라서 최 이사장의 언론사 주식 매각 추진을 박 후보와 상관없다고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박 후보는 평소 '원칙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장물은 돌려주는 게 원칙"이라며 정수장학회 관련 박 후보의 책임을 강조했다.
이강택 "정치권력이나 대자본이나 기득권세력... 언론 독립성 훼손할 것"
또한 그는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지분 매각 추진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과 김재철 사장, 박근혜 후보와 최필립 이사장의 언론 인식이 명확하게 드러난 대목"이라고 진단했다. 이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는 수시로 MBC 민영화를 시도했다"며 "정치권력으로 통제하는 게 어려워지니 이제는 자본으로 통제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MBC 민영화를 최 이사장에게 먼저 제안했다는 김재철 사장은 지난 16일 방송문화진흥회 임시이사회에 참석해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을 통해 추진하려고 한 것은 민영화가 아니다, 정치권력에 제약받는 지배구조를 개선하고자 했다"고 반박한 바 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정치권력에 흔들리지 않는 언론 지배구조를 만드는 방법으로 대자본을 끌어들이는 것밖에 없나 싶다"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지금 정치권력이나 1% 대자본이나 마찬가지로 기득권 세력"이라며 "민영화가 이뤄져도 언론의 독립성을 해치는 구조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