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미술관이 된 반곡 간이역
 미술관이 된 반곡 간이역
ⓒ 박도

관련사진보기


미술관이 된 간이역

 반곡맘 알림판
 반곡맘 알림판
ⓒ 박도

관련사진보기

10월은 문화의 달이라고 할 만큼 여러 행사가 많다. 특히 올 10월은 유난히 맑고 찬란하다. 아마도 지난 여름이 무더웠던 데다가 오랜 장마와 잦은 태풍 뒤끝이라 더욱 찬란한 지도 모르겠다.

박명수 화백은 강원도로 내려와 살면서 새로 사귄 분으로 내가 큰 빚을 지고 있다. 서울을 떠나 안흥산골마을에서 고양이 카사를 키우다가 원주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 그분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카사는 내가 늘그막에 사귄 애물단지로 지금도 그놈을 생각하면 그리운 마음에 눈물이 쏟아지곤 한다. 이따금 박 화백에게 전화를 하는데 주로 카사 안부를 듣고자함이다.

엊그제 박 화백이 원주시 반곡동 간이역에 있는 반곡역갤러리에서 제3회 '반곡맘전'이 있다고 초대했다. 요즘 새로운 작품 집필을 시작한 뒤 집안에서만 맴돌았는데 머리도 식힐 겸 따라 나섰다.

반곡역은  아직도 1942년 개통 당시의 본래 모습을 간직한 중앙선 간이역으로 이즈음에는 승객은 일체 없고 다만 상하행 열차가 이 역에서 잠시 비켜가고 있을 뿐이다. 일제강점기 때에는 광산, 농산, 임산물을 실어 나르는 중앙선의 한 역으로 하루 승객 700여 명이 이용했지만 이농 현상과 이즈음 도시개발로 인해 승객이 없어지자 문화의 공간으로 거듭난 간이역이 되었다.

박명수 화백은 반곡역갤러리 명예원장으로 반곡맘 회원들을 지도하고 있는 바, 해마다 10월에는 정기전시회를 갖는데 올해가 3회라고 했다. 신인수(67) 회장에게 반곡맘회 소개를 부탁했다.

 음악과 그림이 어울어진 반곡맘 야외전시장
 음악과 그림이 어울어진 반곡맘 야외전시장
ⓒ 박도

관련사진보기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부부

 반곡맘 미술인회 신인수 회장
 반곡맘 미술인회 신인수 회장
ⓒ 박도

관련사진보기

'반곡맘'은 원주에 사는 그림을 사랑하는 동호인의 모임으로 한 달에 두어 차례씩 반곡역 언저리에 모여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처음에는 대부분 어머니들이라 반곡맘은 '반곡어머니 모임'이라는 뜻이었지만 지금은 회원 가운데 남성도 있기 때문에 '반곡의 마음'이 되었다 한다. 현재 회원은 모두 19명이라고 했다.

이날 전시회에는 원주시 소리샘 동아리 회원의 조촐한 축하 연주까지 곁들여 더욱 정감 있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따금 열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운치를 북돋우며 만추 간이역 미술관의 그윽한 야외 전시장에 팡파르를 울리는 듯했다.

박명수 화백은 "모든 국민이 그림을 그린다든지, 음악을 즐긴다든지, 글을 쓰는 등 예술행위를 하거나 즐길 때 우리나라가 비로소 문화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오프닝 말에 이어 각 회원들의 자작 그림에 대한 해설이 있었다.

하나 같이 아마추어 수준을 넘은 수작이었는데, 내 눈에는 '부부'라는 작품이 가장 마음에 닿았다. 부부의 자화상을 스케치한 김혜영 화가에게 물어보았다.

 자화상 앞에 선 어느 행복한 부부
 자화상 앞에 선 어느 행복한 부부
ⓒ 박도

관련사진보기


- 왜 부부를 화제로 삼았습니까?
"그냥요."

- 그림을 그릴 때 어떤 마음이었나요.
"처음에는 사랑하는 마음과 미워하는 마음이 반반이었는데, 그림을 그리는 사이 미워하는 마음이 사라지더라고요."

- 그림 속의 여인이 젊습니다.
"저의 젊은 날을 그려보았습니다. 왜 있잖아요. 나이는 먹어도 마음은 청춘이라는 말…."

아내의 그림 옆에 선 남편 이기룡씨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축하객의 박수를 받았다. 순간 나도 그 그림 속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반곡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