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선거캠프 민원실에서 안 후보에게 정책제안과 민원 등의 걸려오는 전화를 담당하며 자원봉사자로 나선 최병윤·박세훈씨.
이날 최 씨는 "사회에 진출하는 학생들이 한번 실패하면 만회할 기회가 좀처럼 없다며 한번 실패 하다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가 이번 대선을 통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고 말했다.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선거캠프 민원실에서 안 후보에게 정책제안과 민원 등의 걸려오는 전화를 담당하며 자원봉사자로 나선 최병윤·박세훈씨. 이날 최 씨는 "사회에 진출하는 학생들이 한번 실패하면 만회할 기회가 좀처럼 없다며 한번 실패 하다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가 이번 대선을 통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고 말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17일 오후 서울 공평동 안철수 캠프 민원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중년 남성이었다. 다짜고짜 "박선숙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바꿔 달라"고 말했고, 자원봉사자 최예지나(24)씨는 "무슨 일로 통화를 하려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 중년 남성이 말했다.

"안철수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키고 싶으면, 당장 전화 바꿔."

최씨가 "구체적인 내용을 제게 말해주면, 전달하겠다"고 하자, 이 남성은 "안철수 후보는 대통령이 될 생각이 없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최씨는 "대통령은 유권자가 뽑는 것"이라고 응수하자, 이 남성은 이내 전화를 끊었다. 민원실로 종종 걸려오는 '진상 민원인'인 셈이었다.

진상 민원인과 씨름하는 일은 고달프다. 캠프로 직접 찾아오는 진상 민원인도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민원인도 있다. 이렇듯 민원실은 안철수 후보와 국민이 소통하는 최전선이다. 안 후보는 민원실을 두고 "국민의 부름을 받아 출마했기 때문에,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하고 정책도 그 과정을 통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원실은 안철수 캠프만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양대 정당 다른 후보 캠프에는 민원실이 없다. 특히, 민원실이 모두 순수 자원봉사자로 구성됐다는 것 역시 색다르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원봉사자로 캠프에 합류한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12월 19일 이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안철수 캠프의 핵심 공간인 민원실은 어떻게 운영될까. 기자는 17일 하루 동안 자원봉사자 자격으로 캠프에서 일했다.

다니던 회사 그만두고 자원봉사..."기성 정치인과 다르다"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선거캠프에서 자원봉사자로 나선 김수협씨가 직접 가지고 온 꽃으로 민원실인 카페를 화사하게 꾸미고 있다.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선거캠프에서 자원봉사자로 나선 김수협씨가 직접 가지고 온 꽃으로 민원실인 카페를 화사하게 꾸미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오전 9시 민원실인 '진심 카페'에 들어섰다. 진심 카페는 캠프 5층 사무실 한 가운데를 카페 형식으로 꾸민 장소다. 아기자기한 의자와 탁자들이 놓여있다. 기자는 안내데스크에 자원봉사 신청서를 제출한 후, 박인복 민원실장으로부터 '자원봉사' 비표를 받았다. 한 자원봉사자가 "경쟁률이 10대 1"이라고 귀띔해, 은근히 부담을 줬다.

민원실에서 근무하는 자원봉사자는 모두 40여 명이다. 박인복 실장을 비롯한 8명은 캠프 한 편 유리 칸막이 안 사무실에서 실무를 맡고 있다. 이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일한다. 20여명은 카페에서 직접 찾아오는 민원인을 상담하고, 나머지 10여명은 전화 응대를 맡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술자리 한 번 가지지 못했을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하루 100여 명의 민원인, 200여 통의 전화, 100여 통의 우편·팩스를 통해 민원을 접수하고 있다. 민원과 고충처리 상담이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나머지 30%를 정책 제언을 위해 민원실 문을 두드린다. 민원은 모두 접수된다. 캠프 각 부서로 전달되고, 민원인들에게는 처리 결과를 알려준다.

민원인은 주로 점심시간 전후로 많이 찾아온다. 오전 진심 카페는 여유로운 분위기다. 자원봉사 신청자들이 머쓱하게 진심카페로 찾아든다. 본격적으로 민원인을 응대하기 전, 선배 자원봉사들에게 업무를 배웠다. 그러면서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왜 안철수 캠프 자원봉사를 신청했을까.

최예지나씨는 안철수 캠프에 들어오기 전 다니던 회사를 그만 뒀다. 그리고 지난 11일 캠프에 합류했다. 최씨는 "안철수 캠프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얘기를 듣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며 "지금까지 안 후보가 걸어온 길을 보면서, 안 후보는 권력을 가져도 다른 정치인들과 달리 바뀌지 않고 협력과 선의의 정치를 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전했다.

친구들은 최씨의 선택을 지지했다. 하지만 그의 부모님은 일을 그만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최씨는 "기회가 되면 천천히 말하겠다"며 "며칠 일해 보니 뿌듯하고, 더 좋은 세상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부모님도 지지해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은(가명)씨는 올해 2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했다. 이후 6개월간의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연수를 받은 후, 안철수 캠프 자원봉사 신청서를 냈다. 새누리당 지지자인 아버지에게는 "계속 구직하고 있다"고 둘러댔다.

이씨는 "안철수 후보가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박원순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후보직을 양보한 것을 보면서 지지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법률 상담과 정책 제언 담당인 이씨는 "집에서 혼자 생각하던 생각이나 설익은 정책을 가져와 캠프에 전달하고, 캠프에서는 이를 정책으로 만드는 과정을 겪으면서 후보가 말한 소통의 진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낮은 자세로 국민 목소리 들어야... 민원실이 그 역할"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선거캠프에서 1일 자원봉사자로 나선 선대식 <오마이뉴스> 기자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진심캠프 민원실에서 안 후보에게 정책제안과 민원 등을 전하는 전화를 받으며 1일 체험을 하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선거캠프에서 1일 자원봉사자로 나선 선대식 <오마이뉴스> 기자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진심캠프 민원실에서 안 후보에게 정책제안과 민원 등을 전하는 전화를 받으며 1일 체험을 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점심시간이 가까워오자, 민원인들이 카페로 몰려들었다. 선배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민원인을 응대했다. 한때 청와대에서 근무했고, 지금은 '○○재단'에 있다는 사람과 마주 앉았다. 그는 "한국 주재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을 알고 있다, 그는 공개적으로 나설 수 없다"며 "발표되면 놀랄 만한 대북 정책 관련 배경자료를 가지고 있다, 캠프 핵심 관계자를 만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함께 앉은 자원봉사자 전성기씨는 능숙하게 "캠프는 수평적 관계다, 우선 제게 말해주면 그 내용을 전달하겠다"며 "CIA 요원이 직접 와서 관련 내용을 얘기해 달라"고 말했다. 민원인은 20분 동안 캠프 핵심 관계자와의 약속을 요구하다 돌아갔다. 김씨는 "○○재단 관계자라며 여러 차례 왔었다"며 "이런 사람들은 선거과정에서 몇 표를 조직해주겠다며 접근해오는 정치브로커들"이라고 귀띔했다.

이번에는 백발의 어르신과 마주 앉았다. 그는 국립중앙도서관의 일간지 자료실이 냉난방시설이 없는 곳으로 축소·개편됐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기자는 '어이 없는 민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현은씨는 신씨의 말을 모두 받아 적었다. 이씨는 기자에게 "검토를 해봐야겠지만 당장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것만으로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일보> 기자를 찾겠다며 민원실 옆 기자실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 어르신도 있었다. 민원실 자원봉사자들이 이 남자를 진정시켜 기자실 밖으로 데려왔다. 그는 "그 신문에는 안 후보에 대한 안 좋은 기사만 실린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은 "가만히 있는 게 안 후보를 도와주는 것"이라며 그를 달랬다.

오후에는 전화 응대를 맡았다. 한 대학원에서 정책학을 공부하고 있는 최병윤(29)씨를 통해 전화 응대 요령을 익혔다. 이날 기자를 포함해 3명의 자원봉사자가 전화 응대를 했다. 전화벨은 수시로 울렸다.

한 부동산공인중개사는 양도소득세, 하우스푸어 문제 등 자신의 생각했던 해결방안을 기자에게 말했다. 이는 곧 정책팀에 전달됐다. 최병윤씨는 "안철수 후보는 국민들의 정책제언을 받아, 공약을 만든다고 했다"면서 "실제로 밑에서 올라오는 공약들은 좋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세상을 더 좋게 하는 일"이라고 전했다.

"전화를 해오는 일반 시민들의 생각을 듣다보면,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도 내놓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 또한 우리 삶과 직접적으로 맞닿은 공약들이다. 대통령은 낮은 자세로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민원실을 통해서 안 후보는 이를 실천하고 있다. 정책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가슴 뛰는 현장에 있는 것 같다."


태그:#안철수 캠프 민원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