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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평화시장에서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전태일 열사가 분신했던 그날 이후, 우리의 노동조건과 노동환경이 점차 개선되어 왔다. 심지어는 노동자들의 권익이 상승하여 부당노동행위는 있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사용자보다 힘 있는 노동세력'이라는 이야기도 등장했다.

그러나 현실을 다시 들여다보자. 6년 넘게 싸우면서 버틴 콜트 콜텍 해고 노동자들과 약속을 받고도 3년 넘게 단 한 명의 휴직자도 복직하지 못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이런 장기 해고 노동자들이 비단 이들뿐만은 아닐 것이다. 이들은 우리 사회가 가진 노동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21일 오후 5시경, 유동인구가 뚝 끊긴 일요일, 삼성동 인쇄골목거리 한 구석. 간판조차 잘 보이지 않는 허름한 식당 안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무슨 일일까. 그 식당 안에는 ‘희망 식당 대전점’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 대전에서 네번째 문을 연 '희망식당' 울림 21일 오후 5시경, 유동인구가 뚝 끊긴 일요일, 삼성동 인쇄골목거리 한 구석. 간판조차 잘 보이지 않는 허름한 식당 안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무슨 일일까. 그 식당 안에는 ‘희망 식당 대전점’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 희망식당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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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서 정리해고 무효 판결이 나도 사측은 또다시 그들에게 정리해고 통보를 하고, 스스로 정리해고자 42%의 복직을 약속했으면서도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 명도 복귀를 시켜주지 않았다. 복직을 위한 투쟁을 하던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과 가족 가운데는 벌써 (자살을 포함) 모두 23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오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겉으로 평화로워 보이는 우리의 노동 현실 곳곳은 시장경제 논리가 지배하는 냉혹한 정글 속이다. 당장 눈앞의 나의 이익에 손해가 가지 않는 이상 많은 사람들은 아무 일 없는 것처럼 평화로운 삶을 이어나간다. 소리 쳐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은 메아리처럼 그들의 울부짖음은 수많은 방관자들의 외면 앞에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결말을 낳을 것이다. 그 죽음 역시 '개인의 몫'이라는 아주 간단하고 편리한 대답을 내놓으면서.

21일 오후 5시경, 유동인구가 뚝 끊긴 일요일 대전 삼성동 인쇄골목거리 한 구석. 간판조차 잘 보이지 않는 허름한 식당 안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무슨 일일까. 그 식당 안에는 '희망 식당 대전점'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들은 지금 무엇을 위해 이 자리에서 있는 것인지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이번 사업을 논의하고 추진해오고 있는 김윤기씨를 만나 인터뷰를 청했다.

'희망 식당' 대전점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이번 사업을 논의하고 추진해오고 있는 김윤기 씨를 만나 인터뷰를 청했다.
▲ 김윤기 진보신당연대회의 대전시당(준) 위원장 '희망 식당' 대전점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이번 사업을 논의하고 추진해오고 있는 김윤기 씨를 만나 인터뷰를 청했다.
ⓒ 국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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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진보신당 연대회의 대전시당(준)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윤기다."

- '희망 식당'을 운영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 달라.
"이번 일은 특별한 기구가 있어서 준비한 것은 아니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분이 서울 상도동 근처에서 자발적으로 시작한 것인데, 지역에서도 함께 힘을 보태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제안이 와서 같은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과 함께 시작하게 되었다."

- 지금 몇 개의 식당이 운영 중인가.
"서울 상수역 근처에 2호점이 있고, 청주에도 하나가 더 있으니, 대전이 4번째다."

- 역시 자발적인 참여 같은데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매주 일요일마다 '희망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주방은 두 분이 매주 맡고 있다. 평일에는 모두 생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귀한 주말 시간을 여기에 쓰는 거다. '하루점장'은 음식을 나르고 그날그날 손님을 모은다. 하루점장은 매주 바뀐다. 첫 회는 내가 맡았다. 2회는 홍은영(품앗이생협)씨가, 3회는 조세종(민들레생협)씨, 오늘 4회는 이성우(공공연구노조)씨가 맡았다.

시간을 내서 일부러 찾아와 주는 고마운 손길들.
▲ '희망 식당' 대전점의 모습. 시간을 내서 일부러 찾아와 주는 고마운 손길들.
ⓒ 희망식당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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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시적인 운영인가.
"처음엔 11월까지 하려고 했는데, 오셨던 분들이 서로 조금씩 돕고 싶다고 하고, 하루점장도 자원자들이 더 생겼다. 언제가 될지 몰라도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하려고 한다."

- 수익은 얼마나 되고, 수익금은 어떻게 쓰이는지 알고 싶다.
"밥만 먹고 가는 분들도 있지만 후원금으로 더 내고 가는 분들이 많다. 평균 1회에 50만 원 정도 모았다. 일부 수익금은 26일 인천 콜텍 공장에서 농성하고 있는 분들에게 전달할 예정이고, 나머지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를 비롯해 장기 해고 노동자들에게 전달할 것이다."

- 홍보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페이스 북과 같은 SNS로도 홍보를 하고, 알음알음으로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분들이 있다. 더 홍보를 해야 하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다. 더 많은 분들이 힘을 모아주면 좋겠다. 기사에 약도를 꼭 실어 주길 바란다."

- 현 해고 노동자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나.
"최근에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과 가족 가운데 23번째 희생자가 나왔다. 당뇨병으로 돌아가셨다. 현대 의학으로 당뇨가 그리 고치기 힘든 병은 아닌 것으로 안다. 최소한의 관리도 안 되니까 그렇게 가신 거다. 다른 노동자들의 처지도 비슷하다. 최소한의 권리가 지켜지지 않는 상태로 살고 있다. 지금의 상황은 지난 80년대 초반 노동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노동환경이 진전된 것은 사실이지만, 점차 원점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노동자들에게 전혀 의견을 묻고 있지 않다.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롯데백화점 문제, 연구단지 문제도 크게 다르지 않다. 헌법조차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는 편법과 술수를 동원하고 있다."

- 운동의 차원인가, 아니면 격려의 차원인가.
"둘 다 맞는데, 운동적이 성격이 더 강하다고 본다. 집회 같은 것은 대다수의 시민들이 참여하기 어려워한다.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공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현실의 문제를 공감하면서도 시민들이 그 마음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희망 식당'은 그런 점에서 집회보다 참여가 용이하다. 와서 밥 한 끼 먹어주고 응원해주면 그것이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운동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

- 참여는 아무나 가능한가.
"마음과 뜻을 같이 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다."

마음과 뜻을 같이 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다.
▲ '희망식당' 대전점에서 함께 하는 분들. 마음과 뜻을 같이 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다.
ⓒ 희망식당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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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해고 노동자들을 위한 고마운 발걸음들.
▲ '희망 식당' 대전점에 모여 힘을 실어주는 사람들. 장기 해고 노동자들을 위한 고마운 발걸음들.
ⓒ 희망식당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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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운 점은 없나. 또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다.
"주방을 맡고 계신 분들이 가장 힘들 것이다. 새벽시장에 가서 장을 직접 봐 오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오픈할 땐 정신이 없었는데 이제 조금씩 일머리가 잡혀 가고 있다. 다른 것은 서로 도와가며 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 힘들지 않다. 홍보가 많이 되어야 하는데…. 알음알음으로 소문내거나 SNS로 알리니깐 한계가 있다.

계획이랄 것은 없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힘을 모아보려고 한다. 우리들끼린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방식에 대한 논의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 와주는 분들의 반응이 좋다. 더 많은 사람들이 힘을 모아서 조금 더 확장된 형태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고 즐거운 상상은 해본다. 함께 밥을 나누는 공간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밥'으로 만나는 게 좋은 것 같다. 따뜻하지 않나!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궂은 일에 두 팔을 걷어부친 그분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읽다.
▲ 주방일을 맡은 정은희(41 세) 씨와 이성우(공공연구노조) 씨 궂은 일에 두 팔을 걷어부친 그분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읽다.
ⓒ 국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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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주방 일을 맡고 있는 정은희(41)씨는 "해고 노동자분들을 위해 무언가 돕고 싶다는 생각은 막연히 갖고 있었는데, 이렇게 도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선뜻 하겠다고 자청했다. 같은 마음을 갖고 있는 지역분들을 만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어떻게든 수익금을 많이 만들어서 좋은 곳에 쓰고 싶다. 수익금을 더 모으려고 필요한 기자재들은 될 수 있으면 집에서 가져다 쓰고, 되도록 재료비도 아끼려고 꼭 필요한 재료 말고는 시골에서 재배한 채소들을 직접 가지고 온다. 메인 요리를 제외한 밑반찬은 직접 집에서 조미료 안 써서 만들어 온다. 맛있게 드시고 가시면 기운이 난다. 주말을 여기에 나와 있는데도 이해해주는 아이들과 가족에게 고맙다. 흔히 가족 단위로 많이 다녀가는데, 점심 때 오셨던 분들이 저녁에 또 오시기도 한다. (웃음) 일부러 찾아주시는 거다. 그럴 때 엄청 감사하다." (정은희씨의 말)

정말 우연히 지나가다 정상 영업하는 식당인 줄 알고 왔다던 분들이 '희망식당'의 취지를 설명하자 흔쾌히 돕고 가겠다고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여건상 카드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 있는 대로 주머니에 있는 돈만 받아야 했다고. 그런데도 도리어 함께 해주려는 그 마음이 고마워 웃음이 났다는 이 사람들. 노동의 현실은 비록 냉혹하지만, 따뜻한 밥 한 끼 나누는 이런 마음들이 모이고 또 모여 지쳐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불씨가 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장기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이 하루 빨리 이루어지길 기도한다. 더불어 이런 문제는 결코 어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모두의 문제라는 것을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

'희망 식당' 오시는 길
 '희망 식당' 오시는 길
ⓒ 희망식당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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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희망 식당 , #해고 노동자, #콜트 콜텍 해고 노동자,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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