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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총대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9월 11일 국회 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이 열린 본회의에 출석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답변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9월 11일 국회 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이 열린 본회의에 출석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답변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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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가 교원의 법정 배치기준을 규정한 대통령령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교육계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으며 전교조 지도부들은 23일부터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교과부가 추진하고 있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은 기존에 있는 교원 법정정원 삭제를 골자로 하고 있다. 대통령령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규정을 삭제하는 대신 부령(장관령)인 '국가공무원의 정원에 관한 규정'에 교원 정원기준을 '학급당 교원 수'에서 '학생수 당 교원 수'로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교과부는 법 개정 이유로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한 정확한 교원 수요 예측과 안정적인 교원 수급을 들고 있다. 그러나 교과부의 설명과는 달리 실제로는 법정정원폐지로 인해 소규모 학교 폐교와 교원 정원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시도교육감들은 지난 10일 대구에서 간담회를 갖고 소규모 학교 없애기와 교원 축소로 이어질 것이 뻔한 이번 입법 예고안에 대해서 만장일치로 반대 입장을 결정하고 의견서를 교과부에 전달하기로 하는 등 반발이 이어진다.

교육계 반발 부르는 교원 법정정원 폐지

우리나라는 올해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최근 다른 나라의 대통령 선거와 관련교원 정원이 대통령의 당락에 영향을 미친 사례들이 있다.

얼마 전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은 국민투표를 통하여 4선에 성공하였다. 장기독재 등 차베스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이 많았지만 그가 대통령으로 다시 선출되는데 성공한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교육에 대한 투자였다.

알려진 것처럼 베네수엘라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더불어 세계 최대의 산유국이다. 이전 해외 자본과 국내 극소수 자본가들이 독점하던 석유개발 이득을 국유화를 통하여 환수하여 교육이나 의료 등 공공 부분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그 결과 차베스가 집권한 지난 10년간 베네수엘라에는 22개의 공립대학이 세워졌고, 교사 숫자는 6만 5000명에서 35만 명으로 늘어났다.

비슷한 예는 지난 5월 프랑스에서도 있었다. 재임 중인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꺾고 대통령으로 당선된 프랑스의 프랑스와 올랑드는 프랑스에 17년만에 다시 좌파 정권을 여는데 성공했다. 올랑드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사르코지 정권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비판하며 교원 6만명 증원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당선 후 실제로 이 약속을 지키고 있다.

이런 올랑드의 교육 공약에 교사를 비롯한 교육 종사자 80%가 그를 지지하는 것으로 화답했고, 이는 올랑드가 52%의 지지로 사르코지를 불과 3.3%p 차이로 누르고 당선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원 법정정원 폐지는 이주호 현 교과부 장관이 청와대 초대 교육문화수석시절 기획하고 김도연 교과부 장관이 발표한 2008년 4월의 '4.15학교자율화조치'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당시 이 조처는 '밥 좀 먹자, 잠 좀 자자'는 학생들과 교육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고 결국 장관과 이주호 수석이 물러나기까지 했는데 이주호 수석이 장관으로 복귀하면서 다시 법정정원 폐지에 나선 것이다.

이런 비슷한 시도는 지난 5월에도 있었다. 당시 교과부는 '초중학교는 6학급 이상, 고교는 9학급 이상, 학급당 학생 수는 20명 이상이 되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놓았다가 반발이 거세지자 한발 물러섰다.

현 정부는 대통령령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법정 정원을 폐지하더라도 국가공무원의 정원에 관한 규정과 그 시행규칙으로 대체하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통령령인 국가공무원의 정원에 관한 규정에는 아예 교사 수 배정의 기준이 없고, 장관령인 그 시행규칙은 학생수를 기준으로 교사수를 정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무원 총정원제가 실시되고 있는 현실에서 예산과 행정안전부의 방침에 의해 교사 수가 늘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어지는 것이며, 소규모 학교의 교사 수 감소로 인한 통폐합, 폐교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OECD 꼴찌수준 교사 1인당 학생수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내세우며 국격을 논해왔다. 그런데 그 글로벌 스탠다드 중에 대표적인 지표인 'OECD 교육지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교사 1인당 학생수(=ratio of students to teaching staff)는 여전히 OECD 꼴찌 수준이다.

OECD 국가들의 교원1인당 학생수 비율. 우리나라가 다른 OECD국가들보다 교원1인당 학생수가 훨씬 많으며, 멕시코와 터키를 제외하면 거의 꼴찌 수준이다. 그런데 MB정부는 법정정원을 채우기는커녕 그 기준마저 없애버리겠다고 나서고 있다.
 OECD 국가들의 교원1인당 학생수 비율. 우리나라가 다른 OECD국가들보다 교원1인당 학생수가 훨씬 많으며, 멕시코와 터키를 제외하면 거의 꼴찌 수준이다. 그런데 MB정부는 법정정원을 채우기는커녕 그 기준마저 없애버리겠다고 나서고 있다.
ⓒ OECD교육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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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OECD 교육지표(OECD Education at a glance 2011. Education indicator)에 의하면, 2009년 기준 우리나라의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 17.5명, 중학교 17.5명, 고등학교 22.5명으로 OECD 평균보다 훨씬 높다.

OECD 평균은 초등학교 12.6명, 중학교 14.3명, 고등학교 16.0명이며, EU(유럽연합) 평균은 이보다 더 낮은 초등학교 11.9명, 중학교 12.9명, 고등학교 14.5명이다. OECD 회원국가 중 우리보다 교사1인당 학생수가 많은 나라는 멕시코와 터키 정도밖에 없다.

학급당 학생수도 다른 OECD 국가보다 훨씬 많다. 우리나라의 학급당 학생수는 초등학교 28.6명, 중학교 35.1명인데, OECD 학급당 학생수 21.4명 중학교 23.7명이며, EU는 초등학교 19.8명, 중학교 21.9명이다.

교육대통령이 되기 위한 조건

현 정부는 늘 법치를 강조해 왔으며, 이명박 대통령은 내곡동 특검법에 사인을 하면서 "악법도 법이니까 지켜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법정 정원은 국가가 지키라고 법으로 정한 기준으로, 아마 교원 법정정원을 악법이라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국회 교육상임위원인 민주통합당 변재일 의원실 자료에 의하면, 2012년 현재 중등학교 기준 교원 법정정원 확보율은 78.9%인데, 충북은 73.7%로 도단위 교육청으로 가면 법정정원 확보율은 더 떨어진다. 그나마 국민의정부 때 84%, 참여정부 때 82%에서 이명박 정부 들어 70%대로 더 떨어진 것이다.

또 다른 교육상임위원인 민주통합당 유은혜 의원실이 교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검토한 결과, 특수교사의 법정정원이 1만 6831명인데 실제 배치된 특수교사는 법정정원의 55.9%인 9416명에 불과했다.

이렇게 현재 교육부는 (이 악법도 아닌) 법이 정한 법정 정원도 스스로 지키지 않고 있으면서, 아예 기준 자체를 후퇴시키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교원법정정원 폐지는 집권 초기부터 구상했던 4.15학원자율화 조치의 종착역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거칠게 말하자면 교육에 경제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다. 최소의 비용을 들여서 최대의 효과를 내야한다는 경제논리로만 따지면 교원 법정정원 폐지를 통한 소규모 학교 통폐합이 맞을 수 있다. 그러나 교육 문제를 그런 단순한 경제 논리로 판단하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포기하는 일이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이정희, 심상정 등 이번 대통령 후보 출마자들은 이런 저런 교육 공약들을 내놓고 있다. 이들이 진정으로 교육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현재 추진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교원 법정정원 폐지 시도부터 중단시켜야 한다. 현행 교원법정정원은 구시대적 규제가 아니라 미래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마지노선이기 때문이다.


태그:#교원 법정정원, #4.16자율화, #OE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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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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