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25일 오전 대구 제이에스호텔에서 열린 대구시당-경북도당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25일 오전 대구 제이에스호텔에서 열린 대구시당-경북도당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914km'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25일 하루 동안 이동한 대략의 거리다. 서울에서 출발해 대구·경북(290km)을 거쳐 울산(대구→울산 129km), 부산(울산→부산 60km), 경남(부산→경남 74km, 경남→서울 361km)을 하루 동안 모두 '찍고' 돌았다. 지역별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네 지역 모두에서 동일했다. 시작은 '자신감 표명'이었다. 문 후보는 "박근혜 대세론은 무너졌다, 나와 민주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며 "선거를 56일 남겨둔 어제 200억 원 펀드를 모집했는데 불과 56시간 만에 마감됐다, 내가 이번 대선에서 56%를 득표할 것 같다"고 자신했다.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서도 "단일화든 통합이든 연대든 확실한 승리를 위해서는 우리가 중심이 돼야 하지 않겠느냐"며 "국정경험·도덕성·평생 살아온 삶의 궤적·진정성 후보의 품질이 어느 누구보다 낫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맹공을 퍼붓고 있는 NLL 논란에 대해서 문 후보는 '역공 전략'을 폈다. 그는 "NLL에 관한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의 주장을 보면서 국정을 맡겨서는 안 될, 정말 무책임하고 위험천만한 세력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며 "박근혜 후보에게 묻고 싶다, NLL을 평화적으로 지키는데 남북 공동 어로 구역 설정보다 더 나은 방안이 있다면 제시해 보라"고 말했다.

10월 넷째 주 초부터 '새로운 정치' 비전을 발표하며 정치혁신과 권력기관 개혁 및 부패 방지를 강조해온 문 후보는 "대통령의 기득권을 내려놓겠다, 책임총리제를 실천하고 비례대표를 100석으로 늘려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겠다"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만들어 권력형 부조리를 뿌리 뽑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경남지역 선대위 출범식에서 그는 경남지사 보궐선거 관련 연석회의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나와 함께 변화와 혁신을 이끌 후보를 범야권 단일후보로 만든다면 반드시 이길 것"이라며 "민주당을 포함, 야권의 모든 정당과 시민사회가 참여해 범야권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연석회의를 구성, 승리할 수 있는 후보를 직접 뽑아달라"고 말했다.

아래서부터의 지지 끌어올리기 위해 하루 914km 이동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25일 오전 대구 제이에스호텔에서 열린 대구시당-경북도당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해 손으로 'V자'를 그려보이며 장난치는 어린아이와 눈을 맞추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25일 오전 대구 제이에스호텔에서 열린 대구시당-경북도당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해 손으로 'V자'를 그려보이며 장난치는 어린아이와 눈을 맞추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지역별 '맞춤 공약'도 제시했다. 대구·경북에서는 ▲ 대구·경북 첨단의료복합단지 육성 ▲ 대구·포항·구미·영천·경산 등의 경제자유구역 활성화 ▲ 경북 동해안을 남북경제연합 전진기지로 육성 ▲ 도시철도망 건설 사업 지원 ▲ 대구도시철도 1호선 연장사업 협력을 제시했다. 

울산에서는  ▲ 신재생에너지 연구단지 구축 ▲ 종합병원급 산재병원 설립 ▲ 울산 과기대를 종합대학 또는 과학기술원으로 발전 ▲ 탈원전 추진 등을 약속했다. 부산에서는 해수부 부활 ▲ 남북철도와 대륙철도로 이어지는 동북아 물류 거점 육성 ▲ 선박금융 등 국제금융 육성 ▲ 동남권 무역센터 설치 등을 공약했다.

특히 문 후보는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이 표류시킨 동남권신공항을 추진하겠다"며 "동남권 신공항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정권, 해수부를 없애서 바다를 포기한 정권, 균형발전을 포기한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남권 신공항 추진을 바라고 있는 부산 시민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김희로 김해공항가덕이전시민추진단 공동대표는 "신공항 이전을 인식하는 후보는 다른 정치에서도 유능한 사람"이라며 '동남권 신공항' 공약을 반겼다. 그는 "신공항 문제는 부산표와 직결된다, 대통령 되나 못되나는 신공항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부산진구 범천동에 거주하는 전성욱씨는 "부산사람들은 신공항 공약만으로도 지역 이슈에 대해 문재인 후보 쪽이 다른 후보를 앞서 간다는 인상을 받을 것"이라며 "이번 대선에서 신공항이 다시 쟁점이 될 것 같다, 문 후보가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다면 선거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철희 부산시 강서구 천가동 통장협의회 반장은 "나라 백년대계를 볼 때 가덕도에 신공항이 오는 게 맞다"면서도 "단순 공약은 별 의미가 없다,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공식적으로 이전한다고 해야지 현실성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며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지는 않았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25일 오후 부산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산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해 선대위원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25일 오후 부산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산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해 선대위원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이처럼 문 후보가 '지방순회'를 통해 부산·울산·경상도를 하루에 다 방문하는 강행군을 펼친 것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비전 등 중앙에서 만들어지는 메시지를 지역에 퍼트리기 위함이다. 더불어 바닥에서부터 지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실제 새누리당 세가 강한 대구·경북, 부산·경남 지역에서 문 후보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2~23일 리얼미터가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p)한 결과에 따르면, 부산·울산·경남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59.3%, 문 후보는 19.0%,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는 15.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대구·경북에서는 박 후보가 62.4%로 압도적 지지율을 보인 가운데 문 후보의 지지율은 안 후보(20.7%)에게도 밀리는 11.5%로 나타났다.

야권단일후보 대결에서도 부산·경남·울산(안 37.3%-문 34.8%)과 대구·경북(안 42.5%-문 32.1%) 지역 모두에서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앞섰다. 이 같은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문 후보는 선대위 출범식에서 "이제 선거가 55일 남았다, 남은 하루하루를 '내가 문재인이다'라는 각오로 뛰어달라"며 "문재인과 함께 새 역사를 만들겠다고 다짐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감 종료... 127명 민주당 의원, 문재인 지원사격 본격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25일 오전 대구 제이에스호텔에서 열린 대구시당-경북도당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해 김부겸 공동선대위원장과 함께 손을 맞잡고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25일 오전 대구 제이에스호텔에서 열린 대구시당-경북도당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해 김부겸 공동선대위원장과 함께 손을 맞잡고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이 같은 문재인 후보를 맞이하는 지역별 지지자들의 분위기도 유사했다. 대구·경북, 울산, 부산, 경남 지역 선대위 발족식에 참석한 200~300명의 지지자들은 문 후보의 말이 끝날 때 마다 박수로 호응했고, 연설이 끝나자 '문재인'을 연호하며 힘을 불어넣었다.

당 차원의 지원사격도 이어졌다. 대구·경북 선대위 출범식에 함께한 김부겸 공동선대위원장은 "그동안 후보 혼자 고군분투 해왔다"며 "어제(24일) 국감이 끝났기 때문에 오늘부터 의원 127명(문재인 의원 제외)이, 나라를 만든 유방과 함께했던 장양·소하·한신같은 영걸이 돼서 천하 백성을 편안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경선에서 문 후보와 경쟁한 바 있는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울산·부산·경남 선대위 출범식에 모두 동행했다. 그는 "'사람이 먼저다 문재인'은 부산과 경남, 울산에서 시작된다"며 "문재인 후보를 중심으로 민주통합당, 민주진보개혁 진영이 반드시 승리하도록 부산·경남·울산 동지들이 함께해달라, 나도 12월 19일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각 지역 출신 의원들도 출범식에 함께했다. 대구·경북에는 홍의락 의원이, 부산에는 조경태·배재정 의원 등이 참석했다.

안철수는 울산 송전탑 방문하는데, 문재인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25일 오후 부산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산 선대위 출범식에서 선대위원 등 참석자들과 함께 대선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25일 오후 부산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산 선대위 출범식에서 선대위원 등 참석자들과 함께 대선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한편 안철수 무소속 후보 역시 같은 날 울산·창원 지역을 방문해 영남 지역 공략에 나섰다. 안 후보는 이날 울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는 현장을 방문해 "비정규직 문제는 사회가 풀어가야 할 문제다, 빨리 내려오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문 후보는 송전탑을 찾아가지 않아 문 후보의 '비정규직 문제 해결 의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일정 팀에서 논란을 일으킬 여지가 없는 안전한 일정만 잡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울산 선대위에 참석한 문 후보는 "요즘 울산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문제가 지역 현안이 돼 있다"며 "기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일, 울산에서부터 시작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후보와 안 후보는 동시에 울산을 방문했지만, 두 후보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심지어 둘은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 있었음에도 조우는 이뤄지지 않았다. 문 후보는 대구 선대위 출범식을 마친 후 울산 선대위 출범식 참석차 KTX에 탔고, 서울에서 울산으로 향한 안 후보 역시 같은 KTX에 탑승한 것.

먼저 하차한 문 후보가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인사를 나누는 사이, 뒤이어 내린 안 후보는 그 옆을 지나쳐 갔다. 20여 미터를 사이에 둔 두 사람의 만남은 이렇게 불발됐다.


태그:#문재인, #안철수, #부산, #울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