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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인천 부평공장 차체조립공장에서 한 작업자가 자동차 뼈대에 해당하는 차체를 검사하고 있다.
 한국지엠 인천 부평공장 차체조립공장에서 한 작업자가 자동차 뼈대에 해당하는 차체를 검사하고 있다.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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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저곳에서 섬광 불빛이 튀어 올랐다. 거대한 로봇이 철제 강판을 용접하면서 나오는 불꽃들이었다. 25일 오전 인천광역시 한국지엠 부평 차체 조립공장 라인. 이곳에서 움직이는 로봇만 366대다. 거의 모든 공정이 자동화 돼있다. 이 때문에 작업자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라인 옆으로 부품을 실어나르는 지게차 역시 자동이다.

조현수 부평공장 전무는 "이미 지난 9월부터 연말까지 풀 생산 체제로 들어간 상태"라며 "다른 (자동차) 회사들은 일감이 없어 고민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휴일도 없이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웃으면서 "12월 대통령선거일에도 나와서 일해야 할 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이야기 와중에도 조립 라인은 은색 자동차 철제 뼈대를 쉼 없이 실어나르고 있었다. 이곳에선 한국지엠의 대표적 소형차인 젠트라와 아베오 등이 생산되고 있다. 특히 내년 초 국내 시장에도 선보일 소형 다목적유틸리티자동차(SUV) '트랙스'도 이미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 차는 지엠의 유럽 메이커인 '오펠'의 상표를 붙여 수출되고 있다.

수도권 유일 대규모 자동차생산공장 부평 라인과 쌍용차의 데자뷰

발걸음을 조립 라인으로 옮겼다. 로봇 중심의 자동차 뼈대 조립 작업을 마친 자동차들이 본격적인 모습을 갖춰가는 곳이다. 이쪽에선 작업자들이 직접 라인에서 각종 자동차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전영철 부사장은 "부평 1공장의 경우 조립 라인별로 안전과 품질 등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베오 등 3개 차종이 함께 섞여서 만들어지고 있으며(혼류생산) 올해만 27만 대를 생산할 예정"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1986년 옛 대우자동차의 르망프로젝트 일환으로 세워진 부평공장. 일부 라인의 경우 99%에 달하는 자동화가 이뤄졌지만, 26년 세월의 흔적도 여전히 남아있었다. 회사 한 관계자는 "부평공장은 수도권에 자리잡은 유일한 대규모 자동차 생산 공장"이라며 "울산 현대차 공장과 함께 국내 자동차 산업의 역사"라고 말하기도 했다.

3만5000 평방미터 규모 부평공장 역시 한때 쌍용차 사태의 전철을 밟기도 했다. 대우그룹의 공중분해와 이어진 대규모 정리해고, 극심한 노사갈등과 공권력 개입, 미국 지엠으로의 매각 등이 그렇다. 대우차가 쌍용차를 맡아 경영한 적도 있었다. 회사 쪽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쌍용차를 보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라고 말했다.

한국지엠 부평공장 조립라인 입구에 걸려있는 표시판. 옛 대우자동차 시절 선보였던 르망부터 최근 내놓은 아베오까지 그려져 있다.
 한국지엠 부평공장 조립라인 입구에 걸려있는 표시판. 옛 대우자동차 시절 선보였던 르망부터 최근 내놓은 아베오까지 그려져 있다.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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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 미국 지엠이 대우차를 인수한지 만 10년이 됐다. 지엠 역시 한때 먹튀와 하청기지화 등 각종 논란에 서 있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미국 지엠 본사 자체가 흔들리면서 한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미 지엠의 재탄생과 함께 한국도 철저히 '지엠식'으로 바뀌었다. 회사 간판부터, 자동차 브랜드까지 모두 '지엠'과 '쉐보레'로 변했다.

우여곡절 10년, 나쁘지 않은 성적표

우여곡절의 10년이었지만, 성적표는 그리 나쁘지 않다. 2002년 37만 대 수준이던 생산물량은 현재 200만 대에 이른다. 이 가운데 40%가 완성차다. 그동안 한국지엠이 생산한 자동차만 1500만 대에 달한다. 예전 세계 80개 나라에 수출했던 것도 이젠 150개 나라로 늘었다. 물론 글로벌 지엠의 판매망을 이용한 측면이 크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레 고용도 늘었다. 2002년 8300명이었던 직원 수는 올해 2만 명을 넘었다. 특히 여성 직원수가 303명(2002년)에서 898명까지 증가했다.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협력업체와의 공조도 필수적이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지엠 사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동안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이 없었다면 지금의 성장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쪽 자료를 보면 지난 2002년 이후 국내 협력업체들이 글로벌 지엠 쪽에 공급한 부품 값만 40조 원에 달한다.

그는 이어 과거 먹튀 논란 등을 의식한 듯 "한국지엠에서 생산하는 차량의 경우 글로벌 지엠 전체 판매량의 53%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지난 18개월 동안 국내 시장에서 10개 신모델을 선보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차세대 제품과 디자인, 엔진개발 등에 매년 1조 원 이상 투자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산업은행 지분인수 작업 진행"

마지막 조립라인을 거쳐 최종 외관검사 등을 위해 대기중인 새차들.
 마지막 조립라인을 거쳐 최종 외관검사 등을 위해 대기중인 새차들.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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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샤 사장이 내놓은 투자 전략은 한국지엠의 강점인 중·소형차 신제품과 연구개발 시설에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그는 "내년 상반기 글로벌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에스유브이)인 트랙스를 국내에 판매할 예정"이라며 "연비와 주행성능을 대폭 높인 친환경 엔진개발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내년부터 순수 배터리로 움직이는 스파크 전기차를 생산한다. 창원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스파크 전기차는 국내시장뿐 아니라 미국 등 전 세계에 수출한다. 스파크 전기차가 내년부터 시장에 나옴에 따라 국내 전기차 시장을 두고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호샤 사장은 "스파크 전기차는 경차의 실용성과 친환경성을 접목했으며 지엠이 한국에 소개하는 첫 순수 전기차"라며 "이 차량의 국내 생산과 판매는 한국지엠이 글로벌 지엠의 미래 자동차 전략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파크 전기차는 '볼트' 등 이미 전기차 분야에서 한발 앞선 기술을 확보한 미국 지엠이 글로벌 시장 전략차원에서 개발됐다. 최대 모터 출력은 85kW (114마력)이다. 구체적인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최근 산업은행이 가진 한국지엠 지분 인수와 관련해 호샤 사장은 "지난주 금요일에 강만수 산은금융지주회장, 팀 리 GM 해외사업부문 사장 등과 (지분인수를 위한) 만남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어 지분인수 목적을 묻는 질문에 대해 그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지엠의 조업을 보호하고 향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 지엠 본사는 최근 산업은행 쪽에 "(산은의) 한국지엠 지분 17.02%(7070만6150주)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지분 82.98%는 현재 지엠 계열사들이 나눠 가지고 있다. 강 회장은 국정감사에서 지분매각 여부에 대해선 "신중히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지엠이 산은 지분을 인수할 경후 한국지엠을 100% 자회사로 만들 수 있다.


25일 인천 부평 본사에서 열린 '한국지엠 미래 전략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한국지엠 임원들. 세르지오 호샤 사장 (가운데),  영업 마케팅 AS부문 안쿠시 오로라 부사장 (왼쪽), 차량개발부문 스티브 클락 부사장
 25일 인천 부평 본사에서 열린 '한국지엠 미래 전략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한국지엠 임원들. 세르지오 호샤 사장 (가운데), 영업 마케팅 AS부문 안쿠시 오로라 부사장 (왼쪽), 차량개발부문 스티브 클락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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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국지엠, #세르지오 호샤, #부평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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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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