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강원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을 다녀왔다. 이 곳은 총 42km 에 이르는 '산림레포츠숲'의 들머리다. 안내소를 지나 약간 경사진 포장 도로를 1시간여 걸으면 명품 숲이 나온다.
아까부터 자꾸 우리 뒤를 따라오는 배불뚝이 멍멍이가 있었다. 산에 오를 땐 자기도 같이 걷고, 우리가 사진을 찍거나 쉴 때는 걸음을 멈추고 보조를 맞춘다. 구비구비 산길을 따라 붉게 물든 단풍이 아름답다. 간혹 푸른 잎이 섞여 더 조화롭다.
숨소리도 들릴 것 같은 이 적막한 숲은 그냥 조용히 서 있다. 자작나무는 새하얀 상피가 예뻐 나무 중에 여왕이란 별명이 있다. 나무 껍질에 편지를 써서 사랑하는사람에게 보내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옛말이 있단다.
숲 속에 가득 쌓인 잎들에 파묻혀 그냥 잠들고 싶었다.
사진찍을 때 꼭 걸리는 게 있었다. 여기저기, 가장 가운데 걸어놓은 현수막, 훼손하지 말라는. 우리나라 어느 명소를 가도 이런 것은 꼭 있다. 그것이 풍경을 훼손한다는 생각은 왜 못하는지? 그것 때문에 사진을 다 망쳤다. 가위로 잘라버리고 사진 찍고 싶었다. 관계자는 풍경을 망치지 않는 귀퉁이 같은 곳에 걸어줬음 좋겠다. 부탁한다.
사진이 맘에 안 들어 29일 다시 간다. 이 비를 맞고 애기 나무들이 떨고 있겠다. 부디 이젠 그쳤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