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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2차 포위의날 포스터 일부.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2차 포위의날 포스터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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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비정규직 우리는 승리한다. 현대차 울산공장 2차 포위의 날'

최병승, 천의봉 두 현대차 비정규직 해고자가 철탑에 올라간 후 위와같은 제목으로 행사가 추진되었습니다. 웹 자보를 만들어 배포하고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각 사회단체에 참석 요청도 했습니다. 얼마나 와 줄지 모릅니다. 절박한 심정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는 모여서 일을 추진했습니다. 행사는 26일 금요일 오후 4시부터 사전 행사를 시작으로 본 행사로는 저녁 7시부터 진행된다고 했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조합원 신분인 저도 무척이나 가보고 싶었지만 다른 일정이 생겼고 또 일용직 벌이로는 생활비가 부족하여 금, 토 밤 11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시급 4천원짜리 24시마트 알바 출근을 해야하므로 이래저래 사정상 못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1박 2일 행사가 진행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다만 알바 일을 하면서 철탑에 모인 사람들은 얼마나 되는지 진행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었습니다.

철탑 가는 길... 전국에서 온 노동자들이 현수막을 많이 붙혀두었습니다.
현대차 정몽구 회장 그림도 보입니다.
 철탑 가는 길... 전국에서 온 노동자들이 현수막을 많이 붙혀두었습니다. 현대차 정몽구 회장 그림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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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엔 티브이가 있습니다. 아침 7시 뉴스를 듣는데 참으로 반가운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뉴스 보도를 하는 분이 말했습니다. 보도는 짤막하게 내보냈습니다. 내용은 경찰이 올린 구속영장 청구에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지회장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습니다. 기각 이유가 "도주 우려가 없다"는 것. 또한, 천의봉 비정규직 노조 사무장에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 처분을 내렸다고 합니다.

법원 판사님은 "철탑 위에 올라가 있는 사람의 절박한 심정도 좀 헤아릴 줄 알아라"는 게 이유라고 합니다. 그 판사님은 현명하고 올바른 판결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지켜보니 검찰과 경찰은 친기업 입장에서 행정권을 행사하는데 반해 판사님은 중립에 입각한 재판을 하고 있는 거 같아 좋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알바 마치고 퇴근하려는데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철탑 농성장은 어찌하고 있을까요? 서둘러 버스를 타고 가보았습니다. 우산이 없어서 비를 맞으며 찾아갔습니다. 가는 길 입구엔 수십대의 관광버스 차량이 서 있었습니다. 행사를 모두 마치고 다시 떠날 채비를 하는 다른 지역서 온 노동자들이었습니다. 서울서, 경기도서, 전라도서, 강원도서, 제주도서 물어보니 약 2000여명이 모였다 합니다.

철탑 위엔 변화가 있었습니다. 더 높은 곳에 더 튼튼한 깔개를 깔고 두 노동자가 함께 있었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비정규직 노조 간부에게 물어보니 건설 노동자가 자재를 올려 발판을 까는 작업을 같이 도왔다 합니다. 얇은 합판 위에 앉아 있을 땐 아슬아슬해 보여서 불안했는데 공사장에서 쓰는 철로된 깔판을 연결하여 설치하니 이젠 태풍이 불어도 끄떡하지 않을 듯해 안심이 되었습니다.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 동영상 찍으러 왔네요. 철탑위를 찍고 있습니다. 오른쪽 여기자는 다른 카메라로 인터뷰를 하고 있습니다.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 동영상 찍으러 왔네요. 철탑위를 찍고 있습니다. 오른쪽 여기자는 다른 카메라로 인터뷰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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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들이 와서 동영상을 찍고 있어서 다시 비정규직 노조 간부에게 물어보니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 철탑 위 노동자를 인터뷰 하러 왔다고 했습니다. 큰 카메라 1대와 작은 카메라 1대로 철탑 위를 찍고 있었습니다.

여성 분이 철탑에 있는 노동자와 전화 통화를 하고 그 모습을 촬영했습니다. 위에는 두 노동자가 마주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는데 사진기로 당겨보니 카메라를 들고 있었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알아보니 MBC분들이 줄에다 카메라를 묶어 올려보내 자체 촬영을 부탁했습니다. 오늘 오전 인터뷰 동영상 찍은 내용은 오는 11월 4일에 방송할 예정이라 합니다.

오늘 밤 다시 알바 출근을 해야해서 집에 가야하는데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기웃거렸습니다. 어제 저녁 풀려난 박현제 지회장도 볼수 있었습니다. 그동안은 수배중이어서 공장 안에서만 지냈었는데 이제 안과 밖을 누비며 불법파견 해결을 위해 뛰어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대차의 무리수가 비정규직 노조 활동만 더 왕성하게 만든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보았을 땐 오히려 고마운 일이 되었습니다.

천의봉 사무장이 카메라를 들고있고 최병승 해고자가 인터뷰를 하고 있습니다.
 천의봉 사무장이 카메라를 들고있고 최병승 해고자가 인터뷰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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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 생계비와 투쟁기금이 바닥 나서 일일주점을 가족들이 진행하기도 했고 진보신당은 밤새 밥차를 가져와 국밥을 노동자들에게 무료제공 했다합니다. 저도 배가 고파 한 그릇 부탁하니 남아있는 국밥을 말아 주었습니다. 국밥을 후딱 먹고 철탑농성 상황실로 갔습니다. 10여일 동안 밤낮 무리해서 그런지 비정규직 노조 간부들 얼굴이 거칠어져 있었습니다. 어떤 이는 얼굴에 뽀드락지가 나기도 하고 어떤이는 눈다래끼, 어떤이는 입술이 부르터 물집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철탑에 올라가 있는 노동자나 철탑 아래서 지원하는 노동자나 힘든기는 매한가진가 봅니다.

1박 2일 행사를 끝낸 비정규직 노조 간부 일부는 바로 서울 갈 거라네요. 서울서 토요일 오후 5시 열리는 현대차 불법파견 항의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간다고 합니다. 함께하고 싶지만 못하는 마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무사히 잘 다녀오기를 바랍니다. 그들은 서울로 가고 저는 야간 알바근무를 위해 집으로 향합니다.

철탑에 쳐진 쇠사슬... 두 노동자는 저 철망을 끓고 철탑에 올라 농성중입니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습니다. 아래 보이는 작은 것은 합판입니다.
 철탑에 쳐진 쇠사슬... 두 노동자는 저 철망을 끓고 철탑에 올라 농성중입니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습니다. 아래 보이는 작은 것은 합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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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변창기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태그:#현대자동차, #불법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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