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사회적기업을 하려면 어떻게 시작하냐고 물어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눈부신 양적성장에 비해 질적성장이 이루어졌는지 의문이 듭니다.
왜냐하면 많은 전문가들이 비판하다시피 사회적기업이 인건비 지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초점이 맞추어져 그 본래의 목적을 이루고 있는지는 의문인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인건비 지원과 같은 안정적 상황을 잘 활용하여 새로운 혁신을 일으키는 사례가 발견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을 보면 사회적기업이 지역사회의 문제를 비즈니스 방식으로 해결해 나간다는 본래의 목적을 이루고 있는지 평가하기에는 조금 부족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지역사회에서 사회적기업이 뿌리를 내리고 그 본래의 목적을 이루어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회적기업의 경영에 다양한 사람들을 개입시켜야 합니다. 소위 '복합이해당사자'들이 사회적기업의 목적에 동의하고 이 사회적기업이 지역사회에서 없어지면 큰일나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야 합니다.
옆집의 철수, 순이 엄마부터, 지역의 농민회, 부녀회, 청년회, 지역공무원, 시민단체, 대학교수 등에 이르기까지 그 사회적기업이 지역사회에 어떠한 기여를 하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하여 동의하고 참여하게 해야 합니다. 이렇게 지역사회 내에 공고한 풀뿌리 네트워크가 형성된다면 사회적기업이 생산한 상품과 서비스는 자연스럽게 상호 구매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길이 바로 지역 내 순환과 공생을 통한 사회적기업의 성장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사회적기업의 사업은 지역의 특성에 맞는 것이어야 합니다. 사회적기업을 시작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잘못은 지역의 시장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본인이 관심이 있거나 잘하는 일을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농촌에서 흔하게 시작하는 것이 두부생산이나 장류사업인데요. 충남만 해도 그 시장이 매우 포화상태에 있습니다.
물론 같은 업종이라도 새로운 레시피 개발과 같은 혁신을 통해 시장을 선도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에서 많은 사회적기업들이 우리가 사회적기업이니 당연히 구매해 주겠지라는 순진한 생각으로 시작하기도 합니다.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입니다. 이러한 위험을 피해가려면 지역의 중간지원조직과 심도 깊은 논의와 컨설팅을 통해 시장상황을 파악하고 어떠한 혁신적인 방법으로 사회적기업을 운영할 것인지 깊은 고민을 한 후 사회적기업을 시작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사업을 시작해야 할까요? 서천의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전통예술단 혼'을 예로 들어볼까요. 흔히 농촌지역에서는 문화예술 기업이 살아남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대로 된 공연장이 없을 수도 있고, 그 수요도 불확실할 수 있구요. 그래도 '혼'에 창립멤버들은 많은 악조건 속에서도 지역에 내려와서 문화의 씨앗을 심어보자고 시작한 사람들입니다. 처음엔 물론 힘들었죠.
하지만 동네 장터를 활성화하기 위한 '장날愛'라는 문화프로그램 운영과 같이 지역사회와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고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전략으로 자연스럽게 기업의 목적을 알려가고 동의를 얻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것이 지역사회에서의 혁신전략이 아닐까요?
사회적기업이 성장하기 위한 마지막 전략으로 후속세대를 고민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사회적기업은 새로운 세대와 만나서 그 미래를 일구어나가야 합니다. 이러한 일에 지역대학 스스로도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동안 지역대학을 먹여 살린 것은 그 지역사회이니까요. 다행스럽게도 최근 대학에서 사회적기업 학과 설립에 붐이 일고 있습니다. 이는 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후속세대를 키우기 위해 전략적으로 움직인 덕분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쉬운 것은 소위 '명문대'라고 불리는 곳에 이러한 지원이 몰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접근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소위 사회적기업의 주류화 전략일 수도 있구요.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사회적기업의 성장을 고민하면서 진짜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은 지역사회에서 일하면서 그곳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대학의 친구들이 아닐까요? 청년세대들에게 상위 10%가 되라고 헛된 꿈을 심어주기 보다 나머지 90%로 남더라도 지역사회에 활기를 가져오는 주역이 되는 '사회적기업가'의 길을 알려주는 역할을 지역대학에 요구하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홍주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