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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씩 지방에 가게 되면 그 지역에 있는 맛집을 찾는 것은 제가 즐기는 사치 중의 하나입니다. 그것도 지난 몇 년 전부터 이곳에 가게 되면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음식점의 맛이라고 한다면 그 기대가 더 크겠지요.

온갖 수산물이 풍요로운 다도해 해안과 함께 '황토'로 상징되는 비옥한 땅을 자랑하는 남도의 전남 해남군. 지난 26일 집안에 일이 있어 이곳에 내려간 뒤 저녁에는 맛집을 찾아 입의 즐거움을 느끼고자 했습니다.

아이폰으로 해남에 있는 유명 맛집을 검색 하노라니 우선적으로 나오는 게 바로 '천일식당'입니다. 90년 전통을 자랑하고 '떡갈비 정식'으로 유명한 집입니다. 그동안 몇몇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유홍준의 '남도답사 1번지'에서도 소개된 바 있습니다. 이 같은 유명세 때문에 서울 서초동 법원가에도 분점 비슷한 가게가 천일식당이라는 간판을 걸고 영업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해남읍내에 위치한 천일식당의 상차림 입니다
 해남읍내에 위치한 천일식당의 상차림 입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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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는 좋은데 음식 맛은 어떨까?

해남읍 내에 있는 천일식당은 수십 년 전 지방의 낯선 동네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여인숙의 모습과 그 외관이 비슷했습니다. 실제 천일식당 내부는 'ㄷ'자로 배치된 방은 천장이 낮고 문지방 등의 모습이 전형적인 옛날 여인숙의 모습입니다.

이 집의 메뉴는 단출합니다. '떡갈비 정식'과 함께 '불고기 정식'이 그 전부 입니다. 여기 까지는 맛있는 음식점의 특징과 일치하기에 기대를 품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메뉴가 많은 집일수록 정작 맛있는 음식을 접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메뉴는 두 가지가 전부 입니다.
 메뉴는 두 가지가 전부 입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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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 가지 음식에 그 승부를 거는 게 맛으로 유명한 식당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해서 주린 배를 움켜잡고 저녁 식사 시간으로는 조금 늦은 오후 8시 30분 남짓의 시간에 방문한 이날 무척이나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던 것입니다. 메뉴판을 딱 한번 살펴보고는 두말 할 것 없이 '떡갈비 정식' 2인분을 주문했습니다.

주문을 한지 10여분 만에 음식상이 들어 왔습니다. 종업원 2명이 상을 들고 들어오는 것이 여느 식당들처럼 테이블이 놓여 있고 그 위에 음식을 날라 오는 것과는 약간 다릅니다. 즉 주문하면 음식을 주방에서 차린 후 이 상을 방으로 들고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음식 가짓수는 많지만 한정식의 단점을 고스란히...

전남 해안 지방을 차로 지나다니다 보면 많은 싼 가격의 백반 정식 집을 접할 수 있습니다. 주로 기사식당의 형태를 띠고 있는데 넓은 주차장과 함께 손님을 맞고 있어 여러 가지로 장점이 많은 식당들입니다. 가격은 물론 저렴합니다. 6~7천 원 선에서 가격을 받고 제철 음식을 위주로 꾸밈으로써 입맛을 사로잡습니다. 남도땅 백반정식의 경우 반찬 수가 보통 십 수 가지에 달합니다.

일하게 제 입맛을 당긴 건 토하젓이 전부 이었습니다. 1시간 이상의 시간을 들여 굳이 이 집을 찾은 이유에 대해 그나마 만족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하게 제 입맛을 당긴 건 토하젓이 전부 이었습니다. 1시간 이상의 시간을 들여 굳이 이 집을 찾은 이유에 대해 그나마 만족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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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식당의 떡갈비 정식의 경우에도 두 사람이 들고 들어온 상 에는 24가지 이상의 반찬이 놓여 있었습니다. 메인요리인 떡갈비는 나중에 들어오는데 이 상 차림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젓갈류. 어리굴젓 벤뎅이젓 그리고 토하젓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밖에 나머지 반찬으로는 호박전 잡채 김 마늘쫑 꽃게장 숙주나물 톳무침 계란찜 멸치조림 등등 이면서 그저 그런 수준 입니다.

톳 무침 인데 맛은 그저 그런 수준 이었습니다.
 톳 무침 인데 맛은 그저 그런 수준 이었습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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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초무침의 경우 남도 땅이기에 갑오징어로 무쳐 냈더라면 훨씬 더 맛이 뛰어 나지 않았을까 합니다. 오징어 초무침은 만든 지 오래 되었는지 오징어가 딱딱하게 굳어 있었습니다. 맛이라고는 식초 맛뿐 입니다. 향긋한 미나리에 부드러운 오징어 살의 조화는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어리굴젓인데 이 또한 그저 그런 맛이었습니다.
 어리굴젓인데 이 또한 그저 그런 맛이었습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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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찜 또한 부드러움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보통 새우젓을 갈아서 기본 간을 하게 되는데 이곳 계란찜의 경우 짜게 느껴지면서 감칠맛의 새우젓 간을 한 부드러운 맛의 계란찜은 아닌 듯 했습니다. 또 양파를 썰어서 고명으로 얹어 있어 부드러운 식감을 즐기기에는 무리였습니다.

또 나머지 기본 반찬 맛 또한 일일이 평가를 할 필요가 없게끔 그저 그런 평범한 수준이었을 뿐입니다. 굳이 이렇게 많은 반찬을 상에 올려놓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한정식이 맛 평론가들에 의해 많은 비판을 받는 그런 오류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즉 많은 가짓수에 신경 쓰다보니 만든지 오래되어 맛이 떨어지거나 신선도가 떨어지는 단점입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많은 가짓수에 불구하고도 거의 대부분의 반찬에는 손길이 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더해 반찬그릇이 담겨 있는 그 양에 비해 너무 커서 상을 불필요하게 차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즈음 예쁜 찬 그릇이 많은데도 이렇게 큼지막한 하얀색 플라스틱 반찬 그릇을 써야 했는지 의문이었습니다. 

90년 전통의 천일식당은 예전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어 친숙함을 더했습니다.
 90년 전통의 천일식당은 예전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어 친숙함을 더했습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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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요리 '떡갈비' 그 맛은 .....

반찬을 이것 저것 젓가락으로 한두 점씩 집어서 맛을 보고 있는데 10여분쯤 경과한 다음에야 메인요리인 떡갈비가 나오더군요. 떡갈비를 처음 보고는 웬 시루떡? 인가 생각 했습니다. 보통 떡갈비의 경우 동그랗게 전을 부치듯 만들어져 있는 걸로 알았는데 이곳 천일식당의 떡갈비는 사각형으로 생겼기 때문입니다.

떡 갈비 입니다.
 떡 갈비 입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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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기대감을 안고 한 점 떼어서 맛을 보았는데 첫 느낌은 제 입맛에는 너무 달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어른의 입맛에는 너무 달짝지근해 한우 소고기 특유의 맛을 전혀 즐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 입맛이 결코 까다롭지 않은데 이 정도를 충족 못한다면 '90년'이라는 명성에 비해서는 한참 뒤진 맛이라고 할 수 밖에요.

다만 부드럽게 다져서 만드는 떡갈비이기 때문에 치아가 부실해 고기를 뜯을 수 없는 분들이나 한번씩 별식으로 즐길 만하지, '명품 맛'이라고 하기에는 한참 부족해 90년 전통이라는 점을 듣고 한 시간 이상의 공을 들여 찾아온 그 시간이 아깝게 여겨집니다.

뭐 그렇다고 천일식당의 명성을 폄훼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달짝지근한 음식을 좋아하는 일본관광객의 경우에는 그 입맛에 맞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가격이 서울의 유명 한정식 집에 비해서는 한참 싸다는 점이 이 머나먼 해남까지 내려와 한끼 식사를 위해 이 집을 찾아간 수고에 대한 작은 보답이라고나 할 것 같습니다.

다음날 서울로 돌아와 가족끼리 모인 가운데 얘기를 나누는데 저희 누님도 그 집을 알고 있더군요. 누님도 몇 년 전에 가보았다고 하는데 음식이 별로여서 굳이 발품을 팔아가면서 찾아갈 이유는 없다는 평가에 저 또한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의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천일식당 '떡갈비 정식' 과도하게 단 맛을 줄이고 몇 가지 밑반찬에만 정성을 기울인다면 다시 찾을 마음이 생길까? 또 다시 그런 상을 1인분에 2만5000원을 지불하면서 까지 다시 접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애써 위안 한다면 옛 정취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던 식당 분위기와 함께 오랜만에 토하젓을 맛본 정도라고나 할까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떡 갈비, #천일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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