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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왜 졌는가. 높은 투표율을 걱정하는 것 자체가 이미 진 것이다. 세상에 어느 정당이 이렇게 비겁하냐."

전여옥 전 한나라당 의원이 2011년 4·27 재보선에서 패배한 다음 날인 28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입니다. 이에 앞서 지난 2010년 7·28 재보궐선거 때 서울 은평을 선거구 투표율이 32%를 넘자 한나라당은 높은 투표율을 걱정했습니다. <폴리뉴스>는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가 28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투표율이 높아서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2010. 7. 28 <폴리뉴스>, <예상보다 높은 투표율, 민주 '환호'... 한나라 '걱정'>)

높은 투표율 걱정하는 새누리당, 유일무이한 정당일 것...

또 있습니다. 지난 2009년 4·29 재보선 때도 한나라당은 높은 투표율을 걱정했습니다. 당시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가 정면충돌한 경주 재선거 투표율이 직전 총선 투표율인 51.9%를 넘어선 53.8%였습니다. 그러자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경주와 울산 북구의 투표율이 높아 걱정"이라면서 "그러나 선거가 끝났으니 (투표함을) 열어봐야 알지 않겠나"라고 말했습니다.(2009. 4. 29 <뉴시스>, <여야, 높은 투표율에 긴장… 표계산 분주>)

투표율 높다고 걱정하는 정당은 아마 새누리당밖에 없을 것입니다. 사람이 만든 최고의 민주주의 절차는 누가 뭐래도 선거입니다. 선거가 아닌 방법으로 권력을 교체하는 것은 무력에 의한 쿠데타와 독재권력을 무너뜨리는 시민혁명이 있습니다. 쿠데타는 민주국가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문제이고, 시민혁명은 절차과 형식적 민주주의가 뿌리내린 국가에서는 일어나기 힘듭니다. 결국 선거가 가장 지혜로운 정권교체 수단입니다.

그런데 투표율이 낮다면 제대로된 민의가 반영될 수 없습니다. 투표율이 50%가 안 되는 선거에서 득표율 50%로 대통령이 된다면 전체 유권자 25% 지지를 얻었다는 것입니다. 과연 이런 지지율로 국정을 잘 수행할 수 있을까요.

그러므로 투표율을 높이는 것은 여야를 막론하고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투표시간 연장입니다. 문재인 후보 현행 오후 6시에서 9시로, 안철수 후보는 8시까지 연장해야 한다고 목소를 높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는 여야가 상의해서 할 일이라고 했습니다. 한마디로 연장할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22조 원 삽질한 정권이 겨우 100억 원 걱정

새누리당 역시 투표 연장 주장을 강하게 비판합니다. 새누리당 이정현 공보단장은 20일 "2시간을 연장하면 국민혈세 100억 원이 더 든다. 투표종사요원을 포함해 굉장히 많은 비용이 들게 돼 있다"며 "또 지구상의 230여 개 나라 중 공휴일로 투표일을 정해 투표율을 높이는 나라가 대한민국 하나밖에 없다는 것을 국민이 아셔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참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4대강 삽질에 22조 원을 퍼부은 새누리당이 100억 원 걱정을 합니다. 더구나 4대강 삽질은 환경파괴이고, 국민혈세가 끊임없이 들어가지만 투표연장으로 100억 원이 더 들어가도 더 많은 유권자들이 참여하게 되면 오히려 국민와 나라를 위해 더 좋은 결과를 낳게 됩니다.

 12월 18일 치러지는 18대 대통령 선거 홍보 포스터
 12월 18일 치러지는 18대 대통령 선거 홍보 포스터
ⓒ 중앙선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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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정현 공보단장은 "안 후보는 두 시간, 문 후보는 세 시간 연장을 주장하는데 투표시간 연장 요구가 개혁적인 것이라면 문 후보가 안 후보보다 1시간 더 개혁적인 것이냐"면서" 아예 이틀, 삼일을 투표하자고 하는 게 훨씬 개혁적일 것"이라고 두 후보를 사이를 갈라놓으면서 싸잡아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친박계 의원들이 3년 전에 2-3시간 연장이 아닌 '24시간 투표' 법안을 발의한 것으로 밝혀져, 새누리당의 투표시간 연장 비판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것인지 확인됐습니다. <뷰스앤뉴스>는 지난 2009년 4월 24일 양정례 의원은 노철래, 정영희, 송영선, 김을동, 정하균 의원 등 친박연대 소속 5인 및 손범규 한나라당 의원 등 친박 7인과 함께 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알고보니 친박들 3년 전 '24시간 투표' 발의했네

30일 <뷰스앤뉴스>는 이들은 개정안에서 "국민의 선거권 행사는 자유롭게 행하여질 수 있도록 최대한 보장되어야 할 것"이라며 "그러나 현행은 투표관리의 편의를 위하여 투표시간을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규정하고 있어 생업에 종사하는 선거인이 본의 아니게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다.

특히 이들은 "이는 저조한 투표율의 원인 중 하나로서 최근 각종 선거에서 나타나고 있는 50% 미만의 저조한 투표율은 대의민주주의의 가치를 떨어뜨림은 물론 해당 선거로 선출된 대표기관의 대표성마저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며 "투표시간을 선거일 0시부터 24시까지로 연장하고, 이에 따른 관련규정도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뷰스앤뉴스>는 전했다.

하루 종일 투표하자는 말입니다. 3년 전 친박계 의원들이 24시간 투표연장을 발의했는데 "투표시간 연장이 뜬금없다"는 새누리당 주장이야말로 정말 뜬금없는 반박입니다. 이정현 공보단장은 비정규직 노동자와 아르바이트생들이 투표할 시간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최근 투표를 하러 가야 하는데 고용주가 못하게 해서 투표를 못했다고 문제제기가 돼 다뤄진 사례가 거의 없다. 그것은 선관위에서도 역시나 확인한 사안"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투표시간 연장이 좌파적 발상?

하지만 이 공보단장 주장에 대해 문재인 후보 측은 다르게 주장합니다. 진성준 문재인캠프대변인은 30일 논평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가 무려 870만 명에 달하는데 이들이 투표에 불참한 이유를 실제로 조사해보니까 일 때문에 근무시간 동안에 투표장에 갈 수가 없어서 투표를 하지 못했다는 비율이 64%가 넘었다"면서 "반대로 자발적으로 투표를 하지 않은 분들은 36%가 채 안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근무시간 때문에 투표할 시간이 없다는 말입니다.

특히 진성준 대변인은 "친박의 어떤 한 의원은 '투표시간연장 절대로 안 된다. 박근혜 후보도 절대로 안 된다고 하셨다. 투표시간연장은 불순한 좌파적인 발상이다. 절대 반대한다' 이렇게 얘기했다. 투표시간연장이 좌파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라고 따져 물었습니다.

투표시간연장까지 색깔론으로 뒤집어 씌우는 것을 보면 새누리당은 투표율이 높아지는 것 자체가 달갑지 않다는 방증입니다. 투표율이 높은 것보다 낮기를 바라는 것이 민주정당이 맞는지 심각하게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투표율#새누리당#투표시간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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