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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 하자센터에서 가진 조국 서울대 교수, 이준한 인천대 교수와 대담에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에 관한 질문을 받던 도중, 조 교수에게 "문 후보는 진짜 실현 가능한 안만 얘기하는 것 같다. 시쳇말로 뻥도 치고 세게 말해야 하는데..."라는 핀잔 아닌 핀잔을 받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 하자센터에서 가진 조국 서울대 교수, 이준한 인천대 교수와 대담에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에 관한 질문을 받던 도중, 조 교수에게 "문 후보는 진짜 실현 가능한 안만 얘기하는 것 같다. 시쳇말로 뻥도 치고 세게 말해야 하는데..."라는 핀잔 아닌 핀잔을 받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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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후보는 진짜 실현 가능한 방안만 얘기하는 것 같다. 시쳇말로 뻥도 치고 세게 말해야 하는데, 50석도 아니고 46석 이러면...(웃음) 밖에서 보면 갑갑한 게 있다."

조국 서울대 교수의 말에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문 후보는 "내가 공약하면 실현해야 해서, 나는 안철수 후보 보다 하나의 부담을 더 진다"며 본인 공약의 '정직함'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다.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하자센터에서 열린 '문재인의 정치혁신 비전을 묻다' 행사에 참석한 조국 서울대 교수와 나눈 대담의 한 단락이다.

문 후보는 본인이 제시한 정치 혁신 방안으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설명하던 차였다. 그의 공약에 따르면, 비례대표 의석을 100석으로 만들기 위해 지역구 의석 46석을 줄여야 하는 상황.

이에 조 교수가 "권역별 비례대표제도가 괜찮긴 한데, 비례대표 수와 지역구 수를 150대 150으로 하는 건 어떠냐"고 제안하자, 문 후보는 펄쩍 뛰며 "한 석 줄이는 것도 현실 정치에서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이에 조 교수가 내놓은 조언이 "뻥도 좀 치라"는 것.

여기에 굴하지 않고 문 후보는 "안 후보는 자유롭기 때문에 기존의 정치 현실을 뛰어 넘어서 자기가 생각하는 방향을 말하면 되지만, 내가 제안하면 민주당이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그야말로 뻥이 된다"고 강변했다.

이처럼 '진지한' 모습으로 대담에 임하던 중, 문 후보의 얼굴이 또 한 번 빨개진 때가 있었다. 야권 후보 단일화를 두고 얘기 나누던 때였다.

앞서, 조 교수가 3기, 4기 민주정부를 바란다고 말한 데 이어 문 후보는 "아예 10년, 20년 이어지는 민주개혁 정부를 만들어야 우리 사회 정치 지형이 근본적으로 바뀐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내가 3기, 4기 민주정부를 말하니 후보가 5기, 6기 민주정부를 말한다"며 "스웨덴도 사민당이 40년 집권해서 복지국가의 기초가 만들어졌다, 장기집권의 야욕 때문이 아니라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위해서는 강고한 세력이 뒷받침 해줘야 한다"고 거들었다.

그러자 문 후보는 "민주 정부 10년이라고만 말하면 수상하게 생각한다"고 해명하며 또 다시 얼굴이 새빨개졌다. '10년 민주 정부'가 자칫, 문재인-안철수 정권 10년으로 읽힐까 경계한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고 좌중은 폭소했다.

조국 "안철수와 1대 1 TV 토론하라"...문재인 "어떤 형태든 좋다"

대담에서 '단일화'의 당위성에 대한 논의도 계속됐다. 조 교수는 "문 후보와 안 후보는 경제 개혁 정책 분야 싱크로율은 95%, 정치 정책은 70%에 달한다, 단일화 하는 게 당연하다"며 "두 분이 합치는 건 두 후보가 공유하는 정책 실현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문 후보 역시 "단일화는 꼭 필요하다, 그것이 국민의 여망"이라며 "개혁 추진 세력으로 함께 힘을 합쳐 대선에 임해야만 보수층의 35% 견고한 지지를 뛰어 넘어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 하자센터에서 가진 조국 서울대 교수, 이준한 인천대 교수와 대담에서 야권후보 단일화에 대한 질문을 받자, "단일화 얘기하면 단일화 압박한다고 하고 단일화 놓고 서로 각 세우기니 주도권 잡기니 이렇게 다루니 단일화 논의 자체를 제대로 할 수 없다"며 단일화 얘기도 못 꺼내게 하는 언론보도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 하자센터에서 가진 조국 서울대 교수, 이준한 인천대 교수와 대담에서 야권후보 단일화에 대한 질문을 받자, "단일화 얘기하면 단일화 압박한다고 하고 단일화 놓고 서로 각 세우기니 주도권 잡기니 이렇게 다루니 단일화 논의 자체를 제대로 할 수 없다"며 단일화 얘기도 못 꺼내게 하는 언론보도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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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렇게 중요한 단일화인데 단일화 얘기를 하면 단일화를 압박한다느니 서로 각을 세운다고 다루니 '(대화의 장을) 조금 열어달라'는 말을 못하겠다"며 "단일화 시기와 방법에 대해 터놓고 얘기할 때가 됐으니 언론도 그렇게 다뤄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실상,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와 언론에 동시에 '당부의 말'을 남긴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 날 행사의 또 다른 참석자인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단일화 방식에 대해 "시민들은 1년 전부터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기대해왔는데 여론조사 몇 %에 모바일 몇 % 등 비율 정하기로 밀고당기다가는, 후보 단일화가 된다고 해도 국민에게 감동이나 드라마가 있겠냐"고 지적했다.

조 교수 역시 "당선 가능성과 국정 적합성을 두고 % 싸움을 하다가 결렬되고, 이게 쌓이면 국민들의 실망감만 높아진다"며 "계급장 떼고 안 후보와 생방송으로 TV 공개 토론을 해서 유권자가 직접 평가하게 하면 어떠냐"고 제안했다.

문 후보는 "안 후보와의 1대 1 토론에 응할 용의가 얼마든지 있다, 자기 의견만 발표하는 걸로 끝날 게 아니라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토론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며 "두 사람만의 토론이 어렵다면 세 후보 간의 토론도 좋고 어떤 형태도 환영한다"며 적극 반겼다.

대담 과정에서 '국회의원 수 100명 축소, 중앙당 폐지' 등를 골자로 하는 안철수 후보의 정치 개혁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방점은 국회의원 수 줄이기에 찍혔다.

문 후보는 "정치의 근본적 혁신이 필요하다는 뜻에는 공감하지만 안 후보가 말한 방안은 정치를 정상화 시키는 방향에서 빗나간 것 같다"며 "국회를 축소하면 시장 통제 기능도 약해져 경제민주화 등도 이루기 힘들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안 후보의 방안은 기득권을 내려놓자는 것인데, 핵심은 의원 숫자가 아니다"라며 "의원을 100명 줄이면 의회의 힘이 떨어지는 대신 관료의 힘이 증가한다, 또한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광주나 전라북도는 의원이 절반 가량 줄어들게 되는데 지역을 어떻게 대표할지 문제가 남는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 역시 "안 후보의 안은 국민이 바라는 데 이걸 해야지 않겠냐는 게 핵심인데, 대통령을 없애자고 설문조사 하면 90%가 찬성했을지도 모른다"며 "과거 쇄신안들이 국민이 바라지 않아서 입법화가 안 된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아무리 좋은 쇄신 방안도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 법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느냐가 과제"라고 덧붙였다.

"모바일 투표, 정당해체에 기여" 지적에 문재인 '발끈'

민주당을 향한 비판도 빠질 수 없었다. 이 교수는 정당정치의 왜곡을 얘기하며 "정당의 고위 공직자 후보는 당원과 대의원이 선출해야 한다, 정치 학계에서는 모바일 투표·국민 참여 경선이 정당해체에 기여한다는 걸로 의견이 모아져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민주당에서 당 대선 후보 선출을 비롯해 당 대표 선출 등에서 모바일 투표를 도입한 것에 대한 문제제기다.

문 후보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즉각 반박했다. 그는 "당원 뿐 아니라 지지자의 정당도 있을 수 있다"며 "정당 정치와 모순되는 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모바일이나 인터넷을 통해 활발히 정치 의사를 표시하면 정당 정치에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오프라인 정당에 SNS를 결합한 네트워크 정당을 만들면 의견들이 직접 정당에 수렴돼 정당 기능을 더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네트워크 정당, 좋은 얘기인데 왜 이 얘기가 지금에야 나왔냐"며 "정치 개혁 화두가 지금 논쟁이 붙고 있다, 제 1야당으로서 왜 미리 정치 개혁을 얘기하지 못했냐"고 꼬집었다.

두 교수의 연타에, 재빨리 마이크를 잡은 문 후보는 "네트워크 정당은 지난 12월 민주당 창당 때 합의된 것인데, 민주당 지지도가 올라가니 안주해 버렸고 실천하지 못했다"며 "민주당도 변하지 않으면 외면 받는다는 사실을 절박하게 생각한다, 내가 민주당 변화를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 하자센터에서 '문재인의 새로운 정치를 만나다'를 주제로 조국 서울대 교수, 이준한 인천대 교수와 대담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 하자센터에서 '문재인의 새로운 정치를 만나다'를 주제로 조국 서울대 교수, 이준한 인천대 교수와 대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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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혁신과 관련된 교수들의 제안도 이어졌다. 이 교수는 대통령 권한 축소를 위해 "대통령이 정부 발의 법안을 제출하지 못하도록 하고, 예산 편성권을 국회 고유 권한으로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부통령을 세워 권한을 분산하고, 국회의원 선출과 대통령 선거 주기를 맞추기 위해 대통령 임기를 줄여 2016년까지만 집권하겠다는 공약을 걸라"며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시행하라"고 제안했다.

조 교수 역시 "대통령 4년 중임제에 대한 개헌의 필요성은 여야 공감을 이룬 상태"라며 "다음 정부 하의 국회에서 개헌 특위 결성에 합의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에 문 후보는 "회계 감사권을 국회에 넘기는 것은 생각해볼 만하고 4년 중임제는 국민들의 공론이 모아졌으며 부통령제 역시 도입할 수 있다"며 긍정의 뜻을 밝혔다. 다만 그는 "차기 대통령의 임기 가운데 1년 6개월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은 헌정에 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선을 그었다.

2시간 가량 이어진 대담은 때로는 화기애애 했고, 때로는 날카로웠으며, 때로는 후끈 달아올랐다. 모든 대담을 마치며 문 후보는 "나와 안 후보가 함께 힘을 합쳐서 노력해 나가면 이번 기회에 우리 나라 정당도 바꾸고 정치도 제대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단일화든 연대든 세력 통합이든 (어떤 방법이든 간에) 국민이 바라는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루고 새로운 정치도 만들고 그 힘으로 경제민주화 복지국가의 대 전환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문재인#조국#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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