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사 보강 : 31일 오후 7시 10분]

영화처럼 기묘한 만남이 이뤄졌다. 대선 후보로 나선 세 후보의 캠프에서 브레인 역할을 맞고 있는 3명의 원로가 '평화재단 창립8주년 기념 대토론회-통일시대를 대비한 국가혁신 방향'에서 다함께 만났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측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 윤여준 국민통합추진위원장,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의 외교안보정책 브레인으로 꼽히는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가 그 3명이다. 31일일 오후 1시 30분 천도교 대교당에서 열린 대토론회에서 나란히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들은 또 18대 대선을 흔들고 있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1년 전 멘토였던 3인방이기도 했다. 이들과 두터운 신뢰를 형성하고 있는 법륜스님(평화재단 이사장)도 함께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평화재단 창립 8주년 기념 대토론회. '통일시대를 대비한 국가혁신 방향'을 주제로 토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법륜스님.
 평화재단 창립 8주년 기념 대토론회. '통일시대를 대비한 국가혁신 방향'을 주제로 토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법륜스님.
ⓒ 이준길

관련사진보기


토론회를 주관한 법륜스님은 기조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며 토론의 문을 열었다.

"우리나라는 지난 50년간 분단된 상황 속에서도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성공시켜 세계에 유일하다고 할 만큼 자랑스러움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앞으로의 미래는 만만하지 않을 것 같다. 미중관계에 따라 우리의 위상이 많이 어려워질 것 같다. 특히 남북이 대치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우리 선택의 여지가 좁아질 것이다. 남한만의 대한민국이 아니라, 북한까지 아우르는 통일의 대한민국을 꿈꿀 때 새로운 국가비전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법륜스님은 통일시대를 대비한 국가혁신 방향이 세워져야 함을 강조했다. 이어서 국정경험이 많은 멘토급 원로인 김종인 위원장, 윤여준 위원장, 최상용 교수는 차례대로 나름대로의 경험에 비추어 대한민국이 새로운 21세기에 어떤 방향으로 나가면 좋을지 기조발제를 했다.

김종인 "경제민주화 지금 하지 못하면 복지수요 늘어날 것"

기조 발제를 하고 있는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
 기조 발제를 하고 있는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
ⓒ 이준길

관련사진보기


먼저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이 경제민주화와 통일에 대해 언급했다. 

"우리 경제, 사회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경제민주화를 추진해야하며 경제민주화를 지금 하지 못하면 복지수요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복지수요가 늘어나면 재정이 감당할 수 없으며 방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을 때 우리사회는 정상적으로 한 발짝도 갈 수 없다."

재계를 지칭하며 경제민주화는 특정계층을 어렵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해 했다. 

"그러나 경제민주화에 대해 엉뚱한 얘기가 많이 나온다. 시장경제가 보다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지속성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 특별계층(재계를 지칭)을 어렵게 하려는 것이 경제민주화가 아니다. 시장경제의 새로운 질서를 확립하고 지킬 수 있는 새로운 시장경제의 룰(규칙)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우리사회가 갈등구조로 계속 갈 수밖에 없으며 갈등이 지속되면 통일의 기회가 온다 해도 성공시키기가 어렵다. 다행히 최근 대통령을 하겠다는 세 사람이 한결 같이 경제민주화를 꼭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소망컨대 누가 되든 간에 이 문제만큼은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 위원장은 갈등구조를 지속하면서 통일의 기회를 성공시킬 수 없으며, 통일을 위해서도 경제민주화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윤여준 "대통령 국가통치능력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

새누리당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에 이어 두 번째로 기조발제를 하고 있는 윤여준 민주통합당 국민통합추진위원장.
 새누리당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에 이어 두 번째로 기조발제를 하고 있는 윤여준 민주통합당 국민통합추진위원장.
ⓒ 이준길

관련사진보기


사회를 맡은 김영희 대기자는 "여기서 세 사람이 만나도 되느냐"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윤여준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은 "통합적 관점에서 말하겠다"며 가볍게 받아치며 정치 개혁에 대해 말을 이어갔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 지도자들이 국가 통치능력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정당은 정치인들이 일찍부터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와 원리를 습득하고 내면화하도록 훈련하고 검증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윤 위원장은 정치 지도자가 될 사람들의 통치 능력을 훈련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가장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발표되는 정치개혁 정책들을 의식한 듯 "국민들의 정치혐오감이 심하니까 그런 정서에 부응하려는 태도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발표하는 정치개혁의 내용이 부분적이라고 할까 기능적이라고 할까 단편적이라고 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뚜렷한 목표나 문제의 본질에 좀 더 깊은 고민이 있었으면 한다"며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최상용 "통일에 도움이 되는 외교 전략 작성해야"

세 번째로 기조발제를 하고 있는 안철수 후보 캠프의 최상용 명예교수.
 세 번째로 기조발제를 하고 있는 안철수 후보 캠프의 최상용 명예교수.
ⓒ 이준길

관련사진보기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의 외교안보정책 브레인으로 꼽히는 최상용 명예교수는 "현재 통합에 대해 가장 자신만만해 할 사람은 (세 후보 중) 안 후보라고 본다" 며 지지선언을 분명히 했다. 한편으론 "만약 그가 통합을 거부하면 지지를 철수하겠다"고 말해 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최 교수는 "오늘은 학술적인 얘기는 일체 생략하겠다"며 호탕하게 말문을 열었다. 통일은 올 수밖에 없으므로 (앞선 두 명의 기조발제의 연장선에서) 역시 통일을 염두에 둔 정책을 내어 놓아야 함을 역설하여 외교 전략을 강조했다.

"우리는 중견국가로서 외교 전략이 있어야 한다. 통일에 도움이 되는 외교 전략을 작성해야 한다. 한중관계를 지금처럼 두어서는 안 된다. 한미관계를 돈독히 하고, 한중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모순이다. 그것을 절묘하게 균형을 잡아야 한다. 고난이도의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

통일을 위해서는 중견국가로서의 외교 전략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오늘 세 원로의 만남에 대해 기쁨을 표현하며 이렇게 말해 또 큰 웃음을 자아냈다.

"김종인 박사, 윤여준 장관, 저 최상용은 1년 반 전부터 지금까지의 생각, 경험을 통틀어서 어떻게 하면 좋은 대통령이 나오게 할까 수없이 고민했다. 그러던 중 안철수 후보가 나타났다. 우여곡절 끝에 한 분(김종인)은 박 캠프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다른 한 분(윤여준)은 문 캠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저는 운명대로 안철수를 끝까지 지키지 않을 수 없다. (청중 웃음) 제가 운명적으로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게 되었으니 우리 세 명은 반드시 성공한다. 세 사람 중의 한 명은 될 것이기에. (청중 웃음)"

최 교수는 기조 발제 끝무렵 "2500년 전 플라톤의 법률을 보면 세 노인이 등장한다, 플라톤은 철학자의 정치를 기대했다, 말년에 가서는 역시 정치는 경험이고 경륜이라고 했다, 실천적 지혜라고 했고 그것의 동양적 표현이 중용이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최 교수의 발언처럼 나란히 기조 발제를 한 세 원로는 경험과 연륜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한 때는 안철수 후보의 멘토였지만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세 캠프로 각각 흩어진 세 원로다.

윤여준 위원장은 기조 발제가 끝나고 기자와의 만남에서 "우리 세 명은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며 "방금 전에도 점심을 같이 먹으며 웃으며 대화했다"고 했다. 비록 각각 흩어졌지만 서로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든든한 이들이 각 캠프에 포진하고 있어 분열이 아닌 안정감이 느껴지는 듯하다.

경험과 연륜을 각 캠프에서 발휘하며 한국 정치가 보다 더 발전할 수 있도록 견인하는 역할을 하겠노라는 소명의식을 세 원로에게 느낄 수 있었다. 세 원로가 자리하고 있는 위치는 서로 달랐지만 토론회는 훈훈했다.

국민들 중에는 '안정'을 원하는 사람들도 많고,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도 많다. 대선에 나온 세 후보들도 (세 명의 원로가 보여준 것처럼) 서로 머리 맞대고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그러면 국민들도 감동할 것이다. 그것이 국민이 바라는 새로운 정치일 수 있다.


태그:#평화재단, #법륜스님, #김종인, #윤여준, #최상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기자. 오연호의 기자 만들기 42기 수료. 마음공부, 환경실천, 빈곤퇴치, 한반도 평화에 관심이 많아요. 푸른별 지구의 희망을 만들어 가는 기자를 꿈꿉니다. 현장에서 발로 뛰며 생생한 소식 전할께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