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열린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열린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난 문재인 안 믿습니다."

김호정(45)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조합원은 단호했다. 31일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자 결의대회에서 만난 그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의 노동 공약에 대해 "쭉 나열만 한다고 그걸 실천할 거라고 보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문 후보는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열린 결의대회에 참석해 "이명박 새누리당 정권이 후퇴시킨 공공부문 정책을 바로잡아 공공기관 노동자의 권익과 사회공공성을 지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더불어 공공기관 민영화를 전면 재검토 하고 비정규직을 축소하며, 공공기관 일자리 확대를 이루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두고 김 조합원은 "노무현 정부 때 공공부문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의 기초가 이미 만들어졌다"며 "또 신자유주의 정책을 진두지휘한 게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이이다, 원죄가 있는데 자기반성 없이 공약만 나열한다고 믿음이 가겠냐"고 꼬집었다. 

그는 "안철수 후보는 노동에 대한 관념이 문 후보보다 더 없다"면서도 "민주노총 내부에서는 문-안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할지에 대한 논의가 있을 텐데, '문철수'로는 어렵고 '안재인'이어야 박근혜를 이길 수 있지 않겠냐는 말이 많이 나온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선 후보로의 단일화가 아닌 안철수 대선 후보로의 단일화가 더 승산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것이다.

박영근(40) 한국노총 공공연맹 근로복지공단노조 조합원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문 후보의 노동 공약을 두고 "립서비스 같다"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하겠다는 게 없지 않냐"고 말했다. 이같은 불신의 바탕에는 참여정부의 과오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 참모가 문재인 후보"라며 "국민 뜻에 반하는 한미FTA 등을 추진한 전력을 봤을 때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조합원은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되기 때문에 문재인-안철수 후보 중에 고민은 하지만, 결론내리기 쉽지 않다"며 "주변 사람들도 대부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공공노조 결의대회 참석... 조합원들 반응 '미지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열린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에 참석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열린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에 참석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남기석(32)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남동구도시관리 공단 지부 사무국장은 "누구든 대통령이 돼 봐야 알 것 같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비정규직을 철폐하려면 법안 개혁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모든 정부가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은 공약"이라며 "참여정부 때의 모습이 문 후보를 향한 불신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 보다 시기와 이익을 따지려 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문 후보를 향한 미지근한 반응은 문 후보가 처음 결의대회에 등장했을 때에도 나타났다. 1000여 명의 조합원들은 문 후보를 향해 박수를 보냈지만 열광적인 환호를 보내진 않았다. 문 후보가 일반 시민 앞에 섰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연설할 때 반응 역시,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선 후보에게 보내는 성원과 비슷한 수준의 호응이 있었을 뿐이다. 손에 든 팻말을 흔드는 등의 반응은 심 후보에게 더 집중되기도 했다.

이처럼 노동계 표심은 '문재인-안철수' 후보에게 온전히 마음을 내주지 않고 있지만, 진보정의당·통합진보당을 향하지도 않았다. 남 사무국장은 심 후보,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에 대해서 "통합진보당 분당 사태 때 조합원들에게 너무 많은 실망을 안겨줬다"며 "당선 가능성도 낮고, 기대를 걸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아무개(34) 한국노총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은 "통합진보당은 노동계를 대변한다고 하지만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었음이 이번 통합진보당 사태에서 드러났다"며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열린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에 참석한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선후보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가 외면하고 있다.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열린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에 참석한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선후보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가 외면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한편, 이날 결의대회에는 심상정 후보와 이정희 후보가 나란히 참석해 이목을 끌었다. 이 후보 보다 늦게 도착한 심 후보는 이 후보와 통합진보당 의원들 앞을 지나쳐 가 자리를 잡았다. 두 후보 간의 눈인사도, 알은체도 없었다. 지난 20일 열린 전국 공무원 노조 조합원 총회에서 심 후보가 악수를 청했지만 이 후보가 외면했던 것의 앙금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냉랭한 기류는 문 후보를 만난 자리에서도 나타났다. 심 후보는 연설을 마친 후 인사를 청하러 오는 문 후보를 보자 반갑게 일어나 악수한 반면, 이 후보와 통합진보당 의원들은 자리에 앉은 채 짧게 악수를 나눴다.


태그:#문재인 , #한국노총 민주노총, #안철수, #심상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