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이제 50일도 안 남았다. 11월에 접어든 이 시점에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다시 원점에 서야 한다. 이번 대선이 가지는 의미를 새기면서 지금까지 무엇을 어떻게 해왔는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두 후보가 대선에 나서게 된 경위를 돌이켜 보자. 대통령에 대한 욕심보다는 국민들의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 정권교체에 대한 희망에 부응하기 위해 나섰던 것 아닌가? 여기에 국민들이 환호하고 성원을 보냈다.
문재인 후보는 6개월 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안철수 교수가 대선에 나서줄 것을 촉구하며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면 시대정신 구현의 주역을 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정권교체에 조연 역할을 하겠다"고 하면서 안 교수에게 상당 부분 양보도 가능하다고 했다.
50일도 안 남은 대선, 문재인-안철수는 뭘 해야 할까안철수 후보도 출마를 결심하기 전인 8월, 민심 듣기 행보 중 주민들을 만난 자리에서 "목표가 대통령이 아니며 지금 우리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떤 식으로든 일조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그때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서로 '내가 해야 한다'고 다투는 모양이 되면서 희망과 감동이 사라지고 있다. 단일화 논의도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양측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공학적 모양으로 비쳐지고 있다. 국민들은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지켜보고 있다.
정치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경연장이어야 한다. 이제 며칠 있으면 안 후보의 정책발표도 마무리 된다고 한다. 두 분 모두 정치 초년병이지만 짧은 기간에 열심히 뛰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진실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국민들의 관심은 단일화에 쏠릴 수밖에 없다.
단일화 논의가 다음과 같은 원칙과 방향에서 추진되었으면 한다.
첫째, 첫 출발은 무엇보다도 먼저 두 분이 만나는 것이 되어야 한다. 단일화하겠다고 양측에서 실무자급들이 나와 경선 룰을 가지고 티격태격 거리는 순간 감동은 사라지고 만다. 처음 그때 그 마음으로 만나야 한다. '우리는 누구라도 양보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만나야 한다. '누가 나서야 하느냐' 보다 '어떻게 새로운 정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것인가'를 가지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두 분이 만나면 안 풀릴 일이 없다. 그런 모습을 국민들은 보고 싶어 한다. 그렇게 해서 두 분이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둘째, 두 후보가 만나 큰 틀의 합의를 한 후 실무협의를 통해 가치, 정책의 대강, 정치개혁에 대한 협의를 진행한다.
셋째, 단일화란 용어 대신에 통합으로 바꾸자. 단일화는 '후보단일화'의 약어인데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공학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협의의 개념이다. 단지 대선 승리만이 목적이 아니라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따라서 후보단일화가 아니라 세력 통합으로 가는 것이 맞다.
넷째, 단일화가 되느냐, 안 되느냐 보다 통합 과정이 얼마나 감동적인가가 관건이다. 이런 과정에서 감동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설사 단일화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그 효과는 미지수이다.
다섯째, 세력의 통합과정에 낡은 세력인 수구 새누리당을 제외한 모든 세력을 안을 수 있는 큰 그릇을 만들어야 한다.
이 길로 가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두 후보가 각자의 역할을 겸손하면서도 치열하게 해주길 바란다.
먼저 문재인 후보는 민주당의 쇄신에 박차를 가해주길 바란다. 일부 친노 그룹인사들이 물러나긴 했으나 아직 출발에 불과하다.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서 후보는 모든 것을 버릴 각오를 해야 한다.
사람 문제만이 아니다. 노선이나 정책을 전환하는 시그널도 필요하다. '집토끼'들이 약간 불만스럽게 생각할지라도 영토의 확장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 지금 정치개혁안을 가지고 논란이 일고 있는데 비록 안 후보의 정치개혁안이 거칠게 표현되고 있지만 정당, 국회가 변화되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을 담고 있다고 본다. 민주당이 이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은 백지에서 당을 다시 출발한다는 각오로 당을 현대화해야 한다. 이번 통합의 과정을 통해 민주당은 '뉴민주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안철수 후보는 통합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주길 바란다. 안 후보 입장에서는 국민들과의 소통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갖고 싶겠지만 그렇다고 막판까지 끌고 가는 것은 안 된다. 두 세력 간 가치의 공유나 신뢰없는 막판 단일화는 정략적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단일화를 무조건 하자고 서둘러서도 안 되지만 함께 하기 위한 조건을 확인하고 스텝을 밟아가는 프로세스는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부터 6개월 후 두 분이 어떤 자리에 어떻게 서 있을까를 그려본다. 대선까지 남아 있는 한 달 반 동안 두 후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덧붙이는 글 | 김효석 기자는 전 민주당 국회의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