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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프랑스에서 교환학생으로 있을 때 알게 된 프랑스 파리 교외 장빌 쉬르 진에 살고 계시는 끌로드(Claude) 아저씨가 내 프랑스어 작문을 교정봐 주시곤 했다. 

이런 인연이 더욱 쌓여 나리 언니가 유럽을 여행하기 위해 왔을 때 함께 끌로드 아저씨에서 이틀을 묵으면서 극진히 대접받았다. 왕복 이동거리가 300km가 넘는 쉴리 쉬르 루아르성(Chateau de Sully-sur-Loire)과 샹보르 성(Château de Chambord) 등 루아르강가의 고성투어까지 시켜주셨다.

끌로드 아저씨 부부는 우리를 위해 주말을 반납하고 루아르 고성을 구경시켜 주셨다.
 끌로드 아저씨 부부는 우리를 위해 주말을 반납하고 루아르 고성을 구경시켜 주셨다.
ⓒ 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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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끌로드 아저씨와 부인 마리(Marie)가 오셨다. 한국에서 3개월째 교환학생으로 지내는 딸 오렐리(Aurelie)도 서울에 있으니, 아저씨의 아들 고란뗀(Corentin)를 제외하면 모든 가족이 한국으로 집결한 것이다.

딸 오렐리는 부모님께 서민적인 한국의 풍경을 보여주기 위해 제일 먼저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았다.
 딸 오렐리는 부모님께 서민적인 한국의 풍경을 보여주기 위해 제일 먼저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았다.
ⓒ 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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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증은 삶을 더욱 활력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더 이상 삶에 궁금증이 없다면 모든 것이  재미없어질 것이다. 이래서 끌로드 아저씨는 모든 것이 즐겁다. 딸인 오렐리가 한국으로 교환학생을 오기로 결정된 순간부터 한국 여행을 계획한 아저씨는 한국어부터 배우기로 했다. 언어로 맺어진 인연은 프랑스에서 끝나지 않고 지구 반 바퀴를 돌아 한국에서도 계속 되었다. 한국에 도착하기 전부터 프랑스에서 가져갈 필요한 것은 없냐며 재차 나를 챙겨주셨다. 

한국에 도착하고 처음 아저씨를 안국역에서 만났다.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할 것 같아 한 정거장 전에 내려서 안국역까지 걸었다. 빨갛게 열이 오른 단풍나무와 마치 땅으로 쏟아질 것 같은 은행나무가 참 예뻤다. 가을에 한국을 방문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새삼스레 들었다.

안국역에서 만난 아저씨는 오랜 친구를 만난 것 마냥 포옹하고 불과 몇 개월 사이의 변화에 대한 서로의 궁금증을 털어놓았다. 길을 나서기 전 딸과 아주머니가 기다리고 있는 안국역 인근의 호스텔로 함께갔다. 한옥인 호스텔 내부로 들어가니 아늑한 온돌방에 이불이 깔려있다. 아저씨께 바닥에서 자는 게 불편하지 않냐고 물었다. 아저씨는 손사래를 치며 한국에서는 한국 방식으로 지내고 싶다고 하신다.

끌로드 아저씨 부부는 서울에 있는 동안 바닥에서 자는 한옥으로 된 호스텔에 지내셨다.
 끌로드 아저씨 부부는 서울에 있는 동안 바닥에서 자는 한옥으로 된 호스텔에 지내셨다.
ⓒ 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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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는 이미 3개월을 서울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내고 있는 오렐리가 책임졌다. 부모님을 위한 하루 코스를 짜놓은 것이다. 나는 서울 생활 3개월의 프랑스 아가씨 오렐리가 계획한 서울을 안내받아 서울의 발견에 동행했다. 그녀가 경험한 서울은 어떤 곳이지 궁금했다. 오렐리가 먼저 엄마, 아빠를 모시고 간 곳은 노량진 수산시장. 서민적인 것을 좋아하시는 아저씨 아주머니에게 적합한 곳이었다.

나도 어렸을 때 와 보고 한 번도 오지 않은 곳에 오니 소풍을 온 아이마냥 신났다. 왼쪽 오른쪽 각종 해산물들을 구경했다. 그곳에서는 방금 산 생선과 해산물을 식당에 맡기면 즉석에서 바로 조리를 해준다. 펄떡펄떡 뛰는 싱싱한 해산물을 몇 마리 골라 식당으로 향했다. 보통 때는 술 한 잔도 안 마시는 끌로드 아저씨인데 기분이 좋은 탓에 맥주를 한 병이나 마셨다.

아저씨 가족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노량진 수산시장은 즐거운 나들이었다.
 아저씨 가족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노량진 수산시장은 즐거운 나들이었다.
ⓒ 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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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찾아간 한강 공원에서는 번데기를 한 컵 샀다. 주시는 아주머니도 외국인인 걸 보고는 번데기를 퍼시면서 "근데 줘도 먹을 수 있디야?"라며 의아해 하셨다. 아주머니와 오렐리는 생김새를 보더니 고개를 젓고 아저씨는 번데기 하나를 내밀면서 "은근히 맛있어!"라며 드셨다.

호기심이 많은 아저씨는 한 컵 산 번데기도 먹을 수록 고소하다며 드셨다.
 호기심이 많은 아저씨는 한 컵 산 번데기도 먹을 수록 고소하다며 드셨다.
ⓒ 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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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동안 단풍놀이 한 번 못 가봤다고 속상해하던 나인데 한강공원에 군데군데 서 있는 단풍나무들을 보니 조금 마음이 풀렸다. 춥긴 했지만 해지는 한강공원을 걷다보니 이야기가 술술 나왔다. 아저씨는 비행기에서 옆자리에 앉았던 한국 아주머니에게 한국말로 말 걸고 싶었지만 실패했던 얘기, 프랑스 라디오에 한국어로 된 노래가 흘러나오기에 알고 보니 그 노래가 싸이의 '강남스타일'이었다는 이야기 등 흥미로운 얘기를 잔뜩 늘어놓으셨다. 아저씨와 함께 있으니 한국에 있으면서 금세 기억 저편에 있던 추억이 다시 되돌아오는 것 같았다.  

노을이 지는 한강 공원을 걷다보니 이런 저런 이야기가 절로 나온다.
 노을이 지는 한강 공원을 걷다보니 이런 저런 이야기가 절로 나온다.
ⓒ 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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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끌로드, #프랑스가족, #노량진수산시장,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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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행복한 만큼 다른사람도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세계의 모든사람이 행복해 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세계에 사람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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