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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 응원 풍경 "이제 시험이 임박한 걸 실감하겠어!"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원 풍경"이제 시험이 임박한 걸 실감하겠어!" ⓒ 박병춘

수능 시험 앞두고 사찰과 교회와 성당에서 기도하는 엄마의 모습이 방송을 타는구나. 제자들아! 그 간절한 엄마의 기도 앞에서 12년 학습을 종합한다는 큰 시험을 앞두고 얼마나 마음 고생이 많겠니?

너희들을 둘러싼 주변 모두가 수능대박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지금, 대한민국의 경쟁 교육 일선에서 고3 담임을 한다는 건 참으로 고역이구나.      

어디 수능시험 준비뿐이었겠니? 교과 학습 이외에 자기소개서, 체험활동, 봉사활동, 고교시절 나를 알릴 수 있는 온갖 스펙 쌓기 등 대입 전형 방식에 너희들 눈높이를 맞추느라 얼마나 분주했을까?

수시, 입학사정관제, 일반 전형, 특별 전형, 논술 전형, 정시 전형 등 대학마다 다른 전형 방식 속에서 온갖 정보와 싸움하던 모습들이 눈에 선하구나.

'대학 앞에서 장사 없다'는 속설이 우리 교육 현실을 지배하는 한, 아침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입시 준비에 몰두해야 하는 독한 관습도 깨기 힘든 불문율처럼 자리 잡았다.

이 불문율의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 것인가.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지도 못한 채, 인성이나 창의성을 내세우는 것이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는 기묘한 현상 앞에서 고개 숙인 교사로 산다는 일도 부끄럽고 애잔한 일이다.

사교육비를 줄이는 종합 치료제가 아니라 임시방편의 해열 진통제로 출발한 EBS 교육방송이 우리 공교육의 전유물인 양 자리 잡았다. 1년 내내 EBS 교재로 문제풀이에 전념해야 살아남는 공교육 현장을 보고도 교육에서 희망을 논하는 우리 모두의 불편한 진실 앞에 진심으로 사과한다.

수능시험이 끝나면 EBS 교재에서 70~80%가 연계됐다며 호들갑떠는 언론에게 어떤 교육 관료나 학자들도 병폐를 지적하지 않는다. 공교육 안에 EBS가 존재하는 게 아니라, EBS 안에 공교육이 흡수돼버린 양상을 누가 바로잡을 수 있을까?   

성적순에 따라 줄 세우기에 능통한 사람들에게 교육의 본질과 가치를 논하는 일 자체가 버거운 일이다. 미안하다. 이런 불평으로 한 시대를 사는 공교육 교사라는 게 한없이 미안하다.

얘들아, 지난 시간을 사과한다

고3 제자들아. 사과할 게 너무나 많구나.

"선생님! 오늘 몸이 좀 아파서 집에서 쉬어야겠어요."

이 당연한 요청에 "고3이 돼 가지고 그 따위 몸살 하나 못 이겨 내? 공부해!"로 억압했던 지난 시간을 사과한다.

"선생님! 친구들과 여행을 좀 다녀오려고요. 토요일에 자습 못할 거 같아요."

그 당연한 요청에 "고3이 돼 가지고 주말에 무슨 여행이야! 안 돼!"로 통제했던 지난 시간도 사과한다.

"선생님! 뭐라고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가 곤란한데요. 오늘따라 공부가 잘 안 돼요. 좀 보내주시면 안 될까요?"

저 당연한 요청에 "고3이 돼 가지고 무슨 관념이야! 공부해!"로 구속했던 지난 시간을 사과한다.

고3이 뭐기에, '고3이니까', '고3이라서', '고3이 돼 가지고'로 시작하는 말 앞에 모두가 작아져야 하는지 우리는 잘 안다.

대학 서열이 엄연히 존재하는 한 고3 신분은 그 서열화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니까. 하지만 제자들아! 어느 대학에 진학하느냐 보다 내가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찾아 어떻게 사느냐가 훨씬 더 중요한 세상이 되었다. 여전히 대학 간판을 중시한다면 이런 거룩한 계몽(?)이 허접한 쓰레기에 불과하겠지. 그래도 나는 믿는다. 어느 대학을 졸업했느냐가 중요치 않다는 것을!

요행으로 얻는 수능대박보다 노력한 결과를 제대로 받아내는 것이 수능대박이다. 실수하지 말고 뿌린 만큼 거두기를 바라며 특히 건강관리 잘 하기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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