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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교육청이 2013년 9월 개교를 목표로 부적응 학생 집단 교육 학교를 추진하고 있어 논란을 낳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이 2013년 9월 개교를 목표로 부적응 학생 집단 교육 학교를 추진하고 있어 논란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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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광역시 교육청이 '학교 부적응 학생 집단 수용'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청은 팔공산 소재 학생수련원에 52억4501만 원의 개조 비용과 운영비를 투입, 2013년 9월 1일 공립 대안학교로 문을 열 방침이다.

교육청이 개교할 '(가칭) 대구Wee스쿨'은 교육관 1862㎡, 생활관 1760㎡, 식당 415㎡, 기타 부대시설 235㎡ 등 총 4273㎡의 시설 규모로, 중학교 1학년 20명, 2학년 20명, 3학년 10명 총 50명이 수용될 예정이다.

이곳에는 관리직 6명, 교사 4명, 계약직 수련지도사 4명, 간호원 1명, 기능직 6명, 계약직 조리원 1명 등 총 22명의 직원이 근무하게 된다.

학교에서 해결 못 하니 집단 수용 필요?

그런데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10월 25일 대구시의회 교육위원회에 업무보고자료를 제출하면서 대안학교 개교의 필요성으로 '학업 중단 위기에 놓인 학생들의 꾸준한 증가', '그런 학생들의 비행과 일탈 노출', '방치할 경우 사회적 비용 증가', '단위학교 차원의 선도 및 치유에 한계', '전문 컨설팅으로 문제 해결'를 들었다.

하지만 대구시교육청의 발상을 보면 언뜻 '삼청교육대'가 떠오른다. 전두환 군사정권은 국민들을 호도하려는 정치적 목적으로 법적 근거도 없이 삼청교육대를 신설, 무려 6만755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체포한 후 군부대에 강제 수용했다. 결국 이들 중 54명이 군영 안에서 죽고, 397명은 후유증으로 죽었으며, 2768명이 상해를 입었다(1982년 국방부 발표). 경찰과 검찰이 해야할 일을 군이 나선 결과였다.

대구시교육청의 학교 부적응 학생 집단 수용 역시 삼청교육대와 동일한 발상의 산물이다. 경찰과 검찰에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하여 반사회 사범을 해소할 생각은 않고 군대에 집어넣어서 교육하겠다는 것과, 단위학교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도울 생각은 않고 교사들의 선도와 치유가 한계를 보이고 있으므로 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집단 수용 시설에서 단체생활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은 동기도, 과정도, 결과도 같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구교육청 'Wee스쿨'은 '삼청교육대'와 유사

건물 가장 왼쪽에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시민 제보를 받는다는 현수막이 걸린 대구시의회의 모습
 건물 가장 왼쪽에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시민 제보를 받는다는 현수막이 걸린 대구시의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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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부적응 학생은 '학교'의 일원이다. 학교 부적응 학생 문제는 본인 자신과 재학하는 학교의 교사들 및 학생들이 함께 어울려 생활하는 동안 모두에게 공동체 의식과 우애감이 제고될 때라야 비로소 해결될 문제다. 지극히 교육적인 과제라는 말이다.

그런데도 교육청은 대구 시내에서 아주 멀찍이 떨어진 팔공산 골짜기에 Wee스쿨을 설치하려는 이유 중 하나로 '민원 발생 해소'를 들고 있다. 이는 일반인의 눈에 Wee스쿨이 '교도소'나 마찬가지로 비칠 것임을 교육청이 이미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즉, 그곳에 '격리' '수용'될 학생이나 그 학부모가 어떤 생각을 하게 될 것인가는 다시 따져볼 일도 아닌 것이다.

대구시의회, 예산 삭감으로 교육청의 반교육적 행정 막아야

대구시교육청이 2012년 10월 25일 대구시의회에 업무보고한 <가칭 "대구Wee스쿨" 설립계획>의 일부. '단위학교 차원의 선도 및 치유에 한계가 있'어서 집단교육을 추진한다고 밝혀져 있다.
 대구시교육청이 2012년 10월 25일 대구시의회에 업무보고한 <가칭 "대구Wee스쿨" 설립계획>의 일부. '단위학교 차원의 선도 및 치유에 한계가 있'어서 집단교육을 추진한다고 밝혀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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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지난달 25일 대구시교육청의 대구시의회 교육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교육청은 장식환 교육의원과 송세달 의원 등 다수 교육위원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장 의원 등은 교육청의 계획을 '과거 삼청교육대를 연상시키는 발상',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완전히 낙인찍히도록 하는 교육방식' 등으로 비판했다.

게다가 교육청의 자료는 부실하다는 점에서도 지적을 받았다. 내년도 예산안 제출을 앞두고 교육위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업무보고인데다, 거의 1년 정도 자체적으로 준비해온 사업인데도 교육청은 '28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5일 동안 임시 Wee스쿨을 운영해본 결과 78%인 22명의 학생이 교육 이수 후 개선 의지를 보였다'는 식의 부실한 근거자료를 제출해 질타의 대상이 됐다.

6일 기자와 통화한 남정달 교육의원은 "소년원과 유사한 시설 설립 계획을 내놓으면서 실험 결과 5일 만에 효과가 대단했다고 설명했다. 정말 그렇다면 부적응 학생 문제가 우리 사회에 지금처럼 불거졌겠느냐?"고 반문하면서 "당일 공식적으로 발언하지 않은 교육의원들도 동료 의원들의 질타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라고 전했다.

교육위원회 업무보고가 비공개였던 관계로 교육청의 계획은 뒤늦게 밖으로 알려졌다. 소식을 들은 인권운동연대 서창호 사무국장은 "근본적으로 인권 침해다. 당사자들에게 박탈감 등 악순환 효과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교육과정 중에 신체적 육체적 강압 행위가 나타날 소지도 다분하다"면서 "시의회 교육위원회와 본회의는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심의 절차를 통해 교육청의 '중학생 삼청교육대 설치' 계획을 무산시켜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태그:#대구WEE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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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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