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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학교(학교법인 인하학원·이사장 조양호)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일각에선 올해 초 부임한 박춘배 총장의 퇴진론이 등장할 정도다.

 

2014년 인하대 개교 60주년에 맞춰 추진한 송도캠퍼스 개교가 사실상 물 건너간 데다 물류전문대학원 임차 건물이 대학운영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밝혀져 내년도 신입생 입학 정원 축소가 불가피하다. 여기에 시민사회단체는 정보공개청구로 '등록금으로 기업(한진그룹)을 유지한 의혹을 해소하라'고 주장했고, 최근에는 한국항공대학교(학교법인 정석학원·이사장 지창훈)와 통합설이 나돌았다.

 

인하대 송도캠퍼스 조성 사업이 차질을 빚기 시작한 것은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경제자유구역 투자 유치를 위해 앰코테크놀로지(이하 앰코)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부터다. 시와 경제청은 지난 5월 18일 앰코와 '송도 5공구에 10억 달러(1조1000억 원) 이상을 투자'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인하대는 이 소식을 같은 날 언론을 통해 접했고, 그 뒤 경제청이 송도캠퍼스를 '5공구에서 11-1공구로 이전'하는 방안을 협의하자고 제안해, 현재까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인하대는 이 같은 경과를 지난 8월부터 공청회를 열어 총동창회·교수회·총학생회에 알렸다.

 

최고의사결정기구 평의원회 "11공구 이전 반대"

 

지금까지 세 번에 걸친 공청회에서 인하대 측은 "송도 5공구에 있는 부지(6만8000평)를 11-1공구로 이전하는 방안과 그에 따른 인센티브를 경제청과 협의하는 중"이라며 "아직 확정된 바는 없으나 이전할 경우 3만 3000평을 추가로 공급해주고 부지 이전으로 캠퍼스 이전이 늦춰지는 만큼 현 산학협력관(1만평)의 용적률을 100%에서 200%로 올려주고, 현 건물 층수 5층을 갯벌타워 수준인 21층까지 허가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늦어지는 만큼 부족한 캠퍼스 공간 마련을 위해 용현동 캠퍼스 3호관을 재건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하대의 이 같은 입장과 달리 학교 구성원들은 '11-1공구로 이전하지 못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가장 먼저 총동창회가 '원안 고수' 입장을 밝혔다.

 

총동창회 송도캠퍼스특별위원회는 "미국 회사(앰코)의 공장 부지를 확보해주기 위해 인하발전전략이 수정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11공구로 이전하면 개교 시기가 2020년 무렵이다, 약 6000억원이 들어가는데 재원 조달 계획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도캠퍼스를 안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총동창회는 기존 5·7공구를 송도캠퍼스 부지로 고수할 것을 결의하며, 총장의 입장 변화와 조양호 이사장의 재원 조달 계획 공개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인하대 운영규정상 최고의사결정기구인 평의원회 역시 '송도캠퍼스 11공구로 이전을 반대하며 기존 계획대로 추진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의결했다.

 

11공구 이전을 반대하는 교수회와 총학생회의 공식 입장 발표도 뒤따를 전망이다. 정재훈 교수회장은 "교수회는 7~8일께 대의원회의를 개최해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교수들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강경하다, 아직 사태의 진실을 모르는 분들도 있으나 진실이 알려지면서 원안대로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압도적"이라고 전했다.

 

유정인 총학생회장은 "우선 학생들에게 송도캠퍼스 사업 추진 과정을 알리고 의견을 구하기 위해 공청회를 개최했다"며 "조만간 총학생회 공식 입장과 각 단과대학생회장으로 구성된 중앙위원회의 공식 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채원호 공대학생회장은 "송도캠퍼스 추진 당시 시의회에 제출한 재원 조달 계획을 보면, 재단은 18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며 "그러나 현재까지 송도캠퍼스에 투자된 금액은 동문기금과 학교적립금·산학협력추진단 전입금이 전부다, 학교법인은 한 푼도 투자하지 않은 채 재산만 늘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전이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이 기회에 용적률로 자산만 늘리고 송도캠퍼스는 없던 일로 하려는 속셈이 아닌지 의문"이라며 "5공구에도 투자 않던 학교법인이 11공구 청사진 운운하는 것을 믿을 수 없다, 당초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경제청-앰코, 본 계약 임박... 인하대는?

 

앰코가 당초 들어설 부지는 인하대 송도캠퍼스 부지와 인접한 곳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학교보건법상 공장은 학교로부터 200미터 이내에 들어설 수 없게 돼있기 때문에 경제청장이 직접 나서서 인하대 측에 캠퍼스 이전을 제안했다는 게 인하대 측의 그동안 설명이다.

 

그러나 지난 9월 3일 열린 인천시의회 산업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앰코 부지는 처음부터 인하대 인접 부지가 아닌 인하대 부지였음을 알 수 있다.

 

이한구 의원 : "거기 앰코테크놀로지가 인하대 근처에 현재 들어오게 되는 거죠?"

경제청 투자유치본부장 : "근처가 아니고 인하대 부지가 되겠습니다."

이한구 의원 : "아, 그 부지인가요? 그대로."

투자유치본부장 : "네."

이한구 의원 : "18만6000㎡요?"

투자유치본부장 : "네, 교환하는 거죠."

이한구 의원 : "그러면 인하대는 부지를 어느 쪽으로 협의하고 있나요?"

투자유치본부장 : "11공구 쪽에 향후 매립되는 지역에... 송도 글로벌대학캠퍼스 그러니까 연세대 옆쪽으로, 11공구 매립되는 쪽으로 저희가 협의 중에 있습니다."

이한구 위원 : "그러면 인하대가 이전하려면 상당히 시간이 걸리겠네요? 11공구 매립이 지금... 1단계 매립부지 쪽으로 부지를 제공한다는 거죠?"

투자 유치본부장 : "네, 그렇습니다."

 

이 같은 사실이 공청회를 통해 알려지면서 인하대 구성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대체 부지로 부각한 11공구의 경우 현재 매립 공정율이 18%에 불과하다. 또한 시가 겪고 있는 재정위기와 전반적인 부동산경기 침체 탓에 매립 공정조차 불투명하다.

 

인하대 측은 지난 10월 31일 본관에서 열린 총학생회 주최 공청회 당시 "경제청이 11공구 중 11-1공구는 2015년 3월까지 완공하겠다는 공문을 보내왔다"며 11-1공구로 이전할 계획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 역시 조삼모사라는 게 인하대 구성원들의 의견이다. 채원호 공대학생회장은 "2014년 매립에서 2015년으로 또 늦춰졌다, 설령 2015년 3월에 매립이 완료된다고 해도 지반 안정과 기반시설공사가 완료된 뒤 캠퍼스 건립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고 한다"며 "그러면 개교가 빨라야 2020년 이후다, 11-1공구 이전은 송도캠퍼스는 없다는 말과 같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경제학과 이종현 학생은 "제가 06학번인데 1학년 당시 학교는 송도캠퍼스 비전을 말했다"며 "그런데 이대로 가면 내년에 입학한 신입생도 졸업할 때까지 송도캠퍼스를 밟을 일은 없을 것 같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대체 재단과 학교당국은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쓴소리를 했다.

 

인하대는 경제청과 5공구 부지(6만8000평)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전임 이본수 총장 재임시절 산학협력추진단 전입금 등으로 땅값 총1000억여 원 중 403억 원을 납부했다. 인하대가 본 계약 당사자이기에 이 부지 사용에 우선권을 가진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 인하대는 경제청으로부터 이렇다 할 답변을 듣지 못한 상태다. 이런 와중에 진인주 부총장(대외협력)이 총학생회 공청회 때 "앰코와 경제청 간 본 계약시기가 12월 12일 무렵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혀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경제청의 캠퍼스 부지 이전 요청으로 인하대가 공청회를 진행하는 동안, 경제청은 뒤에서 앰코와 본 계약 체결을 서두르고 있었던 셈이기 때문이다.

 

총동창회 송도캠퍼스특위 이혁재 집행위원장은 "경제청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면 이는 명백한 계약 위반"이라며 "경제청은 막대한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그래서 주도권은 인하대에 있다, 그럼에도 학교는 구성원들에게 재원 조달 계획도 없는 이전을 설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임 총장은 한진 재단 지원 없이 400억 원을 마련해 땅값을 내며 원안대로 송도캠퍼스 사업을 추진했다"며 "그러다가 올해 초 돌연 총장이 바뀌며 이 지경에 이르고 있다, 당시 학내는 물론 지역사회 안팎에서 '총장 교체는 한진그룹이 송도캠퍼스 사업에 의지가 없음을 천명한 사건'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교수회와 총학생회·총동창회 등이 '송도 11공구 이전 불가, 원안(5공구) 고수' 입장을 밝히면서, 앰코와 5공구 인하대 부지 매매 본 계약을 준비하고 있던 경제청은 난감해졌다. 이에 대해 <부평신문>은 인천경제청의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대학발전 가능성 있다면 항공대와 통합해야"

 

인하대 총학생회장은 송도캠퍼스 이전 문제와 더불어 항공대와 통합설로 학내가 들끓자, 공청회를 앞두고 총장에게 독대를 신청했다.

 

이와 관련해 유정인 총학생회장은 "항공대 다니는 친구가 인하대와 항공대를 통합한다는 얘기를 해줘서 총장과 독대한 자리에서 어찌된 영문인지, 재단 생각인지 물었다"며 "그랬더니 (총장이) 역으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런 뒤 '대학 발전 가능성이 있다면 (통합을) 해야 하지 않겠냐? 내부적 논의가 우선 필요한 사안이라 무리하게 추진하진 않겠다. 재단의 생각은 아니다'라고 했다"고 말했다.

 

박춘배 총장이 인하대와 항공대의 통합이 재단 생각이 아니라고 했지만, 항공대와 통합설은 공청회에서도 이어졌다. 공청회에서 나온 질문에 진인주 부총장은 "총장님이 말씀하신 뜻은 앞으로 그런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뒤 인하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은 총장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며 '총장 탄핵' 목소리도 퍼지고 있는 실정이다.

 

인하대와 항공대의 통합은 1990년대 중반부터 나온 얘기다. 재단 입장에서는 대학 통합 시 유사 학과를 통폐합하면서 대학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고, 동시에 법인전입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매번 항공대 교수와 학생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무산됐다.

 

채원호 공대학생회장은 "총장이 취임하자마자 4월부터 학과 통폐합과 단과대 통합으로 7개 계열로 구조조정을 추진했다"며 "또 비슷한 시기에 송도캠퍼스 부지 이전 문제가 나오기 시작했다, 항공대 통합이 그 연장선에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인하대 관계자는 "저출산 시대에 접어들어 대학 입학생이 줄지만 대학은 많아서 유사 학과 통폐합 등은 정부의 권장사항"이라며 "정부는 이를 통해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있다, 두 대학 통합이 학교법인 입장에서는 경영합리화 측면에서 타당성이 있는 얘기지만 통합 시 교수들 구조조정과 맞물리고 또 두 대학 간 주도권 다툼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하대, #항공대, #한진그룹, #대한항공, #조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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