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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그림 〈닥터K의 마음문제 상담소〉
책겉그림〈닥터K의 마음문제 상담소〉 ⓒ 북드라망
요즘은 다들 아픈 부위와 약에 대해 일가견이 있죠. 두통에는 진통제, 우울증엔 항우울제, 불면증엔 수면제가 공식처럼 각인돼 있습니다. 그런데 시댁에서 겪는 갈등 때문에 아픔으로 호소하는 전업주부의 두통과 성적 때문에 괴로움을 호소하는 청소년의 두통이 같은 질병일까요?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다'라는 표현도 있죠. 그런데 모든 우울증이 감기에 약 먹듯 우울증 약만 먹으면 거뜬히 치료되는 문제일까요? 일례로 남편과 성교통 때문에 우울증을 앓고 있는 아내에게 단순히 우울증 약만 처방하면 만사가 치료되는 걸까요? 결코 아닐 것입니다.

시댁에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어깨 결림과 소화불량이 나타났다면 정형외과로 가야 할까요, 아니면 내과나 정신과로 가야 하는 걸까요? 폭식과 비만이 단순히 먹는 것과 그 양 때문에 비롯되는 것만은 아니겠죠? 분명코 마음의 허기에서 비롯된 비만도 많을 것입니다.

"기계론적 사고에 젖어 살다 보니 소화불량이라면 당연히 음식 혹은 위장 자체에 문제로만 국한하려 한다. 그러나 소화불량 역시 몸의 문제인지 마음의 반응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일상의 생활 속에서 빚어지는 마음의 문제가 쓰리쿠션의 파동을 일으켜 몸의 반응으로 나타날 수 있다."(32쪽)

강용혁 선생의 <닥터K의 마음문제 상담소>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그는 여러 사람들이 똑같은 아픔과 증상을 호소하더라도 결코 동일한 병으로 취급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 같은 이유는 사람의 체질이 소음인/소양인, 태음인/태양인으로 나뉘고 있고, 설령 동일한 체질이라도 그가 고통스러워하는 환경과 여건도 전혀 다른 상황에 놓여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죠. 몸의 질병보다 마음의 아픔을 먼저 헤아려야 한다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책은 크게 세 가지 틀로 짜여 있습니다. 첫째는 주부우울증과 폭식과 비만과 불면증 같은 질병을 앓을 수 있는 '나' 자신에 대해서, 둘째는 효자남편과 메니에르증후군과 부부관계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는 '부부'문제에 대해서, 셋째는 부모와 자식 사이의 '가족'에 대한 아픔과 질병이 그것들입니다.

첫째 부분인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 가운데 깊이 와 닿는 부분이 있었죠. 바로 먹는 것이 그것이었죠. 나도 삼시 세 끼를 모두 먹는 스타일이고, 아내도 똑같은 스타일이라 아침마다 먹는 밥 때문에, 세 아이들과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등교 시간에 늦지 않게 빨리 먹으라고 닥달하는 게 그것이죠.

그런데 이 책을 보니, '아침이 보약'이라는 이야기는 결코 맞지 않다고 하죠. 아침을 먹어야 하는 체질도 있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마치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이 다르듯이 말이죠. 그래서 그랬을까요? 다석(多夕) 류영모 박사는 아침과 점심은 먹지 않고 저녁만 많이 먹었다고 말입니다. 이 책에서도 옛 선비들은 1일 2식만 했다고 강조하죠.

"모든 의학통계에는 함정이 있다. 예를 들어, 100명 중 80명이 아침을 먹어서 좋았고, 20명은 안 좋았다면, 의학논문이나 뉴스보도는 통계와 다수결 원리에 따라 '아침을 먹어 좋은 경우가 훨씬 많았다'라고 결론 내린다. 이어 '아침은 누구다 무조건 먹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로 압축되고 상식화된다. 평균에서 벗어나는 현상은 결론 한 줄이 모두 다 설명하지는 못한다. 마치 민주주의와 다수결의 함정과 유사하다. 위장에 부담을 많이 느끼는 소음인은 사상의학에서 전체 인구의 20% 정도로 본다. 나머지는 소양인, 태음인 등 80%는 아침을 먹고 가도 부담이 적다. 다수결만 고집하면 소음인의 불편은 전체 결과에 반영되지 못한다."(101쪽)

이 책을 읽고, 나와 아내는 아이들 아침 식사도 그렇게 하기로 고집했습니다. 아침을 먹어왔기 때문에, 그 양을 절반 정도로 줄이자고 말이죠. 밥 한 공기를 가득 채워 놓고 먹으라고 하면 잠에서 덜 깬 위도 좋지 않을 뿐더러, 그걸 제대로 소화하기도 힘들겠다고 생각한 것이죠. 그래서 빨리빨리 먹으라고 재촉할 필요도 없고, 그만큼 아이들 위에도 부담을 덜어줄 생각입니다. 그것은 나와 아내의 아침 식사량도 마찬가집니다.

"정작 여성이 원하는 것이 강한 남성, 빈번한 부부관계일까. '첩'이 아니라 '조강지처'라면, 여성은 직접적 성관계보다는 친밀감이나 교감을 더 원한다. 남성은 성관계를 위해 키스하지만, 여성은 키스를 위해 성관계를 참아준다는 지적이 정확하다. 남편이 평소보다 덜 귀찮게 하면 남편 몸에 이상이 생겼나 걱정이 될 뿐, 횟수가 준 것 자체에 큰 불만은 없다."(144쪽)

이른바 '성교통'과 '불면증' 그리고 '화병' 때문에 찾아 온 어느 중년 여성에 대한 강용혁 선생의 소견입니다. 그녀의 고통이 모두 남편과 연관이 있다는 뜻이죠. 그만큼 정력(精力)과 발기력이라는 남편의 성적 집착 때문에 그녀가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하죠. 물론 그것은 자신이 싫어도 어떻게든 남편에게만 맞추려고 하는 그녀의 마음 또한 그 병을 더 키운 꼴이라고 합니다.

그런 아내와 남편에게, 강용혁 선생은 이제마 선생의 말을 전했다고 하죠. "조강지처는 남편의 건강을 먼저 염려하지만, 첩은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우선이라 남자의 건강은 차치한다"는 것 말입니다. 그만큼 대부분의 아내들은 부부관계에 의한 정(精)보다는 살 비비는 정(情)을 더 그리워한다고 하죠. 부부금슬의 관건은 분명코 정력(精力)이 아닌 정력(情力)에서 비롯된다는 뜻이겠죠.

"인간은 왜 무언가에 중독되는가. 이제마 선생은 이에 대해 '일하기 싫어 술로 도망가는 것'이라 표현했다. 즉, 술의 중독성 이전에 현실도피라는 마음을 지적한 것이다. 술이 정말 좋아서 술에 중독된다기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의 무게를 외면하고 도피하고 싶어 술을 찾는다는 뜻이다. 아이의 인터넷 중독 원인은 성인들의 알코올 중독과 마찬가지로 현실도피다. 무엇으로부터의 현실도피인가. 바로 부모-자식 간의 관계다."(212쪽)

인터넷 중독에 빠진 중학생 아들을 둔 어머니에게 조언한 이야기입니다. 그 아이는 인터넷 중독이 심해, 최근에는 도벽까지 생겼다고 하죠. 그런데 어른이 알코올 중독에 빠진 것이나 아이들이 인터넷 중독에 빠진 것이 실은 '현실도피' 차원에서 벌이는 행각이라고 하죠.

그를 두고 PC방 출입시간이나 인터넷 사용제한을 외치는 주문들도 하죠. 몇 몇 지자체들은 아예 산골짜기에 교육시설을 만들어 아이들을 격리 입소시키는 주장도 펼친다고 하죠. 하지만 강용혁 선생은 그것은 마음 치료 없이 몸만 치료하려는 것으로, 본말이 뒤바뀐 꼴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 도피성 중독은 가족관계만 풀면 얼마든지 해소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게 해결되지 않으면, 전국의 PC방을 다 없앤다 해도, 또 다른 중독 거리에 빠져든다고 하죠.

"진찰 결과 아이는 ADHD가 아니었다. 물론, '침은 왜 맞느냐, 왜 하필 다리에 맞냐, 몇 개를 맞냐, 왜 왼쪽에만 놓냐' 등등 쉴 새 없이 질문을 쏟아냈다. 그러나 소음인 아이의 기질을 이해하면 크게 잘못된 것도 없다. 충분히 설명해 주자, '아하-'라며 그대로 수긍했다. 간혹 어른들도 뜨겁다며 투덜거리는 왕뜸치료를 50분간이나 잘 참아냈다. ADHD라면 5분도 견디기 힘들다."(230쪽)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이 ADHD(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장애)를 앓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이야기죠. 소음인 기질을 갖고 태어난 그 아이에게 학교에서 '그냥 따라오라', 집에선 '참으라'는 식으로 가르쳤는데, 그것이 자기 분노와 좌절감을 쌓게 했다는 것입니다. 그것 때문에 그 아이가 ADHD를 앓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그 성향만 잘 터주면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하죠.

실제로 국내의 경우 일각에서는 전체 아동의 14%가 ADHD를 앓고 있다지만 실제로는 3% 미만으로 추정한다고 하죠. 그러나 미국에선 3-4%, 영국에선 1% 미만으로 보고 있다고 하죠. 그런 추정치를 두고 볼 때도 국내에서는 아이들이 산만하면 무조건 ADHD로 몰아붙이는 경향이 강하다고 하죠. 분명코 '과잉행동장애'가 과잉 판정되고 있다는 뜻이겠죠. 아이와 선생님, 아이와 부모의 소통에 그만큼 장애가 심하다는 뜻이라고 하죠.

한의학을 배운 바가 없지만, 풍월을 읊자면, 이 책에 나타난 질병의 근원은 막힌 '혈'(血)자리로부터 비롯되는 것 같습니다. 바꿔 말하면 사람 사이의 '소통의 부재'가 그것이죠. 그것이 마음의 상처로 쌓이게 되었고, 급기야 몸에 이상 징후나 질병으로 나타났다는 뜻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놀란 건 그것입니다. 사상의학을 깊이 연구한 강용혁 선생은 단순히 한의학만 전공한 분이 아니라 융의 심리학도 깊이 터득했다는 것이죠.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몸의 아픔보다 마음의 아픔을 먼저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분명코 그는 서양기계장비에 의존한 기계론적인 진단과는 달리 사람의 관계론적인 마음을 먼저 살핀 뒤에 몸에 맞는 처방전을 내려주고 있다는 사실이죠. 조만간에 한 번 찾아뵐까 생각 중입니다.


닥터 K의 마음문제 상담소 - 사상체질로 읽는 나와 우리 가족 마음 이야기

강용혁 지음, 북드라망(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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