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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기사에서 영어몰입정책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 영어수업시수가 어떻게 늘어나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았다. 이번에는 학교 안에서 이뤄지는 영어 관련 사업형태를 알아보자. 

EBSe프로그램으로 선행학습과 사교육 조장

EBS는 역대 정권 때부터 사교육경감방안 단골메뉴였다. 이명박 정부의 영어 방과후 사업은 공교육강화 사교육경감 선순환 방안(2011년 2월, 5월 교과부 발표)에 포함되어 도입되었다. 교과부는 영어 사교육이 줄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학교 방과후 영어가 강사 질이나 내용 면에서 사교육업체보다 우수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따라서 교육방송의 우수한 인력과 내용으로 영어방과후 수업콘텐츠를 구성하여 질을 담보하겠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우리나라 영어 사교육이 줄지 않는 것은 학벌사회에서 조금이라도 남보다 유리한 고지에 서기 위해서다. 어릴 때 영어를 배울수록, 상위권일수록 영어 사교육비가 많이 든다는 통계가 수년 전부터 나오고 있다. 교과부는 근본적인 문제는 도외시하고 있는 것이다.

 2011년 교사대상 EBSe 연수프로그램을 캡처한 것입니다. 초등 1, 2학년에게 선행학습을 시킨다는 것을 버젓이 자랑하고 있습니다.
2011년 교사대상 EBSe 연수프로그램을 캡처한 것입니다. 초등 1, 2학년에게 선행학습을 시킨다는 것을 버젓이 자랑하고 있습니다. ⓒ EBSe

교과부는 2011년 하반기부터 전 학교에 EBSe프로그램을 정규수업, 자율학습, 방과후, 창의적 체험학습 시간에 활용하라고 권장하였다. 그 결과 2012년 현재 체험중심으로 운영하고 교과수업을 하지 말라는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초등의 경우 서울, 부산만도 95개 학교가 EBSe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2012년 정진후 의원실 국감자료). 영어정책 따로, 2009개정교육과정의 창의적 체험활동정책 따로 실행하여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또 이는 학생들에게 맞게 영어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가르쳐야 하는 교사의 수업권도 침해하는 것이다. 국가영어능력평가(이하 국영평)를 대비해 EBS 영어방과후 프로그램을 가르치라고 한다. 국영평이 초등학생 영어 사교육비 수요만 늘릴 것이라 했는데, 교과부와 학교마저 1, 2학년 선행학습과 사교육을 조장하고 있다. 영어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이 없이 그저 많이, 일찍 가르치면 좋다는 걸 정책으로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EBSe프로그램을 방과후수업으로 운영하는 학교 중에서는 교육비를 따로 받아 사교육비까지 늘리고 있다. 정부는 사교육비 통계에 학교방과후 교육활동비나 EBS교재비는 포함하지 않는다. 사교육비를 준다고 발표해도 실제로는 정부가 가계부담을 늘리고 있다.

영어 방과후만 수십 개, 학교야 학원이야?

이명박 정부는 영어 사교육을 줄인다며 영어몰입정책으로 영어공교육을 강화한다고 하였다. 그 결과 학교에 영어프로그램만도 20개가 넘는 학교가 생기고, 심지어는 40∼50개가 넘는 학교가 생겨났다.

 올해 학교에서 진행되는 영어방과후 교육활동 갯수가 20개가 넘는 학교사례를 뽑아본 것입니다. 초등학교 방과후는 특기적성 중심인데 영어가 10개가 넘어가도 이상한데, 무려 20개가 넘는 학교들이 많았습니다. 이 정도라면 단과 학원 수준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올해 학교에서 진행되는 영어방과후 교육활동 갯수가 20개가 넘는 학교사례를 뽑아본 것입니다. 초등학교 방과후는 특기적성 중심인데 영어가 10개가 넘어가도 이상한데, 무려 20개가 넘는 학교들이 많았습니다. 이 정도라면 단과 학원 수준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 신은희

위 자료는 영어방과후 운영 현황에서 방과후 영어강좌가 20개 이상인 초등학교만 고른 것이다. 과연 이곳이 학교일까? 학원일까? 영어 강좌수가 20개가 넘는다면 아무리 큰 학교라도 교실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방과후 담당교사는 본인 수업보다 20개가 넘는 방과후 운영에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어떤 학교는 6학급인데 강좌수가 20개다. 전국적으로 보니 이런 학교들이 꽤 많고 중등도 심각하다. 여기에 영어외에 다른 방과후 강좌가 훨씬 많은데 과연 이런 학교들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까에 대해 의심이 될 정도이다.

전국 모든 학교들이 이런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대체로 영어강좌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는 사회적으로 영어에 관한 관심이 높고, 방과후 교육활동 개수와 참여 학생수가 학교평가, 시도교육청 평가 항목에 들어가기 때문에 무조건 늘려놓고 보자는 평가중심정책과 맞물린 결과이다.

한 수업에 영어교사만 3명? 학생들은 혼란스러워

그동안 학교현장에는 (초중등) 영어교사와 원어민 보조교사가 수업을 하였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졌다. 영어회화를 가르치기 위해 2009년부터 교육청 단위로 6천여 명의 영어회화전문강사를 임용시험도 치르지 않고 채용하였다. 2011년에는 학교에서 알아서 채용하라고 바꾸었다.

여기에 교포학생에게 고국체험기회를 주고 지역학생들은 외국문화를 접하게 한다며 TOLK장학생제도(주로 방과후교육담당)를 도입한다고 자랑하였다(관련기사 : 4500만원짜리 대통령표 알바, 금테 둘렀나? ). 그러더니 막상 지금에 와서는 다른 나라 대학생들까지 받아들이고 이들에게 대학생 보조교사까지 장학금을 주고 있다.

한 학교에 여러 유형의 영어 교사들이 있고 원어민 배치기준, 영전강 배치 기준 등으로 시수를 나누는 것도 복잡하다. 첫 번째는 원어민(담임이나 영어전담교사와 협력수업)이나 영전강 수업시수를 따져야 하고, 나머지는 영어전담교사나 담임이 가르친다. 그래서 한 학급에 담임과 영전강이 가르치기도 하고, 원어민만 있으면  담임과 영어전담교사가 협력수업을 한다.

여러 사람이 가르치니 단원을 나누거나  차시를 나눠 지도해 영어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영어교육이 철학은 없고, 일자리 나눠 먹기 시장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작 사회적으로 심각한 영어과잉, 영어교육과정의 문제, 전인교육 와해 우려가 한국교사와 외국인과의 갈등,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으로 왜곡되어 나타나고 있다.

영어는 세금 먹는 하마? 불경기 모르는 학교 영어산업

이명박 정부는 영어공교육 강화정책으로 초등영어수업시수 증가 외에도 영어체험교실 증가, 영전강 배치, 교사영어연수 강화 정책을 내세웠다. 그 결과 지자체와 교육청 예산이 온통 실용영어강화정책으로 편중되고 중복되고 있다. 학교에서 보더라도 온통 늘어나는 건 영어와 일제고사 예산이다.

먼저 원어민보조교사 정책을 보자. 교과부는 2008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원어민보조교사정책을 교사연수를 강화하는 정책으로 전환하였다. 이 때문에 일부 지역은 원어민보조교사를 줄이는데 충남교육청은 공약사업이라고 원어민보조교사 100% 배치를 자랑하고 있다. 영전강제도가 원어민보조교사를 대체하기 위한 사업인데 중복되는 사업을 버젓이 진행하니 현장은 혼란스럽다. 사실 이 비용은 학생들 교육보다 원어민개인의 경험축적에 낭비되는 것과 같다.

 충남교육청은 교육감공약사업으로 실용영어중심 영어공교육정책을 추진하고 원어민보조교사 100%배치등 갖가지 사업실적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과연 학생들의 영어교육실력이 좋아지고, 도농영어격차가 사라질까요?
충남교육청은 교육감공약사업으로 실용영어중심 영어공교육정책을 추진하고 원어민보조교사 100%배치등 갖가지 사업실적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과연 학생들의 영어교육실력이 좋아지고, 도농영어격차가 사라질까요? ⓒ 신은희

충남만이 아니다. 실용영어중심 정책으로 사교육에서 하는 원격화상강의 시스템을 도입하고, 심지어 로봇으로 해외원어민과 접속해 수업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은 학교에서 신청했다기보다 교육청에서 아이디어 수준으로 사업을 만들고 학교들에 강요하는 방식이다.

충북의 지역교육청은 몇 년째 방학마다 학생들을 모아 사전교육을 하고 해외연수를 다녀온다. 개인부담금이 백만 원을 거뜬히 넘으니 돈 있는 학생들만 갈 수 있다. 이렇게 영어 관련 사업은 끝이 없이 생겨난다.

영어체험교실도 심각하다. 영어체험교실 구축이나 운영비는 부동산 교부금이 지원되어 지자체 지원이 많다. 보통 5천만~ 2억 원이 나온다고 해도 전국으로 치면 엄청나다. 여기에 체험교실을 구축해도 운영비가 계속 필요하기에 영어체험교실은 '돈 먹는 하마'가 된다. 활용비율도 다른 교과나 특별실처럼 수업을 하는 용도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인테리어에 돈이 들어간다.

현장에서는 학급당 학생수를 줄여 교사와 학생의 수업 자체에 비중을 두어야 하는데 건축으로 돈이 낭비되어 영어체험교실을 토목사업으로 인식한다. (사실 학교 모든 사업이 이런 방식이지만) 영어체험교실 구축률이 높아진다고 영어실력이 좋아진다는 것은 어떤 이론일까? 얼마 전 전국 최초의 영어마을이 적자로 폐쇄된다고 하는데, 학교는 영어체험교실, 영어전용교실 토목사업이 계속 늘어가고 있다.

지자체 예산 지원은 이뿐만이 아니다. 영어사업이나 부진아지도 수당도 다른 영역에 비해 많이 나온다. 오로지 영어가 강조되는 사회에서 영어는 세금먹는 하마가 되고 있다. 영어교육에는 불경기도 없다. 학생들의 고통도 크다. 작은 학교에서는 내려온 예산을 쓰기 위해 늦은 시간까지 방과후나 돌봄교실 이름으로 수업을 해야 한다. 학생들은 제대로 된 영어교육 목표도 세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오로지 "더 일찍, 더 많이"에 휘둘려 흥미를 잃고 있다.

영어몰입교육, 폐기가 정답이다!

지금까지 나온 내용은 영어공교육 강화 정책의 일부이다. '어륀지' 파동으로 영어몰입교육이 사회에 준 상처도 컸지만,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준 상처는 채 드러나지도 않고 있다. 이런데도 우리 사회는, 우리 교육은 영어몰입교육을 계속 외쳐야 할까?

이명박 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은 영어몰입교육의 폐해를 찾고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상징적으로 이명박 정부가 늘린 초등영어수업시수라도 줄여야 할 상황이다. 영어학자나 현장 교사들 중에는 언어와 사고체계가  더 발달하는 초등 고학년이나 중학교에 배우는 것이 더 좋다는 의견도 많다. 이제는 더 이상 영어몰입교육 환상에 휘둘리지 않고 자라나는 학생들의 교육과 건강한 사회를 위해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할 때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10월 26일 열린 영어회화전문강사제도폐지와 정규교원 확대를 위한 토론회 자료집에 실린 내용을 중심으로 쓴 것입니다. 전교조 홈페이지 영어전문강사 폐지 배너를 클릭하시면 토론회 자료집이 있습니다. 영어몰입교육과 영어편중 학교교육의 문제점과 해결대안에 대해 더 많은 자료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영어몰입교육#EBS방송#영어체험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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