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에 둘러 싸인 울산, 그래도 또 다시 원전을 유치하려는 지자체장울산 울주군에는 바로 옆 부산 기장군에 이미 상업운전에 들어간 신고리원전 1기~2호기가 있고 울주군 땅에는 3~4호기를 건설 중이다. 또한 울주군 인근인 부산 기장에 고리원자력 1~4호기가, 인근 경주에 월성원자력 1~2호기가 있다. 이런 가운데 울주군수가 다시 원전을 추가로 유치하기로 하면서 신고리 5~6호기에 대한 공청회가 지난 6월 29일 열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일본 원전 사고 이후 이처럼 원전에 싸여 있는 시민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데도 왜 지자체장은 원전을 자꾸 유치하는 것일까? 그 의문을 풀 수 있는 단서가 지난 7일 국민권익위 발표에서 드러났다.
원전을 유치하는 대가로 받는 지원금이 지자체장의 성심성 공약사업에 사용되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 국민권익위는 "지원사업 집행 과정 전반을 투명하게 운영토록" 해당 지자체와 지식경제부. 한수원에 각각 권고했다.
국민권익위 "원전지원금은 지자체 쌈짓돈"국민권익위는 발표 자료에서 "발전소 주변 지원법 시행령에 규정된 한수원의 사업자 지원사업이 자치단체 예산성 사업들로 구성되어 있다"며 "자치단체들은 기관장의 선심성 사업, 공약 사업들에 사업자지원사업비를 쌈짓돈처럼 사용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국민권익위가 발표한 울산 울주군 사례로는 종합운동장 건설(80억 원), 스포츠파크 건설(212억 원) 등 모두 10여 건의 유사사업에 지원금이 지급됐다. 특히 영어마을 조성사업 지원금으로 2007년~2009년 원전지원금 85억 원이 투입됐으나 이 사업이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불어닥친 영어 열풍에 편승해, 시민의 환심을 사기 위해 영어마을을 지으려다 결국 원전 유치를 대가로 받은 지원금만 낭비한 셈이다. 울주군의 원전지원금 영어마을 조성은 지난 7월 4일 감사원 발표에서도 지적받은 바 있다. 감사원은 울주군이 추진한 '울주 영어마을 조성사업'이 부적정하게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당시 "울주군이 지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추진한 '울주 영어마을 조성사업'은 사업비 부담 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주)으로부터 재원 지원 약속을 받지 못했거나 최소한의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단체장이 지시했다는 이유로 사업을 강행하다 포기함으로써 총 79억 원의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국민권익위 조사에서는 영어마을 조성 중단으로 인한 낭비 금액이 85억 원으로, 감사원 감사 때보다 6억 원 더 늘었다.
원전지원금 얼마나 많길래?울주군에 따르면 지난 1999년부터 지원되기 시작한 원전 특별지원금은 모두 1111억 400만 원에 이른다. 원전별로는 신고리 1~2호기 222억 4200만 원, 신고리 3~4호기 888억 6200만 원이며, 이 금액은 1999~2005년까지 750억 2700만 원이, 2006년에는 나머지 잔액인 360억7700만 원이 모두 지급됐다.
특히 지난 6월 29일 공청회가 진행된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이 확정되면 다시 울주군은 수천억 원의 지원금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울주군에 따르면 특별지원금의 50%는 원전 인근 5km 이내 지역을 위해 사용하며 나머지 50%는 울주군 사업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하지만 지원금은 이것이 다가 아니다. 한수원은 원전 발전량에 따른 인센티브로 일반지원금을 지급하는데, 울주군청에 따르면 울주군은 매년 65억 원가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 한수원은 원전 지역 주민과 논의해 특별 사업지원금도 주고 있다.
문제는 이들 지원금이 어떻게 쓰이느냐 하는 것인데, 이번 국민권익위 지적처럼 지자체장의 공약 사업 이행으로 사용되기도 하는 것. 이는 전체 시민의 안전을 담보로 받은 지원금을 자신의 선거 공약을 위해 사용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그동안 인근 주민의 원전지원금 사용에 대한 불만이 적잖았다. 이번 국민권익위 지적도 주민단체의 진정으로 조사가 시작됐다.
울주군이 지난 2009년 2월 원전지원금 27억 원을 포함해 모두 73억 5000만 원을 들여 대지 9998㎡, 연면적 6421㎡로 건립한 서생면청사는 3층 건물에 4층 옥상, 5층 전망대까지 갖췄다. 하지만 서생면은 3316가구에 인구가 7530명(2011년 4월 8일 기준)에 불과해 건립 당시에도 호화청사 논란을 일으켰고, 특히 건립한 지 2년이 조금 넘어 면사무소 건물에 비가 새는 등 부실공사 논란도 일은 바 있다.
여기다 한수원이 서생면 지역에 350억 원의 원전지원금으로 울주군 간절곶 해맞이공원 내에 지으려던 간절곶 타워가 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좌초되는 등 원전지원금 사업에 대한 적절성이 논란이 돼 왔다. 특히 이번 권익위 지적처럼 유사 토목건축 사업이 남발되면서 그 배경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울주군 원전 담당 부서는 "현재 한수원에서 지원받는 금액은 매년 65억 원으로, 이는 울주군의회의 예산 심의에 의해 정당하게 사용되고 있다"며 "영어마을의 경우 전임 지자체장 공약이며, 그 사업성이 없어 중단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예산은 땅 매입비용으로 사용되었기에 예산이 완전히 날아간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박석철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