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노인종합복지관의 청노실버합창단이 예선을 치른 57개 팀 가운데, 17개 팀 안에 들어 충북대표로 본선에 나갔다. 국립극장 해오름무대에 처음 가본 어르신들은 오전 7시경 집에서 나와 서울로 가서 오전 리허설을 했다.
올라가는 차 안에서 나는 어르신들에 조심스럽게 말했다. 우리들은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어떤 대회에 가는 것이 아니라, 행운같이 주어진 음악 선물을 받아 멋진 여행을 가는 것이라고. 소풍을 가는 것 같은 설레는 마음은 괜찮지만 두려워 하고 떨릴 필요는 없으니깐 즐겁고 멋진 추억을 만드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게 감동해야 사람들이 우리에게 감동한다고. 절대로 잘하는 합창단들의과 우리를 비교하지 말고 아낌없이 감동의 박수를 치고 즐겼으면 좋겠다고 부탁드렸다. 그래도 어르신들은 설레임을 지나 많이 떨리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속 떨리거나 연신 속이 타는 분들을 위해 내내 청심환과 물병을 갖고 다녔다. 어르신들은 해오름의 행운같은 좋은 무대에서 경연대회를 마쳤다. 무대에서 나오면서 서로 감격의 포옹을 했다. 그리고 로비에서 어머니들은 내 얼굴을 어루만져 주셨고 나는 연신 잘 해내주셔서 고맙다고 어르신들의 손을 잡고 눈물을 글썽였다.
시상 결과와 상관없이 우리는 마음의 바다에서 최선을 다했다. 서로의 마음을 살펴가며 하모니를 이루며 잘 마무리한 것이 그저 고마웠다. 이렇게 서로 서로 고마워하며 즐거워하고 기뻐하는 모습이 유별나서인지 중앙일보 신문사도 우리의 환한 모습을 찍어서 취재해갔다.
행복하면 노래가 절로 나오지만 노래를 해서 행복하고 그보다 서로의 어려움을 살펴가며 서로를 잡아주고 채워가면서 노래를 했던 어르신들이었다. 80세의 어르신이 81세의 다리가 많이 불편한 어르신 손을 꼬옥 잡고 무대에 올라갔다 내려왔다. 암 수술을 6번이나 받고 안면마비가 되어 집에서 6년간이나 두문불출하던 어르신의 발음이 좋지 않아도 우리 모두 괜찮다고 등을 토닥거렸다.
몸이 안 좋은데도 그 분은 한 번도 결석하지 않고 연습을 했다. 또 경연대회 때는 누구보다아름답고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 그 빛나고 당당한 모습을 방송국과 언론들이 인터뷰해 갔다. 한두 번의 수술이 아니라 6번의 수술을 받고 마미된 얼굴을 가지고도 어떻게 그렇게 아름답게 빛나는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81세의 할아버지는 다리가 많이 불편해서 지팡이를 짚어야 거동을 하신다. 그러나 그 분은 수십 킬로그램이 나가는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지역의 경로당과 재활원에 연주봉사를 하신다. 장엄한 저 석양빛같은 아름다운 황혼에 숙연해질 정도로 존경심이 든다.
할아버지도 합창단원이라 서울에 올라갔는데 평소 자주 만나지 못하던 서울 사는 막내딸, 사위, 며느리 등 일가족들이 꽃다발을 갖고 와서 이산가족 만남의 장같은 따스한 풍경들이 연출되어 보기 좋았다.
서울에서 조그만 소도시로 내려와 친구가 없어 우울증에 걸렸던 분도 오랫만에 서울 친구에게 연락해 3년 만에 만났다. 친구들은 같이 노래를 하다가 헤어졌던 친구의 모습을 국립극장무대에서 보니 정말 흐믓했다고 했다.
상을 타지 못했던 경연대회였지만 어르신들은 이미 서로가 서로에게 물질로 얻지 못하는 귀한 상을 주고 있었다. 그냥 함께 손잡고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기뻤던 하루. 많이 아프다던 왕년의 친구가 다시 무대에서 노래한다는 것만으로도 축하의 마음을 담은 꽃바구니를 들고 달려와준 황혼의 우정들.
청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이미 1시간 가량 초과되고 있었지만 어르신들은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의 초청공연에 흥겨워 했고, 국립합창 남성 중창단의 노래에 깊이 감동해서 앙코르를 외쳤다.
그야말로 우리 어르신들이 바로 청춘의 한 주인공이었고 젊은 언니와 오빠들이었다. 그 언니와 오빠들이 꿈의 하모니, 마음의 하모니를 이루어 발산한 보이지 않는 빛들로 해서 나는 한동안 감동의 다이놀핀같은 보약으로 올 한 해 마무리를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청노실버앙상블의 따스한 이야기는 KBS 휴먼다큐가 청주로 내려와서 취재해서 25분 다큐로 방영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