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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지난 8일, 미리내마을 장아찌요리현장(경기농어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 주최, 두레씽크푸드 주관). 장아찌요리 현장에 여성보다 남성이 더 많다. 남성들은 농촌체험마을 운영위원장들이다. 아하, 남성들은 체험거리가 목적이고, 여성들은 요리자체가 목적이다. 상반된 목적의 사람들을 요리강연 내내 잘 구워삶는 이가 바로 요리연구가 김외순씨다. 그녀의 맛있는 요리, 맛있는 강연을 통해 인생공부 한 번 해보자.

1. 참외는 반 잘라서 씨를 제거한 다음 굵은 소금에 절였다가 물기를 제거하고 꾸들하게 말린다.
2. 1의 참외를 잘게 썰어서 물엿 넣어서 버부려 수분을 제거한다.
3. 2의 참외의 수분이 제거되면 물기를 꼭 짜서 고추장 양념과 버무려 그릇에 담아서 낸다.
▲ 참외 장아찌 1. 참외는 반 잘라서 씨를 제거한 다음 굵은 소금에 절였다가 물기를 제거하고 꾸들하게 말린다. 2. 1의 참외를 잘게 썰어서 물엿 넣어서 버부려 수분을 제거한다. 3. 2의 참외의 수분이 제거되면 물기를 꼭 짜서 고추장 양념과 버무려 그릇에 담아서 낸다.
ⓒ 함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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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아찌는 물기 제거가 핵심

"장아찌요리는 물기를 제거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하는 김 강사. 어쩌면 평범한 말일지 모르는 이 멘트가 비범해 보이는 건 이유가 있다. 그녀의 20년 요리연구 경력을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된다.

장아찌 음식은 밑반찬이다. 밑반찬음식의 주요기능은 한 번 해놓으면 오래도록 변하지 않고 먹을 수 있다는 것에 있다. 변하지 않는 것, 한마디로 상하지 않는 것에 생명은 부패하지 않는데 있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 소금이다. 소금이나 간장, 고추장 등을 섞어야 한다. 어쨌거나 짠 성분이 부패를 막는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여기서 우리는 소금 자체가 부패를 막는 성분이 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김 강사는 말한다. "천만의 말씀"이라고. 소금은 단지 수분을 조절해주는 역할을 하는 거라고. 무슨 소리일까? 그게 바로 '삼투압현상'이라고 김 강사는 명쾌하게 설명한다.

소금으로 절이면 채소 겉에 소금농도가 높아져 채소 속에 있는 수분이 바깥으로 나온다. 반면에 소금은 채소 속으로 들어간다. 이래서 양쪽 수분과 염분을 맞춘다. 말하자면 소금이 채소의 수분을 조절한 거다. 이건 김치 담그는 원리와 똑같다.

마찬가지로 "모든 요리는 수분조절이 관건"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물이 생명의 원천이라지만, 과하면 생명을 썩게 만든다. 홍수가 나서 사람을 죽인다. 물도 '과유불급'을 피해갈 순 없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1. 말린 느타리버섯과 표고버섯은 뜨거운 물에 불려서 먹기 좋게 썬다.
2. 1의 버섯에 간장장아찌 국물을 넣어서 10분간 둔 다음 물기를 제거한다.
3. 2의 버섯에 고추장 양념 넣어서 버무린 다음 보관한다. 먹을 때 다진 마늘, 다진 파, 깨소금, 참기름 을 넣어서 버무린다.
▲ 버섯 장아찌 1. 말린 느타리버섯과 표고버섯은 뜨거운 물에 불려서 먹기 좋게 썬다. 2. 1의 버섯에 간장장아찌 국물을 넣어서 10분간 둔 다음 물기를 제거한다. 3. 2의 버섯에 고추장 양념 넣어서 버무린 다음 보관한다. 먹을 때 다진 마늘, 다진 파, 깨소금, 참기름 을 넣어서 버무린다.
ⓒ 함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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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해야 더 맛나다

"사람들의 입맛엔 단맛과 신맛이 공존해야 맛있다고 느낀다"고 그녀는 말한다. 무슨 말인가.

단맛이 나는 음식이 있다고 치자. 우리 혀에서 느끼는 맛이 단맛이라 그 음식은 달다고만 생각하기 쉽다는 것. 하지만, 우리가 달다고 느끼는 건 단지 그 맛이 제일 강하기 때문이란다. 그 음식 속엔 여러 가지 맛이 있다는 것. 단맛이 좋다고 단맛을 제외한 나머지 맛을 제거하면 단맛이 좋게 느껴질까. 아니라는 거다. 단맛이 좋게 느껴지는 건 신맛과 짠맛이 공존하기 때문이란다.

그거 아는가. 도넛을 반죽할 때, 더 달게 하려면 무엇을 더 넣어야 할지를. 설탕을 더 넣으면 더 달까. 아니다. 소금을 더 넣으면 된다. 소금이 들어가면 신기하게도 단맛을 더 달게 만든다.

마찬가지로 이 세상 누구도 혼자서 빛나는 법은 없다. 누군가 함께 해야 빛난다. 단맛이 가라사대 "나는 달콤해서 너 같은 신맛은 필요 없다"고 버리는 순간 자멸하는 순간이란 걸 우리는 기억해야하지 않을까.  

1. 깻잎은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다음 찬 물에 헹궈서 물기를 제거한다.
2. 양파은 사방 2cm로 잘라서 준비한다. 고추는 0.5cm 두께로 썬다
3. 통에 깻잎과 양파, 고추 간장 넣어서 하루 두었다가 먹는다.
▲ 깻잎 장아찌 1. 깻잎은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다음 찬 물에 헹궈서 물기를 제거한다. 2. 양파은 사방 2cm로 잘라서 준비한다. 고추는 0.5cm 두께로 썬다 3. 통에 깻잎과 양파, 고추 간장 넣어서 하루 두었다가 먹는다.
ⓒ 함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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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이라고 다 좋은 걸까

우리는 흔히 녹색을 좋아한다. 녹색하면 '청정, 친환경, 자연, 생태' 등을 떠올린다. 오죽하면 '친환경 자연생태운동'이란 아홉 글자보다 '녹색운동'이란 네 글자가 마음에 와 닿을까. 

하지만, 장아찌요리에선 녹색식물이 성가시기도 한다. 그녀는 "녹색을 띤 식물들은 거의가 쓴맛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삶거나 데치거나 해서 쓴맛을 잠재우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반면 누런 색, 갈색 등 눈에 띄지 않은 색깔의 식물은 굳이 데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런 식물들은 거의가 쓴맛이 없어서 생채로 사용해도 된단다. 보기 좋은 떡이 굳이 맛까지 좋지 않을 때도 있는 법이다.  

장아찌나 김치가 변하지 않는 것은 또 다른 원리가 숨어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그건 바로 '외부와 내부의 공기 차단'이라는 것. 비닐봉지 같은 것으로 장아찌를 단단히 싸매는 건 바로 그런 행위란다. 단단히 싸매면 내부에 있던 원래공기가 바깥으로 못 나가지만, 마찬가지로 바깥공기가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상호 교류가 없을 때, 변함이 없어진다는 원리다. 사람이 발전하지 않는 건 모두가 교류하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이날 요리강의는 남성들이 더 열심히 들었다. 요리를 마치고 시식시간에도 남성들이 나와서 시식 자리를 먼저 점령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사진 왼쪽이 김외순 요리연구가다.
▲ 시식 시간 이날 요리강의는 남성들이 더 열심히 들었다. 요리를 마치고 시식시간에도 남성들이 나와서 시식 자리를 먼저 점령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사진 왼쪽이 김외순 요리연구가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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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강사가 이제 "강의는 여기 까지"라고 종료를 선언해도 맛있는 이야기는 쭉 이어졌다. 직접 만든 요리로 점심을 먹어가며 이야기는 그칠 줄 몰랐다. 할머니들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강사에게 질문하고, 남성들은 체험거리에 비추어 강사에게 요구하고. 이래저래 질문 잔치가 벌어졌다. 이 모든 걸 웃으며 받아주는 김 강사. 장아찌요리만 잘 하는 게 아니라 사람 요리도 아주 맛나게 한다. 요리도 배우고, 인생도 배우는 요리강의 시간이 짧기만 하다.

덧붙이는 글 | 강사 김외순의 저서로는 <과일식초 건강요리 49가지> <저칼로리 고구마 밥상 50가지> <체질밥상 보약밥상> <마트 쿠킹 생선·고기코너> <엄마 손맛 짜지 않은 밑반찬> <자연에서 가져온 내 아이 밥상> <따뜻한 가족밥상> <만 원 도시락>이 있다. '김외순 쌤의 요리 교실 cafe.daum.net/cookskim/ '다음카페를 활용해보자.



태그:#장아찌, #장아찌요리, #김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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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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