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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15일 오전 10시 32분]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선거캠프의 유민영 대변인과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이 지난 5일 오후 광주 북구 전남대 안철수 후보 초청 강연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선거캠프의 유민영 대변인과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이 지난 5일 오후 광주 북구 전남대 안철수 후보 초청 강연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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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 후보 등록 일을 열흘 앞둔 가운데 이번 대선의 승패를 가를 최대 변수인 야권단일화가 일대 위기에 직면했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 캠프는 14일 오후 두 차례 정도 진행된 단일화 방식 협의를 중단하겠다는 초강경 입장을 발표했다.

유민영 안철수 캠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후보 측의 겉말과 속행동이 다르다"며 "유불리를 따져 안 후보를 이기고자 하는 마음 말고 진정으로 정권교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유 대변인은 "이른바 안철수 후보의 양보론은 터무니없다"며 "안 후보 측 조광희 비서실장이 문 후보 주변에서 단일화와 관련해 신뢰를 깨고 있는데 대해 깊은 유감과 가시적 조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유 대변인은 "오늘까지 문 후보 측과 민주당 측이 신뢰를 깨는 행위를 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라며 "오늘 기사화(<한국일보> 보도) 된 후보양보론, 어제 협의시작 때 진행된 실무팀 인신공격, 실무팀 성원의 협의내용 이외의 자의적 발언 등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양자간의 협의가 계속될 수 있도록 빠른 조치를 요구했음에도 지금까지 성실한 답을 듣지 못했다"며 "협의는 당분간 중단된다, 문 후보 측의 가시적인 조치가 있다면 언제든지 협의에 응할 준비는 돼 있다"고 밝혔다.

대선 D-35일, 최대 국민적 관심사가 돼 버린 야권단일화 문제에 대해 안철수 캠프는 왜 이 같은 초강경 수를 두게 됐을까.

"안철수 양보론 제기는 비열한 정치의 답습"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선거캠프에서 차기 정부의 국방정책에 대한 3대 목표와 7개 정책약속을 발표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선거캠프에서 차기 정부의 국방정책에 대한 3대 목표와 7개 정책약속을 발표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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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드러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안철수 양보론'이다. <한국일보>는 14일치 신문에서 민주당 핵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단일화 룰 협상이) 이번 주를 넘기면 안철수 후보가 양보할 수도 있다"며 "안 후보는 앞으로 3~4%포인트 정도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는데 이럴 경우 담판의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그는 "안 후보가 욕심이 있었다면 10월 중순쯤 단일화 했어야 한다"며 "지금은 시간이 문 후보 편이라 안 후보가 선호하는 단순 여론조사로 룰이 확정되더라도 문 후보가 이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보도가 SNS를 타고 확산되면서 안철수 캠프에는 "안 후보가 양보하기로 한 게 사실이냐"는 확인 전화부터 펀드에 가입한 것을 취소하겠다는 지지자들의 항의전화가 줄을 이었다.

무엇보다 안철수 캠프는 지난 13일 출시한 뒤로 만 하룻새 100억 원을 돌파한 안철수 펀드에 가입한 후원자들의 항의에 가장 민감했다. 이들은 "문재인 후보에게 양보할 거라면 왜 펀드를 모집했느냐"며 "투자한 금액을 돌려 달라"고 요구했다.

송호창 안철수 캠프 선대본부장은 14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전국에서 지지자들이 난리가 났다"며 "캠프 민원실로 항의전화가 폭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송 본부장은 "지지자들이 캠프로 모여들고 있다"며 "안철수 후보가 조직이 없고 정당이라는 백그라운드가 없다고 해서 약점을 치고 들어가는 것은 비열한 정치"라고 비판했다.

두 번째 이유는 안철수 후보 측 단일화 협상팀 이태규 미래기획실장의 과거 행적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이다. 이태규 실장이 올 4·11 총선 당시 자신을 소개하는 포스터에 '한나라당 정권을 만들었던 사람. 개혁적 실용정권을 꿈꾸었던 사람'이라는 글과 함께 '2007년 12월 한나라당 정권 창출의 중심에 선 이태규'라고 쓴 게 화근이었다.

이 실장의 포스터가 트위터에서 계속 리트윗됐고, 백원우 전 민주당 의원이자 문재인 캠프 정무2특보도 이 포스터를 리트윗함과 동시에 "모욕감을 느낀다"는 의견을 밝혔는데, 안철수 캠프에서는 그 자체를 '신뢰의 문제'로 지적했다.

유민영 대변인은 백 특보의 리트윗과 의견도 문제지만, 페이스북에서 김현 의원이 '좋아요'를 눌렀다면서 이런 식이라면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 번째 이유는 김기식 민주당 의원의 라디오 인터뷰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저희가 보기엔 15일, 늦어도 내일 아니면 아무리 늦어도 16일까지는 합의를 해야만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참여하는 경선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을 한다"며 "여러 가지 주장이 있겠습니다만 이걸 충분히 논의해서 합의할 수 있으면 합의하고 못하면 못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이 논의가 질질 끌려서 시간적인 문제로 어떤 방법이 제외되는 이런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신속한 논의를 원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캠프에서는 김 의원이 협상팀원으로서 공개하지 않기로 한 얘기까지 라디오 인터뷰에서 말했고, 심지어 내부적으로 논의된 것과 다르게 전달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안철수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해 당사자가 책임지고 사과해야 한다"며 "후보 자체에 대해신뢰를 훼손시켰기 때문에 이것을 만회할만한 조치가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식 의원은 15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협상팀에서 이미 라디오 인터뷰는 허락을 받은 상태에서 나간 것"이라며 "라디오 인터뷰 중 문제의 부분은 'TV토론 복수 가능'을 언급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안철수캠프의 조광희 비서실장(협상팀장)은 "김 의원에게 인터뷰 자체는 허락을 했지만 발언이 협의팀 합의사항에 대해 부적절한 해석을 가한 것이 문제"라며 "김 의원 본인도 유감을 표시했고 우리도 아주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더 조치를 구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 실장은 "후보간 합의 이후 문 후보 측이 합의내용 등을 끊임없이 왜곡해 언론플레이를 해온 연장선상에서 엄격하게 문제제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양보론을 포함해 그 이전부터 여러 차례 항의했음에도 말로만 고치겠다고 했지 전혀 시정되지 않는 언론플레이와 조직적인 민의 왜곡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철수, 협상중단 초강경 카드 왜 꺼냈나

현재까지 안철수 캠프에서 표면적으로 밝히고 있는 협상 중단의 이유는 이 세 가지다. 그러나 이 같은 이유로 중대한 국면에서 협상중단을 선언했다면 안 후보 측이 과도하게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설령 협상 중에 문재인 후보 측에서 이런저런 방법으로 흔든다고 해서 협상 중단이라는 강경카드를 내놓는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선뜻 납득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안철수 캠프에서는 비단 감정적인 이유 때문에 협상 중단을 선언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는 민주당 측이 여론조사에서 세과시를 하기 위해 지방조직을 동원한 문제가 있으며, 이 같은 내용에 대해서는 안철수 캠프의 민원실에 제보 내용과 구체적 사실이 파악된다는 게다.

이것이 자칫 구체적 사실로 드러나면 부정선거 논란에 이어 단일화 자체가 시너지를 내기는커녕 '제2의 진보당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증폭돼 있다. 단일후보로 결정됐지만 결국 그 단일화 과정에 부정한 일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 안 하니만 못한 단일화가 된다는 게다.

따라서 안철수 캠프 측이 제기한 '지방조직 동원 문제'가 진위공방으로 번질 경우에는 단일화 국면이 또 다른 차원의 진실게임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특히 송호창 본부장은 "당초 단일화 협상을 시작할 때 양자 간에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정권교체를 위해 노력하자는 취지였"지만, "민주당의 핵심 관계자가 언론과 만나 안철수 후보가 양보한다는 소문을 내고 여론조사에 조직적인 세몰이를 하는 등은 신뢰를 갖고 협상을 할 수 있는 태도가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본부장은 "(안철수 양보론 등은) 진정성 있는 후보들 간의 신뢰를 훼손하는 행태"라며 "이런 행동은 문재인 후보의 얼굴에 민주당 관계자들이 똥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힐난했다.

또한 송 본부장은 "내부적으로 단 한 차례도 안 후보가 양보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는데 양보할 수 있다는 식으로 소문을 내는 것은 결국 단일화 협상을 요식행위로 만드는 것"이라며 "마치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서로 만나 무언가를 주고받고 있는 것처럼 퍼트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개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태도라면 단일화를 한다고 해서 결코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이 안철수를 이기기 위해 단일화를 하자는 건지, 정말 정권교체를 하려는 의지가 있는 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야권 지지자들에게는 숙원사업처럼 돼 있는 단일화 문제에 안 후보 측이 먼저 찬물을 끼얹는 태도는 결코 정치적으로 보탬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안 후보 측이 단일화의 판을 깨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철수 캠프 내부에서는 이 같은 위험요소는 안고 가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문재인 캠프에서는 안 후보의 이 같은 대응에 매우 당혹해하고 있다.

특히 안철수 캠프에서 제기하고 있는 여론조사 조직동원에 대해 대꾸할 가치조차 없는 주장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우상호 문재인캠프 공보단장은 "아무리 초조해도 여론조사 조직동원 같은 문제를 제기할 때는 문건을 입수했거나 관련 지침을 보았을 때 할 수 있는 얘기"라며 "아무런 근거도 없이 신빙성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막말을 퍼부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 단장은 "우리가 안철수캠프를 존중해주면 그쪽도 우리를 존중해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서로 모욕을 주기 시작하면 정말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우 단장은 "안철수 캠프가 먼저 협상을 깨는 건 자충수"라며 "일반 국민들의 시각에서 볼 때 이 정도가 협상을 깰만한 사안이라고 보지 않는다는 점을 안철수 캠프는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원우와 이태규... 야권 지지자 감정선 건드렸나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4일 오후 부산 자갈치시장을 방문해 해양수산 및 도시재생 정책간담회 도중 참석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4일 오후 부산 자갈치시장을 방문해 해양수산 및 도시재생 정책간담회 도중 참석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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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문재인 캠프 내부에서는 이태규 실장을 협상팀원으로 선발한 데 대해 유감이 있는 분위기다. 이 실장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핵심 전략가로 뛰었던 인물이고, 이 대통령이 당선된 뒤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에 올랐다가 1개월 만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 등과 갈등으로 사표를 던진 사람이다.

이후 지난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을 신청했으나 공천을 받지 못했고, 안 후보 캠프에 합류하기 직전까지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있었다.

이런 사람을 어떻게 야권단일화의 협상대표로 내보낼 수 있느냐는 비판적 문제제기다. 그런 차원에서 백원우 전 의원의 행동에 수긍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기도 하다. 야권지지자들이 같은 맥락에서 백 의원이 '모욕감을 느낀다'고 주장한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 후보 측은 안 후보 측의 협상 중단 선언이 나오면서, 백 전 의원 글을 문제 삼자 백 전 의원의 글을 삭제하고 특보도 해임했다.

어쨌든, 대선 D-35일을 앞두고 불거진 단일화 협상 중단 사태가 결국 양 캠프의 감정싸움과 '지방조직 동원' 진실게임으로 번져 파국으로 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태그:#단일화 협상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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