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한국시각)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집권당인 하마스의 군 최고지도자 아흐메드 알 자바리를 암살했다.
하마스의 군사조직인 이젤 딘 알 카삼여단을 이끌었던 자바리는 당시 차를 타고 이동 중이었으며 그와 동승객 1명이 이스라엘의 미사일에 맞아 폭사했다.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는 자바리의 암살에 대해 "오늘 우리는 하마스와 테러그룹에 확실한 메시지를 보냈다. 만약 필요하다면 우리는 확전의 준비가 되어있다"라고 전쟁의지를 천명하였다. 이에 대해 하마스 측은 즉각 보복의 의지를 표하였다.
알 자지라의 특파원에 따르면 14일 오후 내내 이스라엘군의 공중폭격뿐 아니라 전함의 가자해안 폭격이 계속됐고, 가자시티의 가장 큰 종합병원인 쉬파 병원 관계자는 이날 하루 동안 이스라엘 군의 공격으로 어린아이 2명을 포함해 7명이 사망하였고, 어린아이 10명을 포함해 60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이 꾸준히 이용하는 전략인 '표적암살'은 국제법과 이스라엘 국내법상 명백히 불법적인 행위로 제3차 제네바 협약은 이를 불법으로 규정짓고 있다. 그 어떠한 국가나 개인도 사법 시스템을 무시한 어떠한 특정개인에 대한 표적암살은 허용될 수 없음에도 이스라엘은 건국 이후 이를 국가 주요 전략으로 활용해왔다. 그 대상은 반 이스라엘 군사조직 뿐 아니라 민간인 조차도 가리지 않았다. 이는 인권을 무시하는 정책이자 국제 사법시스템을 뒤흔드는 심각한 범죄 행위이다.
심지어 이번 암살에서 이스라엘군은 대변인 트위터를 통해 선전포고 및 암살과정을 실시간으로 중계했고, 그 폭격 장면을 담은 유튜브 동영상을 공유하는 등, 반인륜적이고 파렴치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스라엘군의 선전포고 트위터 및 암살 중계영상(※ 주의 : 폭격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2004년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집권당으로 부상한 후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설립자 야신을 포함해 수십명의 고위관리를 꾸준히 암살해왔다. 알 자바리 또한 4번 이상의 암살 위협에서 살아남았으나 이번에는 그러지 못하였다.
평화협상, 그리고 고조되고 있는 긴장이번 표적암살 및 공격은 특히 이집트 중재의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평화협상 직후였다는 점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6개월 이상 지속된 하마스와 이스라엘간 갈등에서 정점을 찍었던 것은 지난 5일간의 교전이었다. 지난 9일 팔레스타인 병사가 이스라엘 군 차량에 로켓포을 발사한 직후 이스라엘군은 전투기를 동원하여 가자지구에 미사일을 퍼부었다.
이후 지난 5일간 지속된 교전 동안 이스라엘에선 7명의 민간인 부상자가, 팔레스타인에선 7명의 사망자와 40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였다. 이스라엘-가자지구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것을 우려한 이집트는 중재에 나섰고,11월 12일 월요일 팔레스타인과 하마스는 이집트에서 평화협정에 서명하였다.
이스라엘은 그 평화협정에 사인한 지 이틀도 안 되서 이번 공격을 감행하였다.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인 에후드 바라크는 이번 공격을 '이스라엘 남부를 공격하는 무장세력의 로켓 발사능력 억지를 위한 작전의 시작에 지나지 않을 뿐 이라고 언급하였다. "이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이것은 쉽게 고쳐지지 않겠지만 우리는 우리가 정해놓은 목표에 도달할 거다"라며 이번 암살과 가자지구 폭격이 단지 일회성 공격이 아님을 강조하였다.
이번 공격에 대해 자바리가 이끌었던 하마스의 준 군사조직인 에제딘 알 카삼여단은 공식성명서에서 '이스라엘 스스로 지옥문을 열었다'고 하였고, 하마스의 대변인 파지 바훔은 이번 공격이 "선전포고"라고 하였다.
하마스는 자바리의 암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 측에 20여 발의 로켓포를 발사하였고, 이에 대해 이스라엘 총리실 대변인은 "우리는 하마스의 로켓, 군사시설을 타깃으로 계속 공격할 것이고 이는 우리가 원하지 않은, 강요된 공격일 뿐"이라며 공격을 지속할 것을 암시하였다.
이스라엘 군의 이번 표적 암살과 가자지구 공습으로 12일 체결되었던 평화협정이 무용지물이 된 것은 물론이고, 많은 국가들이 확전을 우려하고 있다. 이집트를 비롯 많은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에 항의성명을 발표하였고 러시아, 영국 등의 국가들은 심각한 우려를 표하였다.
당분간 하마스는 로켓발사로, 이스라엘은 대규모 공중폭격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로켓 원점지 타격이라는 명분으로 이스라엘이 감행하는 공중폭격에 희생되는 대부분이 민간인이란 점이다.
2008년 이스라엘의 가자침공전쟁으로 도시의 많은부분이 파괴되고 1400여 명의 무고한 목숨이 희생된 이후 많은 후유증을 안고 있는 가자지구에 또다른 전쟁은 감당할 수 없는 재앙이 될 것이다. 이스라엘 군의 군사작전의 형태로 봤을때 더 큰 확전은 곧 더 많은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희생을 의미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2008년 이스라엘의 가자 공습 |
2008년 12월부터 2009년 1월까지 약 한 달간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에 납치된 길라트 샬리트 일병을 구출한다는 명분으로 가자지구에 공습을 퍼부었다. 이 과정에서 1400명이 사망하였고 수천명이 부상당했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군사 전력의 차이로 인해,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공격이나 마찬가지었다. 특히 그들은 민간가옥, 병원, 유엔학교등 무차별적으로 폭격하였고, 국제법으로 금지된 용도로 백린탄을 사용하여 많은 비난을 받았다.
대부분의 희생자는 민간인 특히 여성과 어린아이었다. 이후 국제 평화활동가들은 공습과 봉쇄로 황폐해진 가자지구에 의약품 등 필수 구호물자를 실은 배를 수차례 보냈으나 이스라엘 해군에 의해 나포되었고 이후 한 차례도 성공하지 못하였다. 2010년 이스라엘 군은 플로틸라라는 비무장 구호선에 무장한 특수부대를 보내 9명의 터키 활동가를 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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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태언 기자는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소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