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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아이유
 가수 아이유
ⓒ 로엔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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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아이유가 트위터를 날렸다. 당연히도, 뜨겁게, 연예계와 인터넷 세상이 발칵 뒤집혔다. 슈퍼주니어 은혁과 함께 찍은 사진 한 장 때문이었다. 지난 10일 '불금'의 '신새벽'에 SNS 세상을 달군 이 사진은 '아이유 열애설'을 세상에 '유포'시켰다. 그 누구도 '실수'로 올린 사진임을 의심치 않았다.

"공개된 사진은 올 여름 아이유가 많이 아팠을 당시, 아이유의 집으로 은혁이 병문안을 왔을 때 소파에서 함께 앉아 찍은 사진으로, 오늘 새벽 아이유가 트위터 멘션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본인 트위터 계정과 연동된 사진 업로드 사이트에 해당 사진이 업로드되어 외부에 공개되었습니다."

스무 살 아이유의 소속사는 발 빨랐다. 이튿날 오전 공식 해명을 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해명을 믿(고 싶)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병문안'은 아이유 같은 애인을 만드는 '일급 스킬'의 키워드로 급상승했다. 언제나처럼 포털 검색어를 중심으로 한 연예 매체들은 너나할것 없이 '아이유'를 언급하고 또 언급했다.

인터넷에 광범위하게 퍼진 은혁과의 사진을 두고, 소속사의 해명처럼 단순히 "데뷔 때부터 가깝게 지내온 선후배 사이"의 병문안 사진으로 믿으려는 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확대해석이나 섣부른 추측"을 탄생시킨 것이 아이유 본인이었다는 점 역시 치명타였다.

"아이유 열애설은 아이유도 연애를 한다는 뜻이고 그건 남성 팬 여러분 중 누군가와도 연애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죠. 2010 인구 총조사에서 20대 남성의 수는 약 340만명. 1/340만이면 로또보다 두 배 이상 확률이 높습니다. 희망들 가지시길..." (@aic*******)

스무 살 아이유의 팬들은 '멘붕'에 빠졌다. 누구는 공분을 거론했고, 누구는 팬이길 포기했으며, 누구는 우울함을 토로했고, 또 누구는 그들을 위로했다. 며칠 뒤, '아이유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와 '아이유를 믿는 사람들'이란 카페까지 개설됐다. 그리고 아이유 소속사의 공식 해명 이후 (SNS를 통해 활발히 팬들과 소통하던)스무 살 아이유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새미의 어드벤처2> 더빙에 나선 아이유
 <새미의 어드벤처2> 더빙에 나선 아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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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키지만 말라'던 팬들의 충고가 사진 한 방에...

이게 다 트위터 때문이다, 라고 하기엔 이미 트위터는 열애설부터 사생팬 논란, '티아라 왕따설'까지 아이돌의 '리얼월드'를 반영하는 공간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더욱이 당혹스럽게도 본인들 스스로가 올린 글과 사진으로 논란을 키웠다는 점에서 어디서 하소연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하기도 한다.

아이유의 경우, 트위터 사건이 터지기 고작 일주일 전 방영된 SBS <고쇼>에서 "언젠가 한 번은 팬들을 실망"시킬 수도 있다는 발언을 통해 자신에게 덧씌워진 이미지 역시 자의든 타의든 벗겨질 수밖에 없음을 토로한 바 있다. 그 이미지가 '국민여동생'이든 여타 아이돌 여가수와는 다른 '똘망한 싱어송라이터'든 말이다.

더욱이 <영웅호걸>과 같은 예능으로 조신스럽고 귀여운 이미지를 쌓아가는 한편 음악프로그램 MC를 통해 풋풋한 10대의 대표로 자리 잡은 것으로 모자라, "오빠가 좋은 걸"을 부르고 '3단 고음'으로 유명세를 타던 10대에서 윤상의 곡을 감미롭게 소화하고는 또 작곡도 하는 '뮤지션'의 기운을 품어가기 시작한 아이유였다.

하지만 너무나 급작스러웠던지, 아이유에게 "들키지만 말라"고 했다던 팬들의 반응은 그의 예상과는 달리 온도차가 컸고 또 거셌다. 그렇게 몇 년간 아이유가 쌓아온 이미지의 성채가 사진 한 장으로 무너졌다. 실상 까발려졌다고 하기엔 도무지 수면 위로 올라온 '팩트'가 턱없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무 살 아이유의 '연애'는 통탄할 만한 '사건'이 되었다. 과연 세상의 모든 오빠들이나 삼촌들이, 여동생의 혹은 조카의 연애에 저리 탄식할 만한가 의문이 들만큼.

아이돌 1세대부터 이어져온 판타지의 견고한 벽

여기 아이유의 대척점엔 이효리가 서 있다. 원더걸스와 소녀시대를 필두로 (여성)아이돌이 연예계를 점령해버린 2000년대 중후반 이후 그들은 '롤모델'로 종종 이효리를 언급해왔고, 대중들 역시 그에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지난해 화제가 된 데뷔 15년차 가수 이효리의 연애 역시 훈훈하게 받아들여지기는 마찬가지였다.

15년이란 시간과 숫자엔 마치 '이효리급'은 돼야 열애 혹은 연애도 당당하게(?) 밝히고 인정할 수 있다는 암묵의 동의가 흐르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이 암묵의 동의 사이엔 '휴대폰 압수'와 '연애금지령'을 당연한 듯 언급하고 또 인정하는 아이돌 가수들과 소속사 그리고 대중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를 중계하는 것은 전통적인 연예정보프로그램을 위시한 예능 프로그램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각종 매체들이다.

아이돌의 연애가 소비되는 방식이 딱 그 정도다. 물론 그들의 연애 앞에는 공식적으로 '인증' 하기엔 두려울 수밖에 없는 '이미지 하락'과 '팬덤의 지탄'이 버티고 서 있다. 한 남성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스캔들에 휘말려 제명되고 솔로로 복귀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과 그 와중에 일어난 잡음들이 그 좋은 예다. 

이들의 연애는 순수함 더 나아가 순결함으로 대변되는 현재형의 판타지로서만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금기시되는 동시에 호기심 마케팅의 일환으로 끊임없이 소비된다. 그 소비의 정점엔 소속사와 언론, 팬덤이 공생관계를 이루고 있다.

그 사이 오늘도 1세대 아이돌들은 토크쇼에 나와 과거 그들만의 비밀 연애에 대해 회고조로 늘어놓기에 바쁘다. 그리고 그 비밀스러운 일상마저도 성공으로 가기 전의 고난과 성장담으로 미화된다. 이러한 과거 폭로(?)에 가담하는 연예인 중 압도적인 수가 남성이라는 점도 씁쓸하지만, 아이돌 특히나 여성 아이돌의 순결한 이미지에 집착하는 이 판타지가 현실의 벽을 넘어서기 힘든 환경이라는 현실이야말로 더더욱 문제적이다.  

가수 아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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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아이유, 투사가 될 필요는 없다

아이유의 소속사가 진퇴양난에 빠졌으리란 점이 쉬이 수긍이 가는 것도 바로 이 지점에서다. 아이돌 1세대가 음악 시장과 브라운관을 점령한 이후 변치 않고 있는 이 환경 말이다. 비근한 예로 카라와 비스트의 남녀 멤버의 열애설이 불거졌을 때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던 국내 활동에 대한 우려들을 떠올려 보라. 아이돌들의 연애를 포함한 일상을 소비하는 시선은 1세대 때나 지금에나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93년생 이지은(아이유 본명) 역시 이미지를 먹고 사는 아이돌이다. 그리고 대다수의 팬덤은, 대중은 예나 지금이나 그 판타지에 입각한 이미지만을 소비하려 한다. '파파라치' 시장이 형성되지도 또 견뎌낼 수도 없는 한국 대중문화 소비시장에서 이 암묵의 동의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지금껏 공고히 지켜져 왔다. 판타지와 '리얼 라이프'의 간극, 여기에 지탱할 수밖에 없는 아이돌 소비 시장의 영역들. 

그 안에서 아이유와 은혁의 사진 한 장이 불러온 파급 효과가 어떤 작용을 할지 또는 또 어떤 반작용을 낳을지,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다만 그 사진 한 장이 그 환경에 '균열'을 낼 수 있을까 하는 점에 오히려 방점을 찍어야 할 것 같다. 스무 살 아이유에게 성적 자기결정권을 운운하거나 과감한 해명을 요구하기보다 그간 아이돌들이 소비돼 왔던 환경에 대한 성찰 말이다.

아이유가 부러 나서며 투사가 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아직까지 공생관계의 그 누구도 깨뜨리고 싶지 않을 그 시장 환경에 맞서서 말이다. 일단 <고쇼> 출연 당시 "언니한테 상담하러 오라"던 배우 고현정씨를 만나기를 권유한다. 아마도 '한국이, 세상이 아직 그래, 연예계가 아직은 후졌나봐'라며 다독여 줄지 모를 테니.


태그:#아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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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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