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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그룹으로부터 6억여 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김광준 부장검사가 13일 오후 특임검사팀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검에 피의자신분으로 출두하고 있다.
 유진그룹으로부터 6억여 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김광준 부장검사가 13일 오후 특임검사팀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검에 피의자신분으로 출두하고 있다.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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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대 검찰총장은 19일 김광준 서울고검 부장검사가 현직 부장검사로는 최초로 구속되는 초유의 검찰비리 사건이 발생한 것과 관련, 대국민 '사죄의 말씀'을 통해 고개를 숙였다.

한 검찰총장은 '환골탈태'라는 표현을 써가며 "국민들의 엄중하고 준엄한 비판과 질책을 받겠다", "뼈저린 반성과 성찰을 통해 검찰개혁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반응은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라며 냉담하다. 말로만 뼈저린 반성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한상대 검찰총장이 즉각 사퇴함으로써 검찰개혁 의지를 스스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자진사퇴 요구는 그나마 예우한 것이다. 자진사퇴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해임해야 하고, 만약 해임하지 않으면 국회가 나서 검찰총장 탄핵 등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강경한 입장까지 나왔다. 따라서 한상대 검찰총장으로선 이명박 대통령에게까지 정치적 부담을 주는 곤혹스런 입장에 처하게 돼 향후 입장표명이 있을지 주목된다.

먼저 김수창 특임검사팀은 김광준(51) 서울고검 부장검사가 2008년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재직 시절 유진그룹에 대한 검찰 내사를 덮어주는 대가로 유진그룹에서 5억9600만 원을 수수한 혐의와 중국으로 도피한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씨의 측근 강아무개씨로부터 2억4000만 원을 받은 혐의(뇌물·알선수재)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 이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9일 밤 "주요 범죄 혐의에 관한 소명이 있고 피의자의 지위와 수사 진행 경과에 비춰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인정된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한상대 검찰총장 "참담한 심정... 뼈저린 반성 통해 검찰개혁 방안 추진"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한상대 검찰총장은 대국민 사과를 담은 '사죄의 말씀'을 통해 "저는 오늘 부장급 검사가 거액 금품수수 비리로 구속된 데 대해 검찰총장으로서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며 "국민들께 큰 실망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마음 깊이 사죄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 검찰총장은 이어 "향후 특임검사가 성역 없이 철저히 수사할 것이며, 모든 의혹에 대해 그 수사 결과를 명명백백하게 밝혀 국민들의 엄중하고 준엄한 비판과 질책을 받겠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내부 감찰 시스템도 점검해 환골탈태의 자세로 전면적이고 강력한 감찰 체제를 구축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또한 국민들로부터 주어진 소임을 다했는지,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했는지에 대한 뼈저린 반성과 성찰을 통해 겸허한 자세로 전향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직 부장검사가 거액의 비리로 구속되는 초유의 상황에서 검찰수장으로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때문에 진정성을 의심하는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2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나라 검찰사상 참으로 불행한 일이 발생했다"고 운을 뗀 뒤 "검찰사상 초유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으로 재임하면서 뇌물을 받았고, 그 액수가 어마어마해서 현역 부장검사가 역사상 최초로 구속되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개탄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는 이런 검찰의 비리를 보고 용서할 수 없다"며 "민주당은 검찰총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한다, 사퇴를 하지 않을 경우에는 대통령이 해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것도 이뤄지지 않을 때 국회로서는 탄핵 등 응분의 조치를 하도록 요구하겠다"며 "만약 사법부의 부장판사가 이런 일이 있었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우리는 검찰이 뼈를 깎는 아픔으로 검찰총장 스스로 사퇴함으로써 검찰의 참다운 개혁의 모습을 국민 앞에 보여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민주당 "검찰총장 일회성 사과로 끝날 일 아니다... 사퇴해야"

같은 당 정성호 대변인도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2000년도 이후 처음으로 현직 부장검사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수감 됐다"며 "한상대 검찰총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일회성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정 대변인은 "국민들은 검찰수뇌부의 퇴진 등 지도부의 일대혁신을 요구하고 있다"며 "특히 강도 높은 검찰개혁과 함께 권력형 비리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광준 부장검사는 2008년부터 수사 피의자 등으로부터 수억 원의 뇌물을 상습적으로 상납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검찰의 자체 감찰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됐음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검찰은 경찰이 김 검사의 차명계좌 소유주를 입건한 뒤에야 비로소 수사를 시작했다"며 "대검 중수부까지 나선 유진그룹 수사 당시에도 과연 비리검사를 적발하지 못했을까 하는 제 식구 감싸기 의혹이 남는다"고 의구심을 내비쳤다.

아울러 "무엇보다 그랜저 검사와 벤츠 여검사 등 소위 스폰서 검사에 대해 특임검사가 수사를 벌였지만, 검찰 일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여전하다"며 "무엇보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새누리당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이 특별감찰관제와 상설특검 연계안을 제시했을 때, 검찰은 과도하다고 반발했고 국민들은 미흡하다고 평가했다"고 상기시켰다.

정 대변인은 그러면서 "대통령 친인척 비리와 권력형 부패의 사슬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기소권을 갖는 독립적이고 상설적인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국민다수의 생각"이라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만이 진정성 있는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진보정의당 "검찰총장 사퇴로 검찰개혁 의지 보여야"

진보정의당 심상정 선대위의 이지안 부대변인은 이날 '비리검사 파문, 한상대 검찰총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검찰이 내부를 일벌백계하지 못한다면, 제식구감싸기로 끝내려고 경찰수사를 특임검사가 가로챘다는 비판에서 끝끝내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며 사퇴를 요구했다. 

이 부대변인은 "대한민국 검찰이 체면을 구겼다"며 "어제 김광준 검사가 조희팔 측근과 유진그룹 측으로부터 뇌물과 대가성 금품 등 9억7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 한상대 검찰총장은 국민께 사죄한다며 대국민사과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사상 초유의 일로 참으로 불행한 사건이다, 사상 최대 수뢰와 스폰서 검찰 파문에도 요지부동인 검찰 윗선에 국민 불신이 극심하다"며 "말로만 뼈저린 반성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한상대 검찰총장이 즉각 사퇴함으로써 검찰개혁의 의지를 스스로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사퇴를 촉구했다.

이 부대변인은 "이번 일로 권력형 부정비리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다"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통해 권력형 부정비리의 사슬을 끊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이재화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한상대 검찰총장, 김광준 부장검사 사태 사과로 끝내고 말 일이 아니다"며 "누가 더 이상 검찰을 믿겠는가? 검사들 비리 덮기에 급급하니 이 지경이 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그러면서 "한상대 검찰총장, 검찰이 비리집단으로 매도되는 작금의 사태에 대해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김광준, #한상대 , #검찰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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