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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산 가는 길... 준비운동으로 몸을 풀고...
▲ 오봉산 가는 길... 준비운동으로 몸을 풀고...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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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산 아래 살면서 나는 시나브로 오봉산을 바라보곤 한다. 맑고 화창한 날에는 멀리 금정산 고당봉이 뚜렷이 보이고 등 뒤에는 지척에 오봉산이 있는 듯 없는 듯 거기 있다. 먼발치에서 오봉산을 바라보면 제법 우뚝하고 넉넉하고 아름답다. 그런가하면 다섯 개의 봉우리로 된 오봉산의 능선은 발랄하고 부드럽게 내달리는 듯하다.

매일 올려다보는 산이고, 늘 가까이 병풍처럼, 후광처럼, 든든한 백처럼 의연하게 울타리 되어 마을을 감싸듯 배경으로 서 있는 오봉산. 우리 마을 뒷배경이고 병풍이다. 낙동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오봉산 능선을 타고 넘어와 시원하고 상쾌하게 만들기도 하고 찬 공기로 다가오기도 하고 때론 한파를 몰고 오기도 한다. 이따금 낙동강에서부터 만들어진 안개가 오봉산을 타고 넘어와 산마루를 뒤덮곤 했다.

오봉산 가는 길... 간밤에 온 비로 숲길은 촉촉하고...
▲ 오봉산 가는 길... 간밤에 온 비로 숲길은 촉촉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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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거기 있어 든든하고 그래서 가끔은 잊는 산이다. 시나브로 올려다보고 마주 보기도 하는 산, 산책하면서 보기도 하고 집 밖을 나서며 보기도 하고 골목길 걷다 보기도 하는데도 자주 갈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도 않다.

한때 고 박완서 작가의 뒷산이 아차산이었고, 소설가 최인호가 즐겨 찾던 산이 청계산이고, 한비야가 즐겨찾던 산이 북한산이었듯이 나만의 산, 가까이 있고 무시로 찾을 수 있는 나만의 산, 사색의 산이 갖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오봉산을 지척에 두고 살게 되었어도 몇 번 만났을 뿐, 즐겨 찾지 않았다.

오늘 산행 목적지는 양산 오봉산이다. 오봉산을 만나러 가는 길은 다양하지만 크게는 이곳 신기삼거리와 지척인 물금성당 앞에서부터 가는 길이 있고, 범어 대동아파트 위에서부터 시작하는 길이 있다. 산 들머리는 물금성당 위쪽에 있는 정안사 앞이다. 차를 주차하고 진입로 앞에 공터에서 준비운동으로 몸을 풀고 난 후에 배낭을 메고 신발을 고쳐 신었다. 출발.

오봉산... 숲길 걸으며...
▲ 오봉산... 숲길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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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표엔 오봉산 정상까지 1.6km라고 표시되어 있다. 길 양쪽엔 아직도 시들지 않은 들국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우릴 반기는 듯 했고 숲길은 간밤에 온 비로 먼지가 풀썩대지 않고 촉촉이 젖어 걷기에 딱 좋았다. 오늘 참여한 회원은 모두 31명. 오랜 만에 만나 반가웠다. 얼굴을 마주 대하고 그간의 안부를 묻고 즐거운 교제를 나누며 걸음을 옮겼다. 한편 오늘 처음 참가한 분들도 있어 반가웠다.

숲은 어느새 겨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소나무가 많은 숲길을 따라 언덕길을 걸으며 체육시설 앞에 도착했다. 잠시 휴식하고 점점 더 가팔라지는 오름길을 한동안 계속 올랐다. 발밑에 깔린 마른 낙엽들은 간밤에 온 비로 촉촉이 젖어 있고 차가운 공기 속에 숲 향기가 향기로웠다. 한동안 계속된 오름길 끝에 능선 안부를 만났다. 여기서 오른쪽 방향인 오봉산 정상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다시 오르막길이다.

양산 오봉산... 낙동강 조망이 탁월한 조망바위에서 바라 본 낙동강...
▲ 양산 오봉산... 낙동강 조망이 탁월한 조망바위에서 바라 본 낙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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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엔 그저 해발 533m의 산이라 쉬워 보이는데 오봉산은 막상 올라보면 꽤 능선이 높아 오르막길을 한동안 올라가야 한다. 안부에서 다시 시작된 오르막길엔 메마른 상수리 나뭇잎들이 소복소복 쌓여 있고 솔 갈비가 발밑에 미끄러웠다. 계속되던 오름길 이어지다가 드디어 조망바위 앞에 도착했다.

오름길 끝에서 만난 전망바위에 서면 낙동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상쾌하고 탁 트인 조망에 시야가 넓어진다. 낙동강 조망하기에 가장 좋은 이곳 조망바위는 해질 무렵, 낙조산행 때 보면 더욱 좋다. 붉게 물드는 노을이 하늘가를 물들이고 강 위로 번지면 붉은 핏빛이 된다. 이른 시간이라 아직 안개가 걷히지 않았는지 뿌옇게 흐려보였다. 조망바위 위에 앉아 우린 잠시 쉰다. 이제 고개 하나만 더 넘으면 오봉산 정상에 닿는다. 낙엽 밟으며 호젓한 숲길 따라 한 걸음씩 옮긴다.

양산 오봉산... 정상에서...
▲ 양산 오봉산... 정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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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오봉산 정상이다. 물금읍과 원동면 경계를 이룬 오봉산은 말 그대로 5개의 봉우리로 이뤄진 능선이다. 양산시청 문화관광과에서 오봉산(해발 533m)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영남알프스는 영축산 염수봉으로 솟구치며 남으로 내리닫다가 양산시 어곡동 어곡리의 매바위 못 미쳐서 두 갈래로 나눠진다. 한가락은 남서로 뻗어 토곡산(855m)을 토한 뒤 낙동강에 첨벙 뛰어들었다. 나머지 한 능선은 동남으로 방향을 잡고는 매바위를 지난 뒤 남쪽을 향하다 화제고개에서 남서로 뒤틀어 오봉산 줄기를 이루고는 살며시 낙동강으로 기어들었다. 토곡산과 오봉산은 마주보고 있는데 북은 토곡산, 남은 오봉산이고 그 사이에 낙동강에 연한 화제들판이 펼쳐졌다. 오봉산의 남쪽은 양산천을 낀 물금들이고 그 건너편에 금정산이 솟아 있다."

다시 만난 오봉산에서 모두 모여서 기념촬영을 했다. 남편과 단 둘이서 오던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정상에서 작은 오봉산으로 가는 능선 길, 오봉산 정상에서 조금 떨어져 앉은 숲속에 자리를 잡고 앉아 점심을 먹었다. 오늘도 역시 많은 사람들이 온 만큼 각자 가져온 작은 반찬을 내어놓으니 색깔도 다양하고 종류도 맛도 다양하다. 행복한 만찬이다. 넘치도록 풍성한 만찬이었다. 서로 서로 음식을 나누고 교제하며 즐겁고 행복한 시간.

양산 오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능선...
▲ 양산 오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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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길 위에 선다. 이젠 크고 작은 오름길 내림 길은 별로 없고 호젓하고 아기자기한 능선길로 이어진다. 어느새 화제 삼거리에 도착, 삼거리 안부에서 우린 작은 오봉산으로 내처 걸어 올라간다. 완만한 오름길 끝에 작은 오봉산이다. 작은 오봉산엔 정자가 있어 양산 시내 조망하기에도 좋다. 체육시설도 있어 가까운 곳에 사는 시민들이 이곳 작은 오봉산에만 운동 삼아 자주 올라오기도 한다.

오랜 만에 다시 만난 얼굴들. 산에서 걷고 서로 교제하면서 얼굴빛이 더 환하다. 새로 온 분들도 있어 간단하게 둘러서서 자기소개 하는 시간을 갖고 하산 길로 접어들었다.

힘들게 올라오면서 땀 흘리고 이제 하산 길에 서니 배낭도 홀쭉하고 몸도 마음도 홀쭉하고 가벼워진 것 같다. 그동안 쌓였던 몸 속의 나쁜 것들도 마음속에 잡다한 것들도 다 빠져 나간 것처럼 가뿐하다. 가끔 이렇게 산을 만나야 몸도 마음도 가볍고 정화되는 것 같다. 홀쭉해진 몸과 마음으로 일상으로 다시 향한다. 그때도 날 받아줄 산을 기대하며 산을 뒤로한다. 이젠 숲은 겨울로 접어들었다. 다음 달은 완연한 겨울 산을 만날 것 같다.

양산 오봉산 ..낙엽 밟으며...
▲ 양산 오봉산 ..낙엽 밟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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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산행수첩
1. 일시: 2012. 11. 17(토)
2. 산행: 부산 포도원교회 등산선교회 정기산행(31명)
3. 산행기점: 물금 성당
4. 진행
물금성당(정안사10;15)-체육시설(10;25)-능선(체육시설)-조망바위(11;05)-오봉산정상(11;45)
-하산(12;00)-점심식사 후 출발(1;05)-안부(1;45)-작은 오봉산(팔각정(1;55)-자기소개시간 후 하산(2;20)
-팔각정(=화장실 2;45)-갈릴리교회(범어대동 아파트 2;50)
5. 산행시간; 4시간 25분



#양산오봉산#포도원교회등산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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