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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사이의 단일화가 막을 내렸습니다. 안 후보의 전격적인 사퇴 선언으로 20여일 동안 험난한 단일화가 마무리된 것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0일 양 캠프로부터 두 문화예술인을 소개받아 '지지자 인터뷰'를 했습니다. 두 후보 사이의 치열한 단일화 협상 과정이었습니다. 이들로부터 '왜 문재인인가, 왜 안철수인가'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안 후보의 사퇴로 이들의 목소리가 다소 빛을 바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의 정치쇄신 등에 대한 생각 등은 들어볼만하다고 판단해 싣습니다. <편집자말> [편집자말]
문재인 시민캠프 김영준 다음기획 대표
 문재인 시민캠프 김영준 다음기획 대표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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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오십이 됐다. 다시 우리 20대로 돌아가 그때 거리에서 최루탄 맞으며 짱돌 던지던 그 심정으로 이번 대선 투표에 임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역사의 흐름에서 매우 중요한 선거다. 국가의 운명을 바꿀 중대 선거, 난 올인했다."

1980년대 대학가에는 '운동권 가요' 테이프를 팔러다니던 사람들이 있었다. '운동권 남자'라면 누구나 메고 다녔던 검정색 직사각형 레자 가방. 그도 이 가방을 어깨에 메고 정태춘의 <1992년 장마, 종로에서>, 민중문화운동연합에서 만들었던 <투사의 노래> <잠들지 않는 남도> <해방가> <벗이여 해방이 온다> 등을 테이프에 담아 팔러 다녔다.

정태춘씨의 매니저를 5년 했고, 그 뒤에 윤도현·김C·김제동씨 등과 손잡고 연예기획사를 운영했다. 그는 바로 다음기획 김영준 대표다. 다음기획은 미군 장갑차에 희생 당한 미선효순 촛불집회·이라크 파병반대 집회·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등 굵직한 사회현안마다 소속사 연예인들과 논의해서 늘 사회에 참여해온 대표적 엔터테인먼트 회사기도 하다. 그래서 MB 정권 내내 불편했다. 정치적으로 오해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꼭 MB 탄압 때문에 문재인을 도우러 나선 것은 아니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올 대선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운명을 미래로 가져갈 것이냐 아니면 과거로 가져갈 것이냐 중대 기로에 와 있다고 본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우리 자식 세대들에게 무슨 할 말이 있겠나. 이 중대한 역사적 고비에서 내가 그냥 단순히 좋은 음악과 좋은 공연을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물론 그 또한 아름다운 일일 수 있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내 나름대로는 결기와 결의에서 이 일을 하고 있다. 나 스스로 '올인했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그가 나이 오십에 정치에 나선 이유다. 출마한 것도 아니다. 문재인을 도우러 캠프로 들어간 것이다. 다음기획에서는 대표지만, 문재인 캠프에서는 유세와 이벤트를 책임지는 '완전 실무자'다. 본인을 '창작공장 공장장'이라고 소개하는 대목에선 웃음이 배어나왔다.

6개월째 정치권에 살을 섞고 있지만 영 적응은 안 된다. 여전히 낯설다. 그래도 문재인만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 강한 체취 때문에 못 떠난다. 상상하고 싶지도 않지만,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 된다면? 그래도 묵묵히 정권교체를 위해 끝까지 일하겠다고 말했다. 문화예술인으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정당 논리 때문에 스트레스는 많지만 그래도 6개월째 문재인을 돕는 이유는 뭘까.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문재인 캠프 담쟁이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다음은 김영준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문재인이 착해? 승부사적 기질 있다"

문재인 시민캠프 김영준 다음기획 대표
 문재인 시민캠프 김영준 다음기획 대표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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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캠프에서 맡고 있는 역할은 모두 몇 개인가.
"나도 안 세봐서 잘 모른다. 일단 민주캠프에선 소통1본부 부본부장(본부장 조정식), 인재영입위원, 민주당 정책자문위원, 문재인펀드 운영위원, 창작공장 공장장, 경선 당시에는 캠페인 전략본부장. 또 시민캠프에서는 운영위원, 새정치 혁신위원, 홍보전략위원. 몇 개지?"

- 9개다. 문화예술인으로 정치에 발을 들였는데 소감이 어떤가.
"내 평생 딴따라로 살다가 정치에 결합하니까 힘들어도 너~무 힘들다(개그콘서트 <정여사> 버전). 일단 낯선 분야다. 기존의 관행들이 있는데, 그 관행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극복하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나는 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을 하는데, 주로 대외적인 이벤트 프로모션이다. 벌써 내가 결합한 게 6~7개월 정도 되는데, 음... 내가 처음 정치에 결합한다고 하니 어떤 친구가 이런 말을 했는데, 그 말이 요즘 새록새록 생각난다."

- 무슨 말인가.
"'정치판엔 새로운 것은 없다. 자기들이 했던 경험 속에서 가장 베스트를 찾는 게 정치다. 그 과정에서 힘들 것이다.' 요즘 그 말이 좀 많이 생각난다. 후후."

- 김 대표 정도라면 여기저기서 영입제의가 있었을 텐데 왜 문재인을 선택했나. 문재인을 선택한 특별한 기준은 무엇인가.
"나는 가장 중요하게 사람을 본다. 사실 문 후보와 내가 그렇게 오래 된 사이는 아니다. 노무현재단 상임이사 시절부터 만났을 뿐이다. 예컨대, 이런 비유가 가능할 것 같다. 신영복 선생을 만나면 그 사람에게서 향기가 난다는 표현을 쓰는데, 이 양반(문재인)에게 강한 체취를 느꼈다. 굉장히 매력 있는 사람이구나 빠져들게 됐다. 성적 정체성과 달리, 그저 사람으로 사랑하게 되는, 그런 게 좀 있다. 인간적으로 매력 있는 양반이다. 사람을 대하는 따뜻한 심성, 태도 이런 건 다 아는 거고, 뭐랄까 비범함? 그런 게 있다. 천재 같다. 학습속도가 매우 빠르다."

- 학습속도가 빠르다니, 문 후보 과외시켰나?
"대중연설 봤지 않나. 처음에 어땠나. 다 알지 않나. 정책 익히고, TV 토론 하고 그걸 주욱 지켜보니까 이 양반이 되게 빠른 양반이구나 느꼈다. 저희 다음기획 소속 가수 중 정태춘씨가 있다. 나는 이분을 늘 천재라고 생각한다. 뭘 익히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학습속도가 빠르다. 문 후보에게도 그런 걸 느낀다. 메시지 회의, 홍보물 전략회의 등등 몇 번 회의를 같이 해보니까, 정말 문제의 핵심을 짚어내는 능력이 탁월했다. 수많은 교수들, 전문가들이 입을 다물 정도였다."

- 경선 중 연설할 때 하도 보고 읽어서 팀원 한분이 아예 원고를 갖고 튀었다는 소문도 있던데.
"족집게 과외 했을 때 얘기 같다. 사실 그분과 가장 가깝게 접촉한 건 노무현 대통령 2주기 김제동 토크콘서트 때였다. 봉화마을에서 했는데, 이 분이 게스트로 나왔다. 그때만해도 굉장히 경직돼 있었다. 그리곤 그분의 저서 <운명>의 북콘서트 때 만났다. 불과 몇 달밖에 안 됐는데 그분이 상당히 변해 있었다. 그리고 법륜 스님과의 <청춘콘서트>. 이미 이때는 완전히 훌륭한 스피커로 대중을 장악하고 있었다.

나는 기획사 사장으로서 가수든 연기자들 다 함께 일을 해보면 이 사람이 무대 위에서 대중을 어떻게 장악하고 어떻게 소통하며 어떻게 설득하는지 주욱 보게 된다. 교감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지금 내 느낌은 딱 그거다. '저분 작두 타셨네!' 하하."

- 그러나 문 후보 자체가 너무 착해서 탈이다, 조직에 휘둘린다, 이런 비판도 있지 않나.
"그건 당내 논의구조에 있어보지 못한 사람들의 관전평일 뿐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닮았다. 또 다른 승부사적 기질이 있다. 남다른 지도력이 있다."

"MB 아래서 민주주의 무너지는 꼴, 이제는 안 되겠다"

문재인 시민캠프 김영준 다음기획 대표
 문재인 시민캠프 김영준 다음기획 대표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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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예술인인데, 정치에 참여하면 부담되는 일 아닌가.
"당연히 부담된다. 안 하고 싶었다. 그런데 꼭 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

- 뭔가.
"지난 5년간 온 국민이 다 힘들었겠지만 특히 저희 연예기획사는 남다르게 핫이슈에 올랐다. 김제동·윤도현 모두 뉴스 인물이 됐다. 그런 일들을 겪을 때마다 '아, 우리나라 민주주의 성숙도가 이 정도밖에 안 됐나' 생각하게 됐다. 지금... 역사의 흐름 속에서 대단히 중요한 시기다. 우리나라의 운명을 미래로 가져갈 것이냐 아니면 과거로 가져갈 것이냐 중대 기로에 와 있다고 본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우리 자식 세대들에게 무슨 할 말이 있겠나. 그런 의미에서 내가 그냥 이 중대한 역사적 고비에 단순히 좋은 음악과 좋은 공연을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물론 그 또한 아름다운 일일 수 있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내 나름대로는 결기와 결의에서 이 일을 하고 있다. 나 스스로 '올인 했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 정치권에선 문화예술인들을 그저 어떤 도구나 소품 정도로 활용하려는 천박한 인식도 있는데, 안 좋은 경험은 없었나.
"경선 치를 때 굉장히 화를 낸 적이 있다. 정치권은 대중적으로 소구력이 있는 스타들이 결합해주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내가 속된 말로 '연예인 브로커' 하려고 여기 온 게 아니다. '연예인 소개꾼'으로 결합한 게 아니다,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그리고 내가 이번에 정치에 결합하겠다고 결정을 내린 것도 나 혼자 한 게 아니다. 우리 소속사 연예인들의 동의를 다 받고 의견수렴을 거쳐 하는 일이다. 윤도현씨나 김제동씨 모두 나한테 그런 말 한다. '하려면 제대로 하라'고. 가끔 그들에게 전화와 문자를 받는데, 진짜 힘이 된다."

- 김 대표는 1980년대 학생운동과 문화운동을 했다. '운동가요 테이프'를 전국에 팔러 다녔다고 들었는데.
"1981년 대학에 들어갔고, 전두환·노태우·김영삼 시절 민중문화운동연합 사업국에서 비합법 노래테이프 장사를 했다. 1980년대 정말 질식할 것 같은 갑갑한 사회현실 앞에서 투철한 사명감으로 사회운동을 했다. 그런데 이제 내 나이 오십이 됐다. 지난 5년의 과정은 내게 굉장한 회한의 시절이었다. 효순미선 촛불집회·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이라크 파병반대 촛불집회 등 나름 사회활동을 하면서 살았지만, MB 정권 하에서 맥없이 민주주의가 허물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어떤 사회적 실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인가.
"바라건대, 1980년대 그때의 우리들이 다시 나섰으면 좋겠다. 오십이 된 우리들이 다시 20대로 돌아가 그때 거리에서 최루탄 맞으며 짱돌을 던졌던 바로 그 심정으로 투표에 임했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486세대를 비판한다. 학생운동 스타출신 정치인들의 잘못이 있다. 그런데, 그걸 486 전세대가 함께 책임질 수는 없다.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우리 세대의 전부가 아니다."

- 고향이 경북 의성이다. 고등학교는 대구에서 졸업했다. 전형적인 TK(대구-경북)인데, 박근혜 후보는 왜 아니라고 생각하나.
"나는 고등학교 때 아버지와 함께 <사상계>를 읽었다. <뿌리깊은 나무>도 즐겨봤다. 그 정도만 말하겠다. 원래 대구가 야도(野都)였다. 전두환·노태우 정권이 나오면서 여도(與都)로 바뀐 거다. 그런데 고등학교 동창생들을 통해 TK민심을 엿보면, 약간 박근혜 후보에 대한 맹신이 있는 것 같다. 사실 대구가 많이 발전되지 못했다. 재정자립도도 가장 낮다. 그런데도 여전히 '민주당은 전라도당'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래도 지난 총선에서 김부겸 선대위원장이 대구 수성갑에서 30%나 지지를 받았다. 변화의 상징이다. 대구도 곧 변할 것이다."

"단일화 해도 피 말리는 박빙 예상... 투표율 제고가 관건"

문재인 시민캠프 김영준 다음기획 대표
 문재인 시민캠프 김영준 다음기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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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일화 협상이 한창이다. 왜 안철수는 아니라고 생각했나.
"민주당이 국민들게 정말 많이 욕먹는다. 정당은 국민의 삶에 깊이 뿌리박고 있을 때 활력소가 생기는데 민주당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낡았다. 그렇다고 해서 정당정치 자체가 부정당해서는 안 된다. 오랜 세월 민주화에 헌신해왔던 정치세력의 대변자로서 민주당 존재 자체가 부정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혁신 자체가 한 후보의 신망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안 후보는 '안철수 현상'까지 만들면서 정말 큰 역할을 했다. 새누리당까지 정치쇄신에 나서게 만든 장본인이다. 그럼에도 정당정치의 필요성은 인정돼야 한다. 이런 이유로 문 캠프에서 일하지 않았어도 나는 문재인을 선택했을 것 같다."

- 단일화 룰 협상이 공전되고 있다. 단일화가 되겠나.
"단일화는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다. 야권이 하나로 단일화가 돼도 힘든 싸움이 될 것 같다. 초박빙 같다. 단일화로 자꾸 샅바싸움 하는 건 결국 새누리당의 전략에 말리는 것이다. 보수는 힘들면 결집한다. 진보는 보수보다 결집력이 약하다. 아무튼 나는 단일화 안 되는 건 상상하기도 싫다. 단일화 안 되면 서울시청 광장에서 나부터 단식농성 할 것이다."

- 단일화만 되면 야권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다고 보나.
"천만의 말씀. 1%의 피 말리는 싸움이 될 것이다. 별 다른 사고 없이 야권의 모든 사람들이 그야말로 '올코트프레싱'으로 붙어도 박빙이라고 본다. 지금 제일 중요한 건 투표를 포기했던 사람들이 투표장으로 오도록 해야 한다. 나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그거다. 어떻게 하면 투표장으로 사람들을 모이게 할까."

- 만약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가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래도 내 역할은 할 것이다. 지금 내가 보따리 싸서 집에 갈 수 있겠나. 물론 상상하기는 싫다. 로고송과 유세가 내가 맡은 건데... 흠... 일은 해야 한다. 정권교체를 해야 하므로."

- 가수 정태춘씨와 함께 오늘날 다음기획이 만들어졌다. 그는 요즘 어떻게 지내나.
"정태춘씨 스스로 자신은 자본주의의 막차에서 뛰어내렸다고 말하는 분이다. 이번 선거에도 별로 개의치 않았다. 지난 10년간 뉴스도 안 봤던 분이다. 그런 그가 최근 뉴스를 보기 시작했다. 아마도 나 때문인 것 같다. 만나면 가끔 묻는다. '잘 되냐?'"

- 올 대선, 김영준 대표의 꿈은 무엇인가.
"제1은 문재인 후보의 당선이다. 제2는 기존의 대통령선거 방식과는 아주 많이 다른 콘텐츠가 생산됐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제3은 대선 이후 1년 동안 여행할 수 있는 자유를 얻고 싶다. 스페인·포르투갈·그리스... 가고 싶다. 쿠바는 하도 삥을 많이 뜯겨 별로 가고 싶지 않다. 큭큭."

-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꼭 투표합시다. 이외수 선생이 지난 총선 때 투표율 70% 되면 머리 깎겠다고 했는데, 강권을 해서라도 그 유효기간을 연장해주셨으면 좋겠다. 투표가 밥이다."


태그:#김영준 대표, #다음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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