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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6일 오후 경기도 고양킨텍스에서 열린 생방송 2012대선후보 TV토론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6일 오후 경기도 고양킨텍스에서 열린 생방송 2012대선후보 TV토론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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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돕겠다고 온) 그런 분들 다 자리 주시나. 차라리 일정기간 자리를 안 주겠다고 선언하시면 안 되나. 지금 웃자고 얘기하는 게 아니다." (정진홍 <중앙일보> 논설위원)

"그런 분들이 (자리를) 바라지 않으시는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진땀을 뺐다. 전문가 패널들의 날카로운 지적 앞에 힘겹게 미소를 유지했다.

박 후보는 26일 밤 일산 킨텍스에서 '국민면접 박근혜'란 이름으로 단독 TV토론을 가졌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단일화 방송토론에 대응해 마련된 시간이었다.

새누리당이 직접 패널을 섭외하고 토론 내용·형식을 준비한 토론회였지만 70분 동안 토론회는 긴장감이 흘렀다. 전문가 패널로 섭외된 홍성걸 국민대 교수, 정진홍 <중앙일보> 논설위원, 이은주 서울대 교수, 서민아 단국대 교수가 나름대로 까칠한 질문들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몰아치는 압박에 진땀

본격적인 토론에 돌입하자마자 전문가 패널의 공격이 시작됐다. 사회를 맡은 송지헌 전 KBS 아나운서가 박 후보의 대선슬로건인 "준비된 여성대통령" 취지에 맞춰 여성 패널에게 첫 질문권을 넘기려 하자, 정진홍 논설위원이 치고 들어왔다.

정 위원은 앞서 진행됐던 박 후보의 이력서 소개를 문제 삼았다. 그는 "그 이력서는 박 후보 개인이 쓴 이력서다, 오늘 면접에서는 그 이력서를 찢어버려야 한다"며 "나이가 마흔, 쉰을 넘어가면 사회가 (그 사람의) 이력서를 써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아까 듣자하니 (후보가 말한 4대 사회악 중) 하나가 빠졌다, 국민이 지금 화를 내고 변화를 요청하는 건 불량정치다"며 "왜 불량정치에 대해 스스로 얘기 안 하는 것이냐, 어떻게 바꿀 것이냐"라고 물었다. 박 후보는 ▲ 상향공천제 도입 ▲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 국회 윤리위 및 선거구획정위 위부인사 구성 ▲ 국무총리의 헌법상 장관 제청권 보장 등을 골자로 한 정치쇄신안을 밝히며 대응했다.

정 위원의 공세는 계속됐다. 정 위원은 박 후보의 답변 중 '대탕평'을 문제 삼으며 "박 후보 진영에 속속 모여드는 인물을 보면 새롭다는 느낌을 못 받는다, 탕평이 어떤 탕평을 말하느냐"고 따졌다.

이에 박 후보가 "(탕평은) 앞으로 새 정부가 들어섰을 때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라며 "지금 (저를) 돕겠다고 자진해서 오는 분들은 따뜻하게 맞아서 힘을 합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답했지만, 정 위원은 "그런 분들에게 (당선 후) 다 자리 주실 거냐"고 응수했다. 박 후보가 "백의종군하는 분들도 많이 계시고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돼야 한다는 마음으로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돕는 분들도 계신다"고 답했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정 위원은 "차라리 일정기간 자리를 안 주겠다고 선언하시면 안 되나"고 재차 물었고, 당황한 박 후보가 웃으며 말끝을 흐리자 "웃자고 얘기하는 게 아니다"고 정색했다.

결국 "진정성을 가진 새로운 인적쇄신이 있어야 한다"고 정 위원이 거듭 채근하자, 박 후보는 "그렇게 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정 위원의 공세를 몇 번씩 제지하던 박 후보의 답변이 끝난 후 송 전 아나운서는 "사회자의 의견도 좀 존중해달라"고 볼멘소리를 내놨다. 송 전 아나운서는 이날 토론회에서 여러 차례 전문가패널의 질문을 막아서며 토론회 열기를 냉각하는 역할을 했다.

사회자의 거듭된 냉각 역할... 전문가 패널 "너무 막으신다"

다른 전문가 패널들의 공세도 만만치 않았다. 홍성걸 교수는 "지금까지 내놓은 공약을 보면 굉장히 많은 재원이 소요되고 재정건전성이 위협될 수 있는데 정치경제학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증세를 안 한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는 이에 "매년 27조 원 정도를 세이브할 수 있고 5년이면 135조 원이다, (공약 발표 때마다 135조 원을) 넘느냐 안 넘느냐를 따져가며 발표하고 있다"며 "증세는 정말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한다"고 답했다. 또 "현행 복지 전달체계 수정 및 비과세 감면 일몰 엄격 준수, SOC 사업 감축 등을 통해 재원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며 "지금 우리나라는 복지확장기인데 틀을 잘 잡지 않으면 감당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은주 교수는 "증세로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것을 우려한다고 했는데 사실 증세로 모든 국민에게 균일하게 부담이 돌아가는 게 아니다, 여력이 있는 계층에게 부담을 지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 긴장감이 맴돌자 사회자인 송 전 아나운서가 급히 "50분 동안 면접권들이 쉴 새 없이 몰아붙였다, 쉬고 들어가자"며 진화에 나섰다.

박 후보가 하우스푸어·렌트푸어에 대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 답했을 때도 패널과 사회자의 신경전은 계속됐다. 박 후보는 이은주 교수의 부동산 정책 질문에 지난 9월 발표한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와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도' 등을 중심으로 설명했다.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는 집주인이 집을 새로 임대하거나 기존의 전세금을 올릴 때 전세보증금을 금융기관에서 저금리로 대출해 조달하고 세입자는 그 이자를 금융기관에 납부하는 렌트푸어 대책이다.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도는 집주인이 자신의 주택 지분 일부를 공적금융기관에 매각한 뒤 매각대금으로 대출금 일부를 상환하도록 하는 하우스푸어 대책이다.

그러나 박 후보의 답변은 곧장 반론에 부딪혔다. 이 교수는 "지분매각제도는 무주택자와 형평성 문제도 생각해봐야 하고 은행의 무책임한 대출에 대한 책임도 묻지 않는다"며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도 매력적으로 들릴지는 몰라도 무늬만 전세일 뿐 실질적으로는 월세인 셈이라 실효성이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박 후보는 이에 "그래도 집을 마련하거나 전세를 들려고 할 때 가장 큰 고통은 목돈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제공해야 한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정진홍 위원은 곧장 "박 후보의 얘기는 은행관계자가 들으면 경악할 얘기"라며 "국민면접관 입장에서 볼 때 (박 후보의 정책은) 추상도가 굉장히 높고 현실로 들어갔을 때 오히려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송 전 아나운서는 "어떤 부분이 추상적인지 말해달라"며 재차 막아섰다. 정 위원은 "(후보가) 말씀하신 걸 들으니 (다른 후보와 토론회를 하는) 2차 관문에서는 구체성 있는 것을 갖고 나가시면 '구직 상황'에서 빛을 보실 것 같다는 얘기"라며 송 전 아나운서를 향해 "너무 막으시네요"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안보 질문에 반색... "NLL 애매한 태도 취하는 사람보다 내가 나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6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생방송 TV토론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6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생방송 TV토론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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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청객 중에서도 날카로운 질문이 나왔다. 한 대학생 방청객은 "반값등록금, 무상보육, 경제민주화라는 공약은 표를 얻으려고 하는 것 아닌가"라며 "보수·진보 유권자 상관 없이 새누리당이 이 같은 공약을 내놓은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것이다, 과연 진정성이 있나"라고 추궁했다.

박 후보는 "절대적으로 진정성 있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무책임하게 재원을 생각하지 않고 이것 하겠다 저것 하겠다 하지 않는다"며 "할 수 없는 부분은 아예 젖혀놨다, 정치하면서 실천 못할 약속은 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여성대통령과 안보에 대한 도발적 질문도 이어졌다. 홍성걸 교수는 "'준비된 여성대통령' 캐치프레이즈를 내놨는데 여성 지지도가 올랐다고 들었다, 솔직히 재미 좀 봤다고 보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박 후보는 "꼭 그렇게 표현해야겠나"라고 응수했다. 또 "여성으로서 국방·외교 쪽에 상당한 취약점이 있을 수도 있다"는 지적에는 "그런 편견은 없어져야 한다"며 "남자냐 여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국가안보관, 세계관을 갖고 있는지,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경륜과 국제적 경험이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무엇보다 박 후보는 "연평도 포격 사태가 다시 발생할 때 여성 대통령으로서 즉각적이고 단호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 '경쟁자'인 문재인 대선 후보를 겨냥해 역공을 펼쳤다.

그는 "우리 주권과 영토에 관한 문제는 협상대상이 아니고 어떤 경우든지 철저히 지킨다"며 "천안함의 46명의 장병이 아깝게 희생당했는데 그걸 폭침이 아니라 침몰이라고 하면서 재조사 운운하며 이렇게 북한의 눈치를 보는 사람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잘 대처할 수 있겠는지 반문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 "연평도 포격 희생자에 대한 위로는커녕 북방한계선(NLL)에 대해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사람이 과연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잘 대처할 수 있겠느냐"며 "(국민들이) 그런 부분에 있어 누가 외교 안보를 확실하게 지켜낼 수 있는지 잘 판단해주시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태그:#박근혜, #새누리당, #토론회,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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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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