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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예비후보가 지난 23일 대선후보직 사퇴를 선언하고 있다.
 안철수 전 예비후보가 지난 23일 대선후보직 사퇴를 선언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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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4시 30분 쯤, 서울 용산구 안철수 전 예비후보 자택 앞. 차에서 내려 자택으로 들어가는 안 전 후보에게 허영 비서팀장이 "다시 모시러 오겠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이에 안 전 후보는 허 팀장을 돌아보며 "편히 쉬십시오"라고 답했다. 그 때까지도 허 팀장은 안 전 후보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다시 모시러 오겠다"... "편히 쉬어라"

앞서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안 전 후보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만나 단일화 룰 담판을 벌였다. 격론 끝에 협상은 1시간 반만에 결렬됐다. 단일화 협상은 위기에 봉착했다. 허 팀장은 두 후보가 직접 얽힌 실마리를 풀기 위해 이날 오후 다시 만날 거라고 기대했다.

반면 안 전 후보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편히 쉬십시오'라는 말은 안 전 후보가 평소 하루 일과를 모두 마친 뒤 자택으로 들어가면서 참모와 수행팀에 하는 마지막 인사말이다. 따라서 안 후보는 이날 오후 문 후보를 다시 만날 생각이 애초에 없었다. 안 전 후보는 이미 후보직 사퇴에 대한 결심을 굳힌 상태였다. 안철수 캠프의 한 관계자는 "안 전 후보는 지난 21일 단일화 TV 토론 직후부터 후보직 사퇴를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안 전 후보는 지난 23일 중도 사퇴했지만 여전히 올해 대선의 최대 변수다. 부동층으로 돌아선 안 전 후보 지지층의 표심이 대선의 향배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7일 부산을 방문해 "안철수 (전) 후보가 후보 사퇴 기자회견을 하던 그 때, 그 심정을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는 정말 잘 안다"며 안 전 후보 지지층 끌어안기에 나섰다. 트위터에선 두 사람이 쓴 책의 제목을 빗대 "안철수의 생각이 문재인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안 전 후보는 28일 캠프 관계자들과 만나 자신의 향후 행보와 관련 "제 개인의 입장이 아니라 지지하는 분들의 입장에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대선은 물론 대선 이후를 내다보고 있는 셈이다.

"2주간 쉬겠다"... 대선 막판 문 후보 지원에 나설 듯

안 전 후보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단일 후보는 문 후보이다.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원의 시기와 폭의 문제가 남았다.

안 전 후보가 문 후보의 지원에 나서는 것은 대선 막판으로 접어드는 12월 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안철수 캠프의 한 관계자는 "안 후보가 사퇴 선언 직후 측근들에게 '2주일 정도는 쉬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름다운 단일화'에 실패한 후유증부터 치유하는 게 우선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문 후보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계속 접전 양상을 이어갈 경우 대선 막판 안 전 후보의 등장으로 극적 반전 효과를 얻겠다는 노림수가 담겨 있다.

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지금 문 후보 지지율이 잘 나오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 오히려 (안 전 후보의 지원이) 늦어질수록 좋다"며 "(그러면) 언론은 이상기류 등으로 쓰겠지만, 나중에 힘이 필요할 때 극적으로 안 전 후보가 지원하고 나서는 그림이 더 좋다"고 말했다.

지원 폭이 어느 정도일지도 관심사다. 이에 대해 안 후보 역시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27일 오후 2시로 잡혀있던 캠프 해단식이 연기된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유민영 대변인은 지난 26일 "(지지자의) 투신 시도 사건도 있고 해서 지지자들 마음이 차분해지면 그때 해단식을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서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캠프 관계자는 "안 전 후보가 해단식에서 외부에 제시할 메시지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선후보직 사퇴 이후 '안철수의 생각'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현재 부동층으로 남아 있는 안철수 지지층을 데려오는 것은 세 가지 방향으로 진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 후보와 안 전 후보가 만났을 때 안 전 후보의 첫 멘트가 중요하다"며 "대장이 먼저 마음을 열어야 지지층이 움직일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력을 끌어 안아야 한다"며 "이미 지역조직은 통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민주당 쪽은 안 전 후보 사퇴 이후 안철수 캠프 핵심 인사들을 영입해 오기 위해 활발한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선거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후보직 사퇴의사를 밝힌뒤 윤영관 국민정책본부장, 박선숙,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을 안아주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선거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후보직 사퇴의사를 밝힌뒤 윤영관 국민정책본부장, 박선숙,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을 안아주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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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계자는 또 "세력을 통합하기 위해서는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며 "박근혜에게 정권을 넘겨 줄 수 없다는, 정권교체의 가치를 계속 설파해서 안철수 지지층을 문 후보쪽으로 묶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에 무당층이었던 안철수 지지층이 안 전 후보를 지지한 경향이 있기 때문에 범야권 지지층으로 옮겨오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배어있다. 그러나 안철수 캠프의 한 관계자는 "문 후보 쪽에서 원하는 만큼 쉽게 안철수 지지층이 문 후보 쪽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안 전 후보가 문 후보를 지지한다고 해도 민주당에 입당하거나 선대위에 결합해서 적극적으로 유세 활동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새롭게 구성될 민주당 대통합선대위에 안철수 캠프 선대본부장들이 이름만 얻는 수준의 지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기존의 안철수 캠프 핵심 인사들이 민주당 대선 캠프에 대거 합류할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안 전 후보는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당시 박원순 후보에게 후보를 양보한 뒤 선거기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선거 사흘 전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편지를 써서 박 후보에 대한 지원의 뜻을 밝혔다.

안철수 "내년 재보궐 선거 언제 열리나" 관심... '안철수 신당'? 

대선 이후 안 전 후보의 행보도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안 전 후보는 사퇴 회견 직전 열린 참모 회의에서 "이게 끝이 아니다. 새 정치를 위해 끝까지 가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본인이 누차 강조하기도 했지만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끝까지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것이다.

이와 관련 안 전 후보는 사퇴 선언 직전 참모들에게 "내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언제 열리느냐"며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한 캠프 관계자는 안 후보가 "재보궐 선거가 몇 군데에서 열리나", "새누리당 의석 수는 어떻게 바뀌나" 등을 자세하게 물었다고 전했다. 이미 대선후보직을 내려놓기로 마음 먹은 안 후보가 내년 4월 재보선을 통해 신당 등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안 전 후보는 28일 실장급 이상 캠프 관계자들과 서울 종로구 공평동 인근에서 오찬을 함께 했다. 지난 23일 대선후보직 사퇴 선언 이후 5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안 전 후보는 최근 관심이 집중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에 대한 지원 여부나 시기 등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었다고 한다.

다만 안 전 후보는 "앞으로 무슨 일을 할 때, 제 개인의 입장이 아니라 지지하는 분들의 입장에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안 전 후보 특유의 모호한 표현을 사용했지만, 향후 자신이정치적 행보를 재개할 경우 자신의 지지층을 묶어 세울 수 있는 정치적 결사체에 대해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안 전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문에서 "비록 새 정치의 꿈은 잠시 미루어지겠지만 저 안철수는 진심으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를 갈망한다"고 말했다. '새정치'를 향한 '안철수식 행보'가 대선 이후 정치권에 어떤 폭발력을 가져오게 될지 주목된다.


태그:#후보단일화, #안철수, #문재인, #안철수 신당, #2012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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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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